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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리로 인생핥기 Apr 18. 2023

분노조절 잘해를 꿈꾸며

이성적인 대화 해보기

최근 들어 아이가 짜증을 부리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아마도 이사 후 엄마 아빠가 바쁘고 정리하느라 아이를 많이 돌봐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부분이 조금 있었어요.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일만 정리하고 봐줘야지 하다가 아이가 언제 돌봐주냐고 성을 내자 그만 짜증을 내고 맙니다.


아이는 왜 이렇게 요즘 짜증을 내냐며 짜증을 냅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아이도 부모도 지쳤습니다. 그 감정만 지나면 미안해지고 금세 화해하곤 했는데요, 그럼에도 그런 일이 또 반복되면 평생을 이렇게 짜증 부리는 가족이 되어야 하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와이프가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왜 이렇게 짜증을 낼까 고민해 봤는데, 부모가 짜증을 내니 아이가 그런 것 같다”며, “앞으로는 대화할 때 짜증 나는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라고 말이죠.


들어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화가 나면 나의 화를 조절하려고만 생각했지 그 화나는 감정을 배제하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 둘은 다르거든요. 이미 나 있는 화를 다스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화를 배제하는 것은 굳이 화라는 감정을 조절하지 않아도 당장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감정과 의사소통의 연결만 끊으면 되는 것이죠.


몇 년간 저의 고민이었던, 이른바 “분노조절 잘해”의 해법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최근 적용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이가 물을 쏟았다!

아이가 식탁 위에 물을 쏟아서 바닥과 옷이 온통 물천지가 되었습니다.


분노 버전

폭풍 잔소리와 함께 물 닦으라며 수건을 주었을 것입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겠죠? 하하)


분노 조절 잘해 버전

“OO아, 안 다쳤어? 물기 때문에 불편했겠다. 일단 이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까?”하며 수건을 주었습니다.


결론은 똑같지만 (아이가 스스로 물기를 닦는 것) 전달 과정이 달라지니 아이도 그냥 알아서 척척 물기 닦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밥을 먹습니다.




배고프다고 보챈다!


메인 반찬이 없어서 반찬거리(목살, 손질 오징어 등)를 주문했습니다. 한 20분쯤 걸린답니다.


그때 갑자기 아이의 보챔이 시작됩니다. 배고프다며 난리입니다. 반찬거리 오려면 20분이 걸리고 반찬거리가 오면 그제야 요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못 기다린답니다.


그럼 오징어는 금방 볶으니 오징어 먹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오징어는 싫다며 고기를 먹고 싶답니다. 고기는 양념을 하고 익히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기다릴 수 있냐고 묻자 못 기다린답니다. 그럼 오징어를 먹으라고 하니 오징어는 싫답니다.


이 대화가 반복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분노 버전

배달이 안 오는데 어떡하냐며 짜증을 버럭 내었을 겁니다. 짜증을 내면서 있는 반찬이라도 일단 먹으라며 주었겠죠.


분노 조절 잘해 버전

“배달 오려면 시간이 남았으니 밥을 먼저 먹을래?” 라며 이야기한 후 계란찜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다가와서 자기가 계란을 풀겠다며 숟가락을 저었습니다. 계란물이 조금 튀었을 때 아이가 절 보며 죄송하다고 어떡하냐며 묻습니다. 저는 괜찮다며 흘린 계란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요리를 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나 봅니다.


그렇게 짜증 도돌임표는 무난하게 지나갔습니다.




확실히 아빠가 짜증을 안 내니 아이도 짜증을 안 부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네요!


물론 이제 시작이지만 몇 년간 고민했던 문제의 해답을 찾은 것 같아 마음이 시원합니다!



오늘의 다짐


이제 시작인만큼, 그리고 시작이 반인만큼, 아이와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그리고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감정 차단 대화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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