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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저축가 Jun 10. 2024

집에서 잘때 입던 옷을 입고 어린이집에 등원한 남자아이

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

아침 맘마를 먹고 치카치카(양치)도 하고 손을 씻고 세수도 끝내고 엄마가 남자아이랑 여자아이랑 둘 다 머리를 묶어 주었다. 여자아이는 양갈래로 묶고 남자아이는 가운데 위에 하나 묶어주었다. 


엄마의 회사 출근시간이 돼서 아이들이 배웅을 해준다. 현관에 유모차가 있어서 엄마가 보여서 아이를 한 명씩 안고 엄마랑 배웅을 해주다 보니 엄마가 때가 되면 안아달라고 한다. 손을 흔들고 빠빠이를 한다. 엄마가 회사 출근한다고 배웅을 할 때까지 남자아이는 별다른 소란 없이 그런대로 잘 넘어갔다. 여자아이는 맘마 먹을 때 에피소드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어느덧 어린이집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보통 아이 한 명을 옷을 입히기 위해 어른 2명이 달라붙는다. (주로 할머니와 삼촌, 가끔 아빠, 응가를 엄마가 출근 전에 일찍 했을 때는 엄마가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혀준다)


아이들이 얌전히 앉아서 순순히 협조를 해주면 어른 한 명이 옷을 입히는 건 쉽게 가능하다. 하지만 안 입겠다고 고집부리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칠 때는 2명이 한 팀이 되어 한 명이 아이를 잡아주고 다른 한 명이 위에 옷부터 벗기고 입히고 기저귀도 갈고 양말도 신긴다. 삼촌이 남자아이를 앉혀서 잡고 할머니가 옷을 입히는 팀워크를 발휘한다. 


옷을 갈아입기 전에 응가를 했다면 응가를 하고 엉덩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교체해 주면 되는데 응가를 하지 않았다면 옷을 갈아입을 때 기저귀도 교체하게 된다. 


매일 아침마다 하는 일이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그때그때 다르다. "어린이집에 가려면 옷을 갈아입어야 돼.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야"라고 말해주었는데 남자아이는 옷을 안 입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어린아이의 옷을 입혀 본 부모들은 공감하겠지만 아이가 덩치는 작아도 온 힘다해서 버티기 때문에 힘이 보통이 아니다. 혼자서 감당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옷을 입히는데 어른 2명이 필요하다. 


가끔 옷을 잘 입을 때는 잘 입기도 하는데 오늘 남자아이는 옷을 안 입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악을 쓰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중이다. 힘으로 붙잡고 강제로 옷을 입히기는 싫은데(아이에게 부정적인 감정이나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가 없다. 


위에 옷을 겨우 벗기고 갈아입히고 이제는 기저귀를 간다. 기저귀도 안 벗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안 입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기저귀랑 바지를 입혀 놓으면 발로 차서 다시 빼 버린다. 힘으로 붙잡고 겨우 바지까지 입혔다. 날이 더워져서 반팔, 반바지를 입히는데 오늘 양말은 짧은 게 아니라 긴 양말이다. 긴 양말은 신기는 게 힘든 미션이다. 남자아이는 여전히 울고 불고 악을 지르면서 완강하게 거부 중이다. 


양말과 옷을 다 입혔는데 남자아이는 처음에 입고 있던 바지(집에서 입는 옷)를 손에 쥐고 악을 쓰면서 누워서 발버둥을 친다. 옷을 입히는데 실랑이를 하면서 평소 집에서 어린이집을 출발하는 시간이 돼버렸다. 


아직 유모차도 못 타고 신발도 안 신은 상태이다. 바닥에 누워서 입던 바지를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고 불고 난리 중이다. 이래 가지고는 남자아이를 데려갈 수가 없다. 타이르고 혼을 내도 소용이 없다. 어른들끼리 대화로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 있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해결 방법이 없어서 답답하다.


아이의 눈치를 보아하니 집에서 입고 있던 옷을 갈아입기가 싫은 거 같아서 하는 수 없이 바지만 벗기고 집에 서 입던 바지를 다시 입혔다. 집에서 입던 옷은 위아래 얇은 긴 옷이다. 양말이 길어서 어울리지 않아 양말을 벗기니깐 이제는 긴 양말을 부여잡고 악을 쓰면서 울고 불고 난리를 친다. 


할머니도 지치고 삼촌은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는다. 아까 전에는 긴 양말을 신기 싫어했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이제는 긴 양말을 다시 신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상태이다. 할 수 없이 신기기 어려운 긴 양말을 다시 신기고 긴 양말을 여러 번 접어서 짧게 만들었다. 


평상시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시간을 지나버렸다. 이제는 붕붕이(고래 자동차)를 타겠다고 악을 쓰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친다. 붕붕이가 삼촌방에 있는데 꺼내서 줬다. 삼촌도 지치고 짜증이 나서 그냥 내버려 뒀다. 여자아이만 유모차에 먼저 태웠다. 남자아이는 아까부터 어린이집을 당장 안 보낼 각오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가지 않으면 할머니가 힘들어진다.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하고 아이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아빠가 씻고 나와서 약간 구슬리니깐 유모차로 간다. 신발도 신기고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어린이집으로 데려다준다. 오늘은 남자아이가 결국 원하는 대로 해준 상황이 돼버렸다.


여태껏 어린이집을 가기 위한 준비 과정 중에 오늘처럼 집에서 입던 옷을 다시 입고 갔던 적은 처음이고 뭘 할 때마다 다 꼬투리를 잡고 완강하게 거부했던 적도 처음이었다. 아침부터 지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음에도 이 정도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냥 보내지 말아야겠다.(할머니만 힘들어지는 상황) 

아이가 다시 가겠다고 보내달라고 하기 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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