손원평 작가님의 튜브를 읽고
보통 퇴근하고 나면 몸이 흐물흐물해져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그럴 때면 바로 침대로 직행하여 드러눕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쉴 순 없다.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몸을 일으켜야만 할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몸은 누워있지만 머리 속으론 씻는 것부터 시작해서 빨래, 쓰레기 내다버리기 등등 온갖 잡일들이 떠오른다. 아 귀찮아. 그냥 누워만 있고 싶다.
그럴 때 나만의 꿀팁이 있다. 여러가지 일 중이 딱 한개만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다. '그래. 얼굴만 씻고보자'며 다짐한다. 그러면 그거정도는 내 몸뚱아리가 허해준다. '그것만 하겠다는 거지? 오케이 어렵지만 허락해주겠어'
이 때 욕심을 내면 안된다. '얼굴 씻고 빨래하고 쓰레기만 버리고 냉장고 정리만 해야지!' 이렇게 다짐해버리면 나의 몸뚱아리는 '귀찮아. 그냥 눕자'를 택하고 만다. 너무 간단해서 몸뚱아리가 허락할 수 밖에 없는 일을 택해야 한다.
그렇게 몸을 일으키고 세수를 하는 것까진 쉽다. 그러다보니 몸뚱아리는 '그러면 이왕 나온 김에 이도 닦아보지' 그렇게 다음 단계까지 허해준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여러 관문을 통과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작은 일부터 한 걸음 내딛는 것. 그러다보면 다음 단계로 얼렁뚱땅 넘어가져서 어느새 모든 미션을 완료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게 삼십여년차 게으름뱅이의 꿀팁이었다.
이 이야기를 쓰게된 건 손원평 작가님의 '튜브'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당장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은 한 남자가 나온다. 그 남자의 이름은 김성곤 안드레아. 김성곤 안드레아는 세상살이에 지쳐있었다. 하려고 했던 일들도 다 뜻대로 되지 않고 가족과의 관계도 마음같지 않았다. 살다살다 지친 그는 당장이라도 죽고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죽는 것에도 실패한 김성곤 안드레아는 집에 돌아와 초라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가 '왜 이렇게 구부정하냐? 일단 자세라도 바꿔보자'라는 작은 목표를 세우게 된다.
'등 펴기'라는 작은 목표가 생긴 김성곤 안드레아, 그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작은 목표를 실천하는 것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실천 가능한 목표가 생기자 그의 삶은 조금씩 활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옛 회사 직원을 만나 함께 유튜브도 해보고 자기만의 프로젝트도 진행하게 된다.
김성곤의 이야기는 위대한 위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인생의 굴곡 속에서 실패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이야기말이다. 일어서기 힘겨울 때 주저앉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어쩌면 단순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시작해보는 것이다. 작은 걸음부터 걷다보면 어느새 저벅저벅 다시 걸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테니.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누워있는 몸뚱아리를 다시 일으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