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쌍둥이 조카 육아일기
여자아이도 가끔 떼를 쓰긴 하지만 남자아이는 많으면 하루에 2~6번 정도 심하게 떼를 쓴다.
그동안 훈육과정에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떼를 쓰고 울고 난리를 치면 달래주려고 애를 썼다가 남자아이가 엄마든 삼촌이든 품으로 다가오고 안아주면 진정이 되고 울음을 그쳤다.(다가오는 게 떼를 그만 쓰고 멈추고 싶다는 화해의 제스처다)
그런 식으로 넘어가다가 매번 안아준다고 해결될 거 같지 않고 이건 옳은 방법이 아닌 거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잘못한 걸 얘기해 주면서 혼을 냈었다. 아이가 한 명이면 상관없는데 두 명이다 보니 옆에 있는 아이가 신경이 쓰였다. 내가 혼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보고 있으면 자존감이라든지 정서에 나쁜 영향을 줄 거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반대로 심하게 떼를 쓰는 걸 지켜보고 있는 아이도 즐겁게 놀지 못하고 신경을 쓴다. 그래서 잘못한 아이만 방에 데리고 들어가서 가만히 앉혀놓고 말로 훈육을 하고 한참이 지나 수그러든다 싶으면 안아주고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매번 데리고 들어가서 혼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혼을 내기도 했었고 이 방법들도 효과가 없는 거 같아서 무관심하게 대응해 보기로 가족들이 의견일치를 보았다. (훈육을 할 때는 가족전체가 협조를 해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 중에 한 명이라도 아이들에게 다르게 행동하면 그동안 해오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 돼버린다) 그렇더라도 아이가 심하게 난동을 피우고 발버둥을 치면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가끔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떼를 쓰는 이유는 각양각색이고 별거 아닌 아주 사소한 것에도 심하게 떼를 쓰고 멈추질 않는다. 심하게 울 때는 한 시간이 넘도록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쓴다.
맘마를 먹다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불편했던 건지 떼를 쓰기 시작하자 어른들이 무관심으로 대응을 했다. 그러자 남자아이가 자기 얼굴을 때리기 시작한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한 달 전부터 갑자기 자기 얼굴을 때리기 시작해서 오래가진 않고 금방 멈추긴 했었는데 이제는 떼를 쓸 때마다 얼굴을 때린다. 엄마가 "얼굴 때리는 건 나쁜 거야. 하지 마" 이렇게 말하면서 반응을 보일수록 더 때린다. (평소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서 특이한 행동이나 작은 변화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계속 얼굴을 때리면서 떼를 쓰는 걸 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엄마가 남자아이를 방에 데리고 들어가서 방문을 닫는다. 방 안에서 혼을 내고 말로써 훈육을 했다. 그래도 남자아이는 멈추질 않고 울면서 떼를 쓰는 소리가 거실에 들린다. 혼내는 도중에 남자아이와 엄마가 나왔다. 손수건에는 피가 묻어있고 얼굴 전체가 긁혀서 시뻘겋고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손수건에 묻은 피와 상처 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훈육을 꾸준히 해왔지만 남자아이의 떼를 쓰는 건 점점 더 심해지고 상태가 심각했다. 지금 고치지 못하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모가 아이를 때려서 그런 줄 오해하기 딱 좋은 얼굴이다.
남자아이는 혼나고 나면 혼을 내지 않은 다른 어른한테로 가서 안기고 달라붙는 경향이 있다.(나를 포용해 주고 안정을 취할 누군가가 필요해서 인 듯하다) 시간이 지나고 진정이 된 후 긁히고 피가 난 얼굴에 약을 바르다 보니 약으로 로션을 바르는 수준이었다. 떼를 쓸 때마다 얼굴을 때리고 긁어서 다친데 또 다치고 피가 또 나고를 반복했다.
남자아이를 관찰하고 발견한 건 호응이나 주위의 관심이 있으면 얼굴을 때리는 경향이 있다. 한 번은 떼를 쓸 때 숨어서 몰래 지켜보니 울면서 소리는 지르지만 얼굴을 때리지는 않았다. 얼굴이 상하고 상처가 나는 걸 보고 있기가 힘들어도 못 본 척 무관심하게 대응하자고 어른들끼리 다시 한번 의견을 모았다. 이 상태로 그냥 두면 심각해질 거 같아서 강력하게 대응해 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고 저녁때 엄마랑 아빠가 퇴근 후 같이 있는데 남자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상시보다 빨리 그쳤다. 특별하게 달래주거나 해준 것도 없었다. 아이들이 자러 가고 할머니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그전에 사건이 있었다. 어린이집 하원 후 할머니랑 쌍둥이들만 집에 있는데 남자아이가 울면서 떼를 썼다고 한다. 그때 할머니가 여자아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버리셨다.
남자아이는 20분 정도 방문 앞에서 떼를 쓰면서 울다가 할머니가 아이의 변화를 느끼면서 거실로 나오셔서 남자아이에게 그 행동은 잘못한 거라고 얘길 하고 남자아이가 안 하겠다고 "응"이라고 수긍을 하고선 마무리가 되었다. 평소에 우리도 생각을 했던 방법인데 아이를 혼자두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정서에 나쁜 영향을 끼칠 거 같아서 쓰지 않았었는데 효과를 본 것이다. 지금은 이 방법 말고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대처를 잘했던 건 남자아이를 좁은 방에다 두고 할머니랑 여자아이가 넓은 거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넓은 공간인 거실에 혼자 두었다는 점이다. 그 일 때문에 저녁때 떼를 쓰다가 빨리 잠잠해지게 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관찰을 해보면 떼를 쓸 때 "너 혼자 두고 다 방에 들어간다"라고 얘기를 하면 그 말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너 때 쓰면 안 놀아준다"라고 얘기를 해도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떼를 쓰는 걸 멈추고 나면 그래도 계속 놀아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몇 번 혼자 두고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방에 들어가 버리는걸 직접 경험하면서 나오는 효과이다. 최후의 방법을 쓰게 된 것이다. 여전히 떼를 쓰기는 하지만 그 시간이 줄어들고 강도도 약해지는 걸 피부로 느끼면서 그래도 이제는 얼굴을 때리고 떼를 쓰는 건 통제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보이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