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별 통보는 꽃이야

연인에게 차일 때 듣는 꽃같은 소리

by 꼬들윰

그가 나를 완전히 떠나가기로 선포한 순간. 그동안 고마웠고 미안 행복해. 그 상투적 멘트에 일방적으로 노출된 그 뒤로 나는 꽤 오래간 행복이나 염치도 감사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별의 말은 격려의 탈을 쓴 폭력이 분명하다. 던진 자는 유종의 미를 향해가지만 받는자는 그 심심한 인사치레에 무방비하게 터져버린다. 행복하라고? 꽃처럼 아름다운 말로 이 따위 일갈을 날리다니. 그닥 받고 싶지도 갖고 싶지도 않은 꽃이야. 하지만 선물을 받았으니 웃어주는 게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아니던가.


지금 네게 짓는 웃음은 껍데기야. 네가 건넨 꽃도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 이 주고 받음에는 실체가 없어.


행복해 잘 살아. 인생에 둘도 없이 값진 가치들이 무의미하게 바스러진다. 아무런 감흥 없는 주파수가 되어 내 귀에 깊게 다다르다 만다. 여기엔 입에서 입으로 따뜻한 온기를 주고받던 과거는 없다. 본래 이것이 우리의 거리였던 양 차가워진 입에서 멀찍이 떨어진 내 귀로, 그닥 특별하지 않게.


이별은 값진 가치를 가진 언어를 하곤 무엇보다 식상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따뜻하게 해석해야만 하는 의무를 띤다. 누구보다 쿨할 수 없는 내게 제발 더 따뜻하게 해석하라고 신호하며 나를 도리어 꽁꽁 얼린다.


그 덕에 나는 더욱 얼어붙었다. 그 뒤로 행복한다거나 잘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이며, 그것이 무엇이 중한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를 한동안 잃게 된 순간 나는 자연스레 다른 감정을 만끽하는 일에도 무뎌졌다. 다들 잘 살아보자고 살아간다는데, 잘 사는 것은 대체 무엇이었던가.


이별의 언어는 예쁜 꽃다발이다. 꽃잎들이 싱그러운 얼굴을 하고 내 품에 한아름 안긴다. 한송이 한송이 모두 잎부터 줄기까지 푸석하게 말라 툭 치기만 해도 지푸라기처럼 바스러져 버릴 준비를 할 때까지 내 품에 안겨있다. 꽃은 마르기 마련이고 마음도 쉽게 마른다. 그러니 슬픔 또한 이내 마른다.


그래서 이별통보는 꽃 같다. 애지중지 관리하지 않은 꽃은 메마르면 먼지가 낀다. 받을 땐 애써 미소 짓고 이내 처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1. 허세에 속아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