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
오늘은 엄마랑 아빠가 하루종일 아이들이랑 함께 보낼 수 있는 출근을 안 하는 주말이다.
평소보다 살짝 늦게 일어나고 아침도 조금 늦게 먹었다. 아침 맘마를 다 먹고 하이체어(아이들용 식탁)에 앉아 있었는데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한 녀석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이도 덩달아서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소리 지르면 안 돼. 소리 지르지 마. 소리 지르는 건 나쁜 거야"라고 말을 했다. 그렇게 말을 해도 전혀 신경을 안 쓰고 계속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청개구리 습성이 있다. 삼촌도 옆에서 소리 지르지 말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통하지가 않는다.
쌍둥이 녀석들이 조금씩 크면서 떼를 쓰고 고집을 피우고 말을 안 듣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맘마를 먹거나 기저귀나 옷을 갈아입거나 씻기 등등 꼭 해야 하는 일들도 하기 싫다고 떼를 쓰면서 강하게 거부를 한다.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육아방법 중 한 가지를 엄마랑 삼촌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아이가 잘못을 하게 되면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두거나 벽을 보면서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방법이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그 방법이 떠올라서 한번 해보자고 엄마랑 의견일치를 보았다. 평일에는 시간에 쫓겨서 할 수가 없지만 주말에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둘 다 하이체어에서 내려오게 해서 싱크대를 바라보게 앉혀서 훈육을 시작해 보았다. 삼촌은 남자아이를 훈육시키고 엄마는 여자아이를 훈육시켰다. 아빠는 잠깐 밖에 나가서 없었고 엄마랑 삼촌만 집에 있었다. "소리 지르마. 소리 지르는 건 나쁜 거야. 소리 안 지를 거지?"라고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하려고 거부하고 소리를 지르고 몸을 돌리면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앉히면서 싱크대 쪽을 향하게 하면서 "소리 지르면 안 돼. 소리 지르는 건 나쁜 거야. 소리 안 지를 거야?" 하고 아이의 입에서 소리를 안 지르겠다는 대답을 듣길 기다렸다. 아이가 그 질문에 스스로 "응"이라고 한다면 그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고 느낀다. 예전에도 약속을 하고 "응"이라고 대답을 하면 진심이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스스로 잘못한 걸 알게 하고 다음에는 안 하게 유도하려고 질문을 하는데 순순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
대략 10여분 정도쯤에 여자아이는 "소리 안 지를 거지?"라고 엄마가 물으니깐 "응"이라고 대답을 했다. 몇 번을 되물어서 같은 답을 들었다. 여자아이는 이제 반성의 시간을 마치고 다시 화기애애하게 엄마랑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훈육을 할 때 친구나 다른 사람이 같이 있을 때 하는 건 아이한테 수치심이나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삼촌이 남자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고 여자아이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다시 질문을 하면서 훈육을 시작했다.
벽을 보는 걸 거부하고 안 하려고 해서 그냥 앞으로 돌려 삼촌을 바라보게 하면서 질문을 반복했다. 남자아이는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일어서려고 움직이면서 발버둥을 쳤다. 울기도 하고 거부도 하면서 처음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래도 못 나가게 붙잡으면서 잘못한 거라는 걸 알려주려고 했다. 조금 지나니깐 막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려고는 하지 않고 그냥 스스로 삼촌 앞에 앉아서 울면서 거부를 했다. 삼촌은 네가 잘못한 거라고 알려주면서 "소리 안 지를 거지?" "소리 안 지른다고 대답해야 나갈 수 있어"를 반복해서 물어봤다.
그러다가 아이에게 변화를 감지했다. 조금 분위기가 바뀐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남자아이가 잘 때 베는 베개를 가지고 삼촌한테 왔다. 삼촌은 계속 같은 질문을 하면서 "소리 안 지를 거야?"라고 물으니깐 그제야 작은 목소리로 "응"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다시 확인하려고 몇 번을 더 물어보니 이제는 확실하게 자기 입에서 "응"이라는 대답을 한다. 삼촌이 느끼기에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이다. 강한 거부와 반성의 시간을 가진 지 40~50분 만에 나온 긍정의 반응이다. 이 방법으로는 처음 해본 훈육인데 아이의 고집을 꺾고 마음을 변화시킨 거 같아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반성의 시간은 끝이 나고 남자아이를 안아주면서 살짝 다독여주었다. 그리고선 거실로 나가서 남자아이와 같이 놀아주었다. 남자아이는 언제 울고 불고 했느냐는 듯 평소처럼 웃으면서 활발하게 놀고 있다.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어른들이 아이에 대해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화내거나 혼을 내면 상처를 받고 마음에 두고 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삼촌도 처음에 그런 염려를 했었는데 그 상황이 지나가고 화가 풀어지면 울었던 기억은 완전 초기화가 되는 거 같다. 쌍둥이들을 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감정을 실어서 아이가 충격을 받을 정도로 심하게 혼을 낸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