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타지 않으려는 새로운 이유가 생긴 남자아이
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전지적 삼촌 시점)
어린아이들 특징 - 처음 본 새로운 걸 좋아하고 호기심이 왕성하다.
어떤 이유로 아이들한테 옷걸이가 생겼다. 재미있다고 손에 쥐고 노는 중이다. 출근을 하는 엄마와는 빠이빠이 인사를 하고 이제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다. 여자 아이는 옷걸이를 돌려주었다. 그런데 남자아이가 그걸 받아서 2개를 가지고 놀고 있다. 여자 아이는 비교적 순탄하게 기저귀, 위에 옷, 아래옷, 양말을 다 갈아입었다.
이제는 남자아이 차례다. 부피가 작은 거면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겨가며 옷을 입힐 수 있는데 그게 안돼서 옷걸이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싫다고 강하게 거부를 한다. 말로 설득하면서 옷걸이를 가져가니깐 울기 시작한다.
우리 집에서 실천하고 있는 육아 원칙 중 한 가지는 꼭 해야 되는 건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어린이집을 가려면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옷을 입어야 한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건 타협할 수 없는 일이다.
울고 불고 떼쓰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옷을 입히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억지로 손을 집어넣으면 다시 빼고 한쪽 바지를 집어넣고 다른 쪽 바지를 입히면 처음에 입은 바지를 발로 차서 빼 버리거나 맨 처음 한쪽도 입히기 힘들다. 떼를 쓰고 버티는 상태가 아니라 순순히 말을 들으면 혼자서도 쉽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할머니와 삼촌은 2인 1조 한 팀이 되어서 한 명씩 옷을 입히고 있다. 삼촌이 남자아이를 붙들고 할머니가 기저귀를 입힌다. 온몸에 땀이 범벅이라서 잘 들어가지가 않는다. 아이는 발로 차고 버티면서 완강하게 거부를 하지만 어렵게 기저귀를 갈고 옷을 하나씩 입히는 중이다. 힘이 너무 세다. 남자인 삼촌이 붙잡아도 힘든데 엄마나 할머니가 혼자서 하게 되면 감당이 안된다.
육아는 엄마가 혼자서 하면 안 된다. 힘쓰는 일은 무조건 남자가 도맡아서 하고 손이 필요할 땐 함께 하고 나머지 육아도 공동으로 같이 하는 게 외벌이든 맞벌이든 부부의 육아 방법인 거 같다. 울면서 강하게 저항을 하지만 결국 양말까지 신기는 데 성공한다.
오늘은 순한 양인 여자아이를 먼저 유모차에 태운다. 이제 남자아이 차례다. 안 타겠다고 울면서 버틴다. 이해를 시키면서 타이르지만 통하지 않는다. 오늘도 등원시키는 시간을 지나버렸다. 여자애만 태우고 가려고 움직이니깐 안된다고 울면서 다가와서 그럼 유모차에 타자고 하니깐 다시 멀어진다. 울고불고하면서 이 행동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남자애가 유모차를 타려는 마음은 있어 보이는데 타려고 하질 않는다. 할머니가 다독이면서 유모차에 탈까?라고 하니깐 그제야 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평소에 남자아이는 무거워서 삼촌이 유모차에 태우는데 오늘은 삼촌이 태우려고 하면 거부할게 뻔해서 힘들지만 할머니가 안고 유모차에 내려놓으신다. 집을 나가는 아이들에게 삼촌이 보고 웃으면서 빠이빠이를 하자 남자아이도 살짝 손을 흔들어 준다. 조금 풀린 거 같아서 다행이다.
요즘 아픈 적도 많았고 등원을 시키고 돌아오신 할머니 얘기를 들어보니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거 같다고 하신다.
육아휴직으로 집에 있을 때는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을 엄마가 시켜주고 엄마랑 같이 노는 시간이 많았었는데 엄마가 출근을 하기 시작한 3월부터는 아침에 엄마랑 맘마 잠깐 같이 먹고 양치, 세수만 하고 금방 헤어진다.
저녁때도 퇴근하고 목욕시키고 옷 갈아입고 재우기 바빠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어 엄마도 마음에 걸려한다. 대신에 주말에는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족하기만 하다.
엄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떼를 자주 쓰고 유모차도 안 타려고 하는 거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엄마랑 유모차를 타고 등원할 때는 어린이집 간다고 신나서 소리치고 웅얼웅얼 댔던 기억이 난다.
삼촌도 평소에 육아에 관심이 많았고 육아에 일정 부분 관여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정해놓은 원칙들 위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니 왜 투정이 심해졌는지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더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