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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eer Dec 15. 2022

누군가를 환대하는 마음

본격 직장동료 칭찬하기

  서현숙 선생님의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읽었다. 국어 선생님이 어떤 기회로 소년원에 가서 국어 수업을 하는 이야기이다. 무시무시할 것만 같은 소년원에서 선생님은 소년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환대했다. 아이들에게 먼저 말 걸어주고 맛있는 것도 챙겨준다. 그 환대 속에서 소년들은 책을 열심히 읽고 좋아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것이 생긴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책이 좋아진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저자와의 만남을 선물한다. 소년들은 저자와의 만남의 행사를 설레여하면서 그를 환대할 준비를 한다. 그들이 선생님께 받은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환대하는 마음은 뭘까. 환대의 사전적 의미는 ‘반갑게 맞아 후하게 대접함’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하는 마음. 생각만 해도 따스하다.      



     누군가를 환대하는 마음은 뭘까.


 나에게도 ‘환대’하면 떠오르는 언니가 있다. 늘 나에게 먼저 전화걸어주고 나를 반겨주는 M언니다. 언니는 나의 입사동기였다. 우리는 처음 신입 시절을 함께 했다. 그 때 우리는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를 찾았고 기쁜 일도 함께 기뻐했다. 어렵게 들어온 직장이었지만 당시에는 적응도 쉽지 않았다. 하루 하루 힘에 부친 둘은 퇴근 후 오두막에 앉아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는 직장인라기보단 마치 여고생같았다. 아침에 같이 기다렸다가 출근하고, 점심 먹고 같이 놀고, 마칠 때도 함께 퇴근했다. 시도때도 없이 수다떨며 꺄르르거렸다. 우리 나름 치열하게 직장에서 버텨내려는 노력이었지만 다른 선배들이 보기엔 ‘쟤네 직장에 놀러왔나?’ 싶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시간을 우리는 함께 겪어냈다. 나는 어느덧 직장인 10년차가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우리 둘 다 직장도 옮겼으며 결혼도 했고 언니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우리도 변했다.     


      

  내향형 인간에다 전화포비아이기까지 한 나는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는 법이 잘 없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인간관계에 무심한 편이다. 그래도 사람들과의 관계가 유지되는 건 이 언니처럼 날 먼저 챙겨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언니는 항상 먼저 전화를 걸어 그 시절처럼 반갑게 날 맞이한다. 전화포비아인 나도 그녀와 통화하다보면 어느새 너무 신나서 침을 튀기면서 말하고 있다. 그 때 그 여고생이 된 것만 같다. 상대가 날 반겨주니 마음은 무장해제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언니는 늘 그랬다. 사람들에게 항상 먼저 밝게 인사하고 손 내밀었다. 그래서 언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직장에서도 많았다. 낯을 많이 가려 어린 아이처럼 언니 뒤에 숨던 나와는 달랐다. 상대를 먼저 따뜻하게 반기는 언니 앞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열렸다.      



      나도 이 마음을 부지런히 익혀 누군가를 따스하게 맞아주고 싶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나서 ‘환대’라는 단어를 마음 속으로 되새겨본다. ‘환대를 받아본 사람만이 누군가에게 환대를 베풀 수 있다’는 말이 와닿는다.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언니에게서 환대의 마음을 배웠다. 나도 이 마음을 부지런히 익혀 누군가를 따스하게 맞아주고 싶다. 그 대상이 누구건 반갑게 맞이해 후하게 베푸는 마음말이다.           



  그러면 내가 사람들한테 전화도 하고 먼저 말도 걸어야하는데 좀 수줍고 많이 귀찮다. 난 많이 멀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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