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
사랑스러운 조카들을 보면서 요즘 염려가 되고 신경이 쓰이는 게 한 가지가 있다.
어른들이 봤을 때 들어줄 만한 게 아닌데 떼를 쓰고 울면 안 들어주려고 하고 있고 어린이집 등원 때 유모차를 안 타겠다고 울고불고하면 최악의 경우 어린이집에 안 보낼 각오를 하고 고집이 꺾일 때까지 내버려 두려고 하고 있다.(그래도 여태껏 떼를 써서 어린이집에 안 간 적은 아직 없다)
맘마를 안 먹겠다고 하거나 맘마를 먹는 도중 아이에게 필요한 걸 도와주거나 잘못된 행동을 못하도록 했을 때 거부하고 고집을 부리거나 울면 예전에는 "정해진 양의 밥은 다 먹어야 되는데 못 먹으면 어쩌지?"하고 신경이 쓰이고 어찌해야 하나 난감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의 엄마와의 의견일치로 떼를 쓰면 그냥 두거나 정해진 맘마시간을 넘기면 식사를 끝내버려서 맘마를 덜 먹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여러 번 겪으면서 스스로 깨닫고 고쳐질 거라고 본다. 물론 좋아지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맘마를 먹을 때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고 우는 건 덜해진 거 같다. 여자아이는 맘마를 곧잘 씹는 편이라 수시로 씹어먹으라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아이가 예나 지금이나 맘마를 잘 먹기는 하는데 한 두 번 정도만 씹고 그냥 삼켜버린다. 그리고는 밥을 빨리 다 먹어버린다. 다 먹고 또 달라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 얘기로는 조카 남자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밥을 제일 빨리 먹는다고 한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안 씹고 삼키는 거 같다. 밥을 많이 잘 먹는 건 좋은데 몇 번 안 씹고 삼키니깐 걱정이 된다.
맘마를 먹을 때마다 "꼭꼭 씹어서 많이 먹자"라고 여러 번 얘기하니깐 성인이 잔소리를 들었을 때 나오는 표정과 반응을 한다.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안 들으려고 한다. 태어난 지 2년이 안된 남자아이가 삼촌의 말을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밥그릇에 담긴 밥을 스스로 뜨도록 가르쳐서 이제 숟가락으로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자기가 직접 뜨고 있긴 한데 아직 서툴러서 밥을 덩어리째 듬뿍 떠버린다. 가끔은 어른들한테 직접 떠서 입에 넣어달라고 한다. 옆에서 보다가 "많이 떴네. 조금 줄이자"라고 하면서 줄여준다.
처음에는 자기가 숟가락을 뜨는데 제동을 거니깐 마찬가지로 소리를 지르거나 고집을 피우고 울기도 하고 밥을 안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 강도가 약해지고 밥을 줄여줘도 먹고는 있다.(지금도 완전히 받아들인 건 아니고 약간의 반발은 있다) 음식물이 이미 아이의 입에 들어간 후의 행동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옆에서 반복적인 말 밖에 하질 못하다 보니깐 아이가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듣기 싫어한다. 너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려고 삼촌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혼내는 건 아닌데 말이다.
남자아이가 예전에 엄마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했을 때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는데 엄마가 출근하고 나서 삼촌 무릎에 앉혀서 엄마가 일하러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니깐 얘기를 듣고 있으면서 울음을 그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남자아이를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면 어느 정도 통한다는 걸 느꼈다.
오늘도 고집 피우면서 울고 잠깐의 소란을 마치고 나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할 때 말로써 네가 왜 밥을 씹어 먹어야 하는지, 삼촌이 너를 싫어해서 지겹도록 같은 얘길 반복하는 게 아니라 삼촌도 얘길 그만하고 싶은데 "꼭꼭 씹어먹지 않고 삼키면 몸이 아야 한다, 너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얘기란다"라는 걸 차분하게 몇 번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남자아이의 표정을 지켜보면 조금은 얘길 듣는 것처럼 보였고 그전보다 한 두 번은 더 씹는 거 같아 보였다.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하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설명을 하고 이해를 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