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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저축가 Apr 15. 2024

쌍둥이 조카를 위해 20년 만에 운전을 다시 배운 삼촌

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전지적 삼촌 시점)

혹시 오해할지 몰라서 얘기를 하자면 조카들 때문에 면허시험을 준비해서 면허증을 땄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략 20년 전에 면허증을 따고 운전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가 조카들 때문에 운전을 다시 배우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사회초년생 직장인들의 목돈 만들기 가이드북"을 읽어보신 분은 아실 테지만 과거에 가정형편이 좋은 편이 아닌 관계로 집에 자가용도 없어서 차와는 친해질 수도 없었고 운전을 할 기회는 없었다. 남들한테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자동차를 갖는 게 소원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면허증을 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나중을 위해 면허증은 따놓자고 마음먹고 면허증을 따게 되었다. 그리고는 당장 차를 살 능력도 안되고 유지할 능력도 안 돼서 마음속으로만 간직한 채 장롱면허로 2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중간에 직장을 다니고 월급을 받으면서 내가 결심만 하면 차를 살 수도 있는 형편은 되었지만 그러질 않았다. 그러려면 다시 운전을 배워야 하는데 배울 사람도 마땅치 않고 세워둘 주차공간도 고민이 되고 무엇보다 목돈이 나가게 되고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돈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당시 지방에 사는 또래 친구나 지인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다들 차를 끌고 다녔다. 내가 갈망하고 꿈꾸었던 일이지만 지금은 돈 모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돼 덜 중요한걸 다음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대도시에 살면서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먼 거리를 다닐 때 말고는 큰 지장이 없었다. (물론 차가 없어서 불편하거나 힘든 상황도 존재하지만)


아기들이 태어나고 몇 개월 정도가 지난 2023년 초에 문득 "얘네들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데 데려갈 사람이 마땅치가 않구나." 아빠는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고 엄마는 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은 하질 못하고 삼촌은 시간이 나름 자유로운 편이라서 시간을 내려고 하면 낼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으니깐 병원에 갑자기 가야 할 일이 생기면(매번은 생각 안 하고 가끔) 삼촌이 태우고 가면서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지인에게 부탁해 하루동안 3~4시간 운전 연습을 했다. 운전학원에서 핸들을 잡았던 기억이 머릿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어서 운전대를 잡으면 잘할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 하루동안 실제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경사가 있는 오르막, 내리막도 다니고 휘어지는 경사가 있는 길도 다니면서 무섭기도 했고 속성으로 하드트레이닝을 받았다. 이때 지인에게 배우면서 처음 차를 몰 때의 두려움을 조금 극복한 거 같다.


본격적으로는 매형에게 운전을 배웠다. 나에게 매형이 비빌 언덕이었다. 운전을 배우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상 포기를 하고 지냈는데 당장에 운전을 할 필요성이 생기고 매형은 차가 있으니깐 매형에게 배우기로 했다. 내가 다시 운전을 배우려는 이유는 비상시에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면 도움이 될 테고 조카들을 병원에 데려다 줄수도 있어서이다. 두 가지 이유 중에 결정적 계기는 아이들 때문이다. 매형이 운전을 가르쳐주는 동안은 갓난아기들을 봐줄 수 없고 귀찮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줄 사람이 한 명 더 생기는 거라서 매형입장에서도 필요하고 나쁜 일은 아니다.


토, 일 주말에 운전을 배웠다. 각자 시간이 안 될 때는 주말에 한 번, 때로는 한 주 통째로 빠지기도 하고 하루 2~3시간씩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주차장에 차가 멈춘 채로 버튼에 대해서 알아갔고 집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어떤 장소는 주말에 차가 적게 다니는 곳이 있어서 그 주변을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주차도 해보기도 했다. 몇 회를 반복하고선 실제 차가 다니는 도로를 짧게 돌아보다가 거리를 넓혀서 도심을 길게 달려 보았다.  고속도로도 경험을 해봐야 해서 가까운 고속도로도 2~3번 정도 달려보기도 했다. 정확히 체크를 안 해서 모르지만 길면 일주일에 두 번해서 5~6개월 정도 매형이랑 같이 연수를 진행하다가 운전연습을 마무리하였다.


가까운 병원은 유모차를 끌고 다녔었고 처음으로 거리가 먼 병원을 운전을 배운 지 5개월 만에 아이들을 태우고 다녀오게 되었다. 따로 세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을 태우고 병원과 헬멧업체를 포함해서 수십 번은 다녀온 거 같다. 개인적으로 차가 필요하면 운전하라고 매형이 얘길 했지만 진료 때문에 병원을 2번 간 거 빼고는 전부 아이들을 위해서 차를 썼다. 주차와 운전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도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 말고는 운전을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요즘에도 평일에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는 건 삼촌이 전담하고 있다.(주말에는 아빠가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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