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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eer Mar 16. 2020

내가 꼰대라고?!!!

본격 엄마 칭찬하기 두 번째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이다. 학생 때는 만나는 사람이 한정적이었다. 친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잦았기 때문에 인간관계로 어려운 점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사고를 종잡을 수 없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늘 인간관계가 어려웠다. 좋은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지만 직장 내 '빌런'들도 종종 만났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꼰대!!


   소위 꼰대라 불리던 그들과의 대화는 늘 답답했다. 내 의견을 이야기하면 호통으로 돌아왔고, 대화는 도돌이 표였다. 아무리 의견을 이야기해도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런저런 막말을 일삼았으며, 나이를 방패로 모든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그래서 그들은 나에게 아득하게 머나먼 존재라 생각했다. 그저 피하고 싶은 존재 정도로만 생각했다. 내가 꼰대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꼰대들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만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서른이 넘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나는 서른이라는 나이 자체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생각은 했다. 내 주변에 후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나를 선배로 생각하며 어려워했다.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다. 내가 어려운 사람도 아닌데 나를 어려워한다고? 나는 그냥 이십 대랑 비슷한 사고를 아직 가지고 있는데? 내가 어렵다고? 그러면서 나도 후배들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후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가 숙제였다. 내가 후배에게 꼰대처럼 굴고 있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남자 친구랑 앉아서 '꼰대란 누구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먼저 꼰대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보았다. 


 " 일단 내가 만난 '꼰대'들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아. 그들은 자신의 의견이 아주 뚜렷해. 그래서 다른 사람이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이 나왔을 때 간단하게 묵살해버리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때(Latte)는말(horse)이야", "해보기나 했어?"등 을 이용해서 말이야. 그리고는 자신의 기준을 강요해."
"또 뭐가 있을까?" 
  "아 그리고 굉장히 서열을 중시 여겨. 대화에서 무언가 풀리지 않으면 "너 몇 살이야"부터 시작해서 "어린놈이 말이야"로 대화가 이어져버려. 그리고 어떤 꼰대는 사생활에 관심이 많아. 남의 사생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간섭을 많이 하잖아. 누군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봐. "취업은?", "결혼은?", "아기는?", "둘째는?"등 자신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삶의 절차를 다른 이들도 다 겪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그런데 꼰대라는 것도 너무 뭉뚱그려 비판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보는 것도 사람들을 범주화시킨 고정관념 아니야?" 
"그래. 그것도 내 편견일 수 있겠다."

 

  남자 친구랑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낄낄거리다가 '과연 나는 어떤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도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지, 이럴 땐 이런 대답을 해야지 등등 나만의 도덕적 기준을 세워 다른 사람을 쉽게 비난하기도 했던 것 같다. 답을 정해놓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나도 모르게 생겼나 보다. 그런 여러 생각이 들면서 "방심하면 꼰대가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나랑은 거리가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 이거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하며 내 머릿속 적색경보가 울렸다.  


  그럴 때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는 나와 30살 정도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엄마랑 대화할 때 30년의 격차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과의 대화는 불과 대여섯 살 차이인데도 그 나이가 크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엄마와의 대화는 3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하다. 그건 엄마와 나의 관계이어서도 그렇겠지만 엄마가 굉장히 권위적이지 않은 사람이고 생각이 유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엄마와 대화 중에 불편한 점이 있어 엄마한테 "이런 점이 불편해,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하면 엄마는 "그래? 내가 너한테 그렇게 행동한 건 이래서야."라고 대화를 이어준다. 당연한 대화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른으로서 그렇게 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엄마에게는 한참 어린 사람이고 아랫사람일 것이다. 핏덩이만 한 존재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했을 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 싶다. 괘씸하기도 하고 네가 뭘 알아? 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반응하는 건 나를 단순히 어린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할 때도 나이로 눌러버리는 일은 없었다.    

 

  재미있게도 엄마가 60대의 나이답지 않게 생각이 유연한 방면은 또 따로 있다. 성적인 부분에서 특히나 그렇다. 엉뚱하게 개방적이다. 요즘 엄마는 내가 어디 놀러 가면 누구랑 가는지 어디를 가는지를 묻지를 않는다. 하루는 궁금해서 "엄마 내가 어디 놀러 가는지 왜 안 물어봐?"라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 왈 "네가 지금 집에 뒹굴고 있을 나이니? 나가서 집에 안 들어오고 놀 나이지."라며 한마디로 일축했다.(사실 내가 집에 많이 누워있긴 한다) 또 친구가 임신해서 임신 선물을 사려고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집 근처에 아기용품 집 어디 있어?" 그랬더니, 엄마는 뜬금없이 "너 아기 가졌니? 솔직하게 말해라. 엄마가 도와줄게"라며 나의 입을 틀어막게 했다. 왜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냐고..(참고로 엄마는 딱히 내가 결혼하기를 바라거나, 아기를 갖기를 애타게 소망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내가 임신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음을 고려하고 있는 거겠지.)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하면 친구들은 "어떻게 그러실 수 있지? 범상치 않다"며 감탄한다. 나도 엄마처럼 반응하는 60대는 엄마가 처음이다. 

  그래서 엄마한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 원래 그렇게 개방적인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랬더니 "네가 스무 살 때 대학 가서 자취하더니 "엄마 요즘은 동거하고 결혼하기도 한대! 나도 그런 방식 나쁘지 않아!" 이렇게 이야기하더라. 그때 내가 좀 놀랐는데, 생각해보니 요즘 애들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그때부터 내가 고정관념을 버렸지 뭐야."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였다. 누군가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게 바로 꼰대가 되지 않는 핵심 키워드인 것 같다. 마냥 어리기만 하지 않은 나이가 되면서 점점 어른답게 행동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른은 뭐지?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할까? 에 대해 부쩍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어른으로서 가장 갖추고 싶은 덕목은 생각의 유연함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네 생각은 그러니?"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후배든 선배든 대화 상대가 그 누구가 되었든 간에 똑같이, 상대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고 그 의견을 그 자체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되지 않을까.  

  

  요즘도 엄마는 내가 남자 친구를 만나러 쌩얼로 나가면 "야, 그렇게 하고 나가면 집에 일찍 들어오겠다!!"라며 낄낄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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