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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저축가 Apr 17. 2024

병원에서 1시간을 울지 않고 기다려준 남자 조카아이

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전지적 삼촌 시점)

아이들이 한번 아프면 빨리 낫지 않아서 병원을 여러 번 다녀야 한다. 게다가 쌍둥이들은 매일 붙어 있으니깐 한 명이 아프면 곧 다른 애도 아프게 된다. 


여자아이는 다 나았는데 남자아이가 아직 콧물이 코안에 차 있어서 뱉지도 못하고 들이마시고 있어 답답해해서 소아과에서 이비인후과로 병원을 옮겼다. 보통 우리 아이들이 아프면 가는 소아과가 있는데 차로 움직여야 돼서 항상 주차가 신경이 쓰인다. 그 병원은 주차장이 없다.(주차 공간이 협소해서 주차가 불가능하다) 오늘 가는 이비인후과는 집이랑 가까운 동네 병원이라서 걸어갈 수 있어서 그 점은 좋다. 


병원을 갈 때는 평소 어린이집 하원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데리고 온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2인용 유모차에 태우고 할머니가 집으로 데리고 오신다. 오늘은 할머니가 여자아이를 돌봐주고 삼촌이 남자아이를 한쪽 팔에 안고 병원으로 간다. 아이들이 지금은 걸어 다닐 수 있지만 골목에 오토바이나 자전거, 차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신경이 쓰이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병원에 빨리 다녀오기 위해서 무겁지만 팔로 안고 데리고 갔다. 


병원 건물에 도착해서는 내려서 삼촌 손을 잡고 걸어서 들어갔다.  평소에 다니는 소아과는 어린이들 전용 병원인데 반해 이비인후과는 어른들을 상대하는 병원이다 보니 분위기라든지 여러 면에서 아이들을 위한 맞춤은 아니다. 남자아이를 지켜본 결과 낯선 장소나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경직되고 긴장하고 얼어버리고 불편해하는 걸 느낀다. 오후에 병원에 간 거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라 예상했는데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우리 앞에 11명이나 대기가 걸려 있었다. 남자아이를 삼촌 무릎에 앉히고 무작정 기다렸다. 


아무 생각 없이 아이만 데리고 병원에 온 거라 기다리는 아이를 보니 너무 심심하고 지겨울 거 같아서 미안했다. 장난감이나 아이들용 과자정도를 챙겨 왔어야 했는데 병원에 와서 그 생각을 하게 됐다. 30분이 지나고 삼촌한테 거의 누워있는 상태로 안고 있었는데 할게 너무 없어서 남자아이가 손가락을 빨고 놀다가 손가락으로 혀를 튕기면서 놀았다. 진료를 보기 위해 1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아이한테 미안하면서도 병원에서 울지 않고 기다려줘서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원래 활발한 아이인데 주변 환경이 낯설어서 가만히 있었던 거 같다.


이비인후과는 자주 올일 없지만 다음에도 동네 병원에 오게 되면 그때는 장난감이나 과자나 손수건, 물은 꼭 챙겨 와야겠다. 약을 타고 남자아이를 팔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자전거가 지나가는 걸 보면서 오토바이네, 자전거네(아이의 언어인 옹알이로)라고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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