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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저축가 Apr 11. 2024

밥을 다른 그릇에 옮겨서 줬다고 우는 남자아이

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전지적 삼촌 시점)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평소에 정해진 순서대로 육아를 시작한다.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을 한 명씩 유모차에서 내리고 겉옷을 벗기고 3단 계단을 세면대 앞으로 갖다 둔다. 수도꼭지에는 오리입이 끼워져 있다. 아이들에게 손을 씻자고 얘길 하는데 남자아이가 먼저 손을 씻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오늘은 다행이다. 둘 다 안 씻는다고 하면 계단에 서서 강제로 손을 씻기는 건 많이 어렵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항상 손부터 씻기도록 하고 있다. 엄마의 원칙이다.

손은 할머니가 씻겨주신다. 손을 씻는 주인공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들이라 손을 씻는 동안에도 순순히 협조해 주지 않는다. 손을 씻는 중간에도 다 씻고도 흐르는 물을 만지거나 물을 틀거나 손잡이를 찬물로 돌리거나 안 내려오려고 하는 경우들이 자주 있다. 이럴 때는 말로 이해를 시키거나 "10번만 하고 내려가는 거야"라고 마무리할 시간을 준다. 말을 들으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때는 직접 데리고 나온다. 


남자아이가 손을 씻고 나오더니 마실 물을 찾는다. 빨대컵에 물을 채워서 준다. 일반컵에 물을 줄 때도 있는데 지금은 빨대컵에 담아 준다. 어느 정도 마시더니 하이체어를 잡고 자기가 밥 먹는 식탁 쪽으로 끌고 온다. 맘마를 지금 당장 먹고 싶다는 신호이다. "맘마 먹을래?"라고 물어보니 "응"이라고 대답을 한다. 엄마가 미리 만들어둔 맘마를 데워서 할머니가 주기 시작한다. 한두 숟가락을 떠먹여 주고 직접 먹어보는 걸 다시 적응시키게 하려고 작은 그릇에 밥을 옮겨 담아서 주려고 했다. 그러자 남자아이가 격하게 울기 시작한다. 밥을 뜬 숟가락을 줘도 울고 덜어 놓은 밥그릇을 줘도 울고 자기가 낼 수 있는 최선의 목소리로 울면서 말을 걸면 소리를 지른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여느 때 아이들은 모두 어느 시기가 되면 자기 고집이 세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악을 쓰면서 우는 거 같다. 어제와의 데자뷔다. 남자아이의 머리는 머리를 감은 것처럼 다 젖었고 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자기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손과 몸을 파르르 떨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는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두 손을 들고 항복을 한다. 아이와 삼촌과의 기싸움 중이다. 삼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고집을 피우고 때는 어른들과의 기싸움을 하는 거 같다. 여기서 아이에게 져버리면 앞으로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훈육으로 가르치면서 이겨나가야 한다.(잘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발버둥을 치면서 하이체어가 뒤로 끝까지 밀려 식탁과 멀어져 있다. 하이체어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고 아프다고 한다. 뒤통수를 만져보니 혹이 나 있다. 어제는 오늘보다 훨씬 심하게 긴 시간 동안 하이체어에 머리를 부딪치고 뒤에 있던 성인용 나무의자에도 부딪치면서 일어난 후유증이다. 오늘은 혹이 나서 머리를 하이체어에 부딪치니깐 아파한다.


맘마를 먹고 싶어 했으니깐 맘마를 먹자고 얘기를 해봐도 울고 소리를 지르고 달라지지 않아서 결국 하이체어에서 내려 매트가 깔린 바닥으로 옮겼다. 밑에서 한번 울고 불고 하는 시간을 거쳐야 다시 올라와서 맘마를 먹을 거 같다는 삼촌의 생각이다. 바닥에 엎드려서 울고 불고 하다가 하이체어에 매달려서 올라가려고 한다. 


삼촌이 "올라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는데 대답은 하지 않고 울고 소리를 치면서 하이체어를 붙잡고 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목말라? 물 줄까?"라고 하니깐 "무"라고 말을 하면서 물을 달라는 손짓을 한다. 남자아이가 울면 많은 땀을 흘려서 탈진을 걱정하기도 한다. 일단은 물을 줬다. 땀을 많이 흘려서 빨대로 물을 열심히 마신다. 옆에서 삼촌이 말을 거니깐 소리를 지른다. 어느 정도 마시니깐 진정이 돼서 울음은 멈추고 빨대를 씹고 있다. 자기 스스로 아직 화가 풀리지가 않아서 물병을 들고 빨대를 씹은 채 서 있다. 


어찌해서 물병을 내려놓고 하이체어를 붙잡고 울면서 떼를 쓰고 있다. 삼촌이 "올라가고 싶어? 맘마 먹을까?"라고 말해도 계속 울면서 고집을 피우고 있다. 삼촌은 남자아이가 올라가고 싶다는 대답을 스스로 할 때까지 계속 물어보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결국 울음을 멈춘 채 "응"이라고 대답을 한다. 한번 더 확인을 했다. 대답할 때는 울지 않고 "응"이라고 말을 한다. 이제는 하이체어에 올려주고 벨트를 채운다. 작은 밥그릇에 담긴 밥과 숟가락을 주니깐 먹기 시작한다. 아이가 숟가락으로 뜰 때 양 조절이 안돼서 많이 뜨는 경우가 많아 삼촌이 숟가락을 같이 잡고 조금 덜어줘도 오늘은 반발하지 않고 받아주고 먹는다. 많이 울어서 울음을 그쳤지만 밥을 먹다가도 울먹거림이 중간에 나타난다. 떼쓰는 시간과 강도가 어제보다는 좀 더 줄어든 걸 느낀다. 


초보 삼촌이 아이를 키울 때마다 알게 되는 사실을 생각날 때마다 얘기하려고 한다.

아이가 물을 원하는데 타이밍이 늦었거나 해서 뒤늦게 주게 되면 자기가 원하는 거였어도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장난감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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