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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저축가 Jun 13. 2024

맘마를 먹지 못하고 소파에 누워서 끙끙 앓는 남자아이

삼촌의 쌍둥이 육아일기

오후에 어린이집 하원을 시킬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린이집에서 남자아이가 열이 39도가 넘어서 해열제를 먹였으니깐 참고하라고 말이다. 


오늘도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가서 쌍둥이를 태우고 하원을 하셨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평소랑 다름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남자아이를 유모차에서 내리고 여자아이도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려고 했으나 여자아이는 안전벨트를 붙잡고 자기가 끼워본다고 안 내리고 집중하고 있었다. 


요즘 여자아이는 바로 내리질 않고 안전벨트를 스스로 끼워보려고 시도하면서 논다. 남자아이만 우선 잘 타일러서 할머니가 화장실에 데려가서 손을 씻겼다. 쌍둥이들이 밖에 나갔다 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손을 씻는 일이다. 물론 순순히 협조를 할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아서 설득을 시키는 게 관건이다. 


여자아이는 유모차에 혼자 내버려두었는데 인기척을 해서 가보니깐 그제야 내려 달라고 한다. 여자아이를 내리고 손을 씻겼다. 여자아이는 손을 씻으러 가는데 준비과정이 길다. 손에 쥐고 있는 장난감을 어느 자리에 옮겨둘지 왔다 갔다 하고 토끼한테 빠빠이를 해야 하고 장난감한테도 빠빠이를 해야 하고 한 번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쌍둥이 둘 다 손을 씻기고 조금 있다가 남자아이가 "밥" "밥" 그러면서 하이체어를 식탁옆으로 끌고 온다. 하이체어를 옮기고선 올라가려고 매달려서 삼촌이 올려준다. 


벨트를 끼우고 턱받이를 하고 밥을 주려고 하는데 남자아이가 배를 만지작 거린다. 옷에는 판다 그림이 있어서 아까 전에도 판다를 가리켜서 판다를 가리키는 줄 알았다. "응 그건 판다지"라고 대답해 주었다. 근데 계속 배를 만지면서 끙끙 거린다. 그제야 삼촌이 "배가 아파?"라고 물어보니깐 배를 만지면서 끙끙 거린다. "내려갈까?"라고 물어보니깐 거부를 하지 않는다. 


바닥에 내려놓으니깐 남자아이가 소파로 올라간다. 그러더니 소파에 누웠다. 22개월인데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아파도 어디가 아프다고 자세한 표현을 하질 못한다. 삼촌이 옆에서 배를 만져주었다. 그래도 계속 끙끙거렸다. 여자아이는 괜찮으니깐 하이체어에 앉아서 맘마를 먹는 중이다. 


할머니가 상태를 보니깐 체한 게 아닌가 라는 말을 하시면서 집에 매실액이 있어서 물에 타서 조금 주었다. 달아서 그런지 잘 먹었다. 다 먹고 나니깐 더 달라고 하고 컵을 손에서 놓질 않았다. 매실도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하셔서 남자아이에게 나중에 준다고 얘기하셨다. 할머니랑 삼촌이랑 번갈아가면서 배를 문질러 주었다. 


남자아이는 아파서 그런지 가만히 누워있질 못하고 누워있다가 엎드렸다가 몸을 세웠다가 머리를 옮겼다가 자세를 계속 바꾸었다. 쪼끄만 게 힘없이 누워있으니깐 짠하고 안돼보였다. 그러다가 남자아이가 "밥" "밥"이라고 말을 하면서 맘마를 먹고 싶어 하는데 지금 봐서는 체한 거든 속에 탈이 난 거 같아 보여서 밥을 먹으면 더 안 좋을 거 같아 밥을 줄 수가 없었다. 


아파서 계속 소파에 누워있다가 나중에 엄마가 퇴근을 하고 집으로 왔다. 그전에 엄마한테 남자아이가 아프다고 미리 말을 해놔서 엄마가 병원을 알아봐 두었다. 집이랑 가까운 곳에 아이들을 치료해 주는 늦게까지 하는 병원이 있다고 해서 남자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병원을 데리고 갔다. 병원에서는 장염 초기증상이라고 했다. 


병원에 간 사이 할머니가 죽을 끓여 놓으셔서 남자아이는 늦은 시간에 맘마로 죽을 먹었다. 그동안 주로 할머니가 남자아이 배랑 등을 문질러주고 매실도 마신 게 효과가 있었던 건지 아이의 상태는 좋아졌다. 맘마를 다 먹고 약을 먹이고 엄마가 남자아이랑 여자아이 치카 치카를 시켜주고 잘 준비를 했다. 병원에도 다녀오고 밥을 늦게 먹은 덕분에 아이들은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잠을 자게 되었다. 상태가 호전돼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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