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
여느 때처럼 똑같은 일상이 시작되는 아침이다. 쌍둥이들은 침대에 서로 칸막이가 있어 공간은 나눠져 있지만 엄마&아빠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긴 한데 잘 자고 있는 애들을 깨우는 건 좋지 않다고 엄마가 생각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깨기를 기다린다. 기상 시간보다 길면 10분~20분 정도 안에는 잠을 깨고 거실 밖으로 나온다.
엄마가 남자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평소와는 뭔가 다르다. 엄마가 바닥에 앉혀 놓았는데 남자아이는 "아야 아야"를 계속 외친다. 엄마가 말하기를 남자아이가 일어서지를 못하고 아프다고만 한다. 평소에는 남자아이가 방문을 직접 열고 걸어서 나온다. 이상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엄마&아빠랑 쇼핑몰에 가서 걸어 다니기도 하고 아무 문제 없이 잘 놀다가 잠이 들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걱정도 되고 어찌해야 하나 싶다. 우선은 기저귀를 갈고 엄마가 "하이체어(아이용 식탁)에 올라가서 앉을래?"라고 물으니 "응"이라고 대답을 해서 일단 아이를 들어서 앉혔다. 남자아이는 앉아서도 계속 "아야"를 말한다. 할머니가 "맘마를 먹어야 빨리 낫는다"라고 밥을 먹자고 권하신다.
맘마시간이니깐 밥은 먹고 치카도 하고 바닥에 내려줬다. 평소에는 워낙 활발해서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해야 하는데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질 못하고 아프다고만 말을 한다.
욕실용 앉는 의자를 화장실 바닥에 갖다 두고 엄마가 남자아이를 앉히고 손이랑 얼굴을 씻겼다.
예기치 않게 갑자기 큰 문제가 생겨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 출근시간이 되어서 엄마는 출근을 하고 집이랑 나름 가까운 곳에 있는 대학병원에 데려가기로 하고 아빠가 병원에 전화를 해봤다. 당일날 예약은 안되지만 그래도 전화로 접수를 하고 병원에 가서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통화를 하니 아이들을 치료하는 부서가 있긴 하지만 내과 전문이라서 정형외과 진료는 볼 수 없다고 했다. 큰 병원이라 당연히 거기로 가면 되겠거니 안심했는데 안된다고 하니 당황스럽고 어디로 가야 하나 싶었다. 아빠랑 삼촌이랑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찾아봤다. 일반 정형외과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이라 아이전용 병원을 찾아보고 거기로 가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판단했다. 엄마가 카톡으로 알려준 병원이 있어서 보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곳이었다.
평소에 옷 갈아입는 걸 협조를 잘 안 해줘서 오늘도 거부하면 집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데려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아빠가 "옷 갈아입을까?"라고 물으니깐 "응"이라고 대답을 해서 다행히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병원에 가기 전 할머니가 유모차에 여자아이만 태워서 등원을 시키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셨다. 아빠가 회사에 연락을 하고 병원을 같이 가려고 했는데 굳이 셋이서 갈 필요는 없을 거 같다고 삼촌이랑 할머니가 얘기를 했다. 엄마&아빠의 휴가는 최대한 아껴두어야 한다. 쓸 일이 많이 생기고 항상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할머니랑 삼촌이 대신 움직이고 있다. 아빠는 출근을 하고 할머니랑 삼촌이 남자아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갔다.
처음 가보는 병원인데 위치는 평소에 쌍둥이들이 아프면 갔던 병원 바로 건너편이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을 케어해 주는 여러 병원들이 위치해 있는 거 같다. 남자아이는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해서 삼촌이 앉고 다녔다. 엑스레이부터 먼저 찍었다. 병원을 자주 가서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적응이 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파서 그런 건지 울지도 않고 순둥이처럼 협조를 잘했다.
엑스레이를 찍은걸 보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별 이상은 없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지만 문제는 아이가 계속 아프다고 하고 일어서지를 못하는 것이다. 약을 이틀 치 받고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왔다.(병원 다녀오는 길도 순탄치가 않았다) 남자아이는 오늘 하루 당연하게도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다. 하루 종일 남자아이를 돌보고 붙어 있어야 하니깐 할머니가 힘드시고 손발이 묶이고 일이 많아지신다.
집으로 와서도 계속 걷지 못하고 앉아 있는 걸 보고 삼촌은 나갔다가 들어왔다. 할머니의 말씀이 계속 못 걷고 있었는데 조금 전부터 걷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남자아이가 걷는 모습을 지켜보니 평소 때의 걸음걸이는 아니었고 조금은 불편해 보였다. 그래도 아침에 전혀 걷지를 못하던 거에 비하면 나아진 거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녁때가 되어서도 잠자기 전까지 완전하진 않지만 나름 잘 돌아다니고 잘 놀고 그랬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거나 다리가 아프다고 했던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일어서지를 못하니깐 놀라긴 했지만 엑스레이도 찍고 병원을 다녀와서 안심이 되긴 했다. 쇼핑몰에 가서 많이 걸어 다녔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게 다리에 무리를 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밤에 잠잘 때는 무난하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