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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21. 2021

떨림과 울림

비견, 겁재, 식신, 상관, 정재, 편재, 정관, 편관, 정인, 편인

  한참 명리 공부에 몰두하고 있을 때,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 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울림은 독자의 몫이다.'라는 프롤로그의 문장은 책을 읽는 내도록 선명한 느낌으로 체험되었다. 저자의 바람대로 물리(物理)에 대한 이해가 떨림으로 전해져 왔고, 명리(命理)에 대한 생각의 폭이 한층 넓어지는 설렘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경험은 나만의 진동으로 강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 고유의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고,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동이다. 인간은 매우 느리거나 빨리 진동하는 초음파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는 한정되어 있다. 빛은 마이크로파,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인간이 볼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으로 한정되어 있다.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은 빛과 소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사람은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다.




  사물뿐 아니라, '나'도 '너'도 '사회'도 고유의 진동수로 진동하고 있다. 눈을 감고 가만히 느껴보자. 내가 보고 듣지 못하는 빛과 소리에 대하여. 여전히 잘 되기를 바라는 '나'라는 사람만이 가진 떨림에 관하여.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너'라는 사람만의 울림에 관하여. 보이고 들리고 예측하고 판단하는 것 너머 본연의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는 '존재'에 관하여. 눈을 감고 가만히 가만히 느껴보자.




  사주팔자의 여덟 개 글자들은 각각의 궁에서 고유의 진동수를 가진다. 일간의 진동은 다른 글자의 에너지들과 관계하며 파동이 합쳐져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상반된 파동으로 방향을 달리하며 멀어지기도 한다. 일간의 진동과 다른 글자들의 진동과의 관계에서 <십신>의 개념을 이야기할 수 있다. <십신>의 개념은 상생상극이라는 우주의 에너지 움직임을 인간 심리와 관계로 들여와 이야기한 것이다. 따라서 더욱 흥미롭게 여겨지고 친숙하게 들리는 개념이기도 하다.


  '십신'에는 비견, 겁재, 식신, 상관, 정재, 편재, 정관, 편관, 정인, 편인이 있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생소한 단어들일 수 있으나, 우주를 이야기하는 음양오행의 투박한 이해를 인간 안으로 들여놓은 정교한 도구가 '십신'인 것이다. '십신'을 통하여 인간의 심리와 삶의 흐름에 대해 읽어 나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명리를 인간 이해의 도구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십신'이다.


<십신 관계 표>


  십신은 일간을 중심에 두고 다른 글자들과의 상생상극 및 음양 관계를 파악하여 규정하는 것이다. 일간이 극하는 것과 극 받는 것, 생하는 것과 생 받는 것을 따져본다. 거기서 하나 더하여 음양 관계를 따져보며, 일간과 음양이 같으면 무정(無精)하게 관계하고, 음양이 다르면 유정(有精)하게 관계하게 된다. 따라서 일간을 중심에 두고 반복하여 그 관계를 익히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먼저 비견과 겁재를 살펴보자. 비견은 일간과 음양 오행이 모두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일간과 같은 글자가 비견이 된다. 겁재는 일간과 오행은 같으나 음양이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갑(甲)의 비견은 갑(甲)이 되고, 겁재는 을(乙)이 되는 것이다. 비견은 가까운 사람 즉 형제, 친구, 동료를 상징한다. 비견은 분별력, 친화력, 협력 그리고 경계심이라는 키워드로 그 심리를 설명할 수 있다. 겁재는 경쟁상대 혹은 모르는 타인들을 이야기한다. 겁재의 글자는 재성을 극하기 때문에 재성에 대한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을 상대하는 성분이므로 매력적일 수 있고 인기를 끌 수 있는 에너지이다. 뺏다 혹은 뺏기다의 상황에 관하여 유추할 수 있는 글자이다.


  식신과 상관은 일간이 생하는 오행을 말한다. 식신은 일간과 음양까지 같아서 무정하게 生을 한다. 상관은 일간과 음양이 다르므로 유정하게 生하는 것을 말한다. 식신은 일간에서 나오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1차적 본능 즉 생존 본능을 의미한다. 표현, 창의력, 생산, 현실성 등의 키워드로 식신의 글자를 설명할 수 있다. 상관은 일간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음양이 다르므로 유정하다. 따라서 그 에너지의 파워가 상당하다 할 수 있겠다. 상관은 파격, 혁신, 창의라는 키워드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며,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인다. 상관은 정관을 극한다. 정관으로부터 겁재가 극 당하는 것을 제어하기 때문에 타인을 대변하며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정재와 편재는 일간이 극하는 오행을 말한다. 정재는 일간과 음양이 다르므로 유정하게 극을 하고, 편재는 일간과 음양이 같으므로 무정하게 극을 한다. 정재는 일간의 의지가 반영된 영역으로 유정하게 극을 한다. 따라서 안정을 추구하며 근검절약하며 살아간다.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책임 있게 완수하는 모습을 정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편재는 일간이 무정하게 극을 하므로, 그 영역의 범위가 매우 넓은 것이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것이 편재이다. 에너지의 방향이 외부를 향하고 있어, 매우 즉흥적일 수 있고 일탈을 꿈꿀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시공간이 자유롭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편재의 에너지는 삶을 재미와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정관과 편관을 일간을 극하는 오행이다. 정관은 일간과 음양이 다르므로 유정하게 극을 하고, 편관은 일간과 음양이 같으므로 무정하게 극을 한다. 일간을 극한다는 것은 규범이나 조직의 틀에 일간이 순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자의 경우 관을 남편으로, 남자의 경우 관을 자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관은 일간을 유정하게 극하니 안정적인 틀이 될 수 있다. 안정적 직장이나 손님을 의미한다. 정관이 강한 에너지로 일간에게 작용하면 내가 인지하는 틀이 표준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지향이나 자기중심으로 흘러가는 일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편관은 일간을 무정하게 극한다. 따라서 자기희생이 따르며 강한 규범과 틀을 요구하는 직장과 사회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편관이 제어되거나 잘 활용되면 리더십이나 경쟁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인과 편인은 일간을 生해주는 오행을 말한다. 정인은 일간과 음양이 다르므로 유정하게 일간을 생하고, 편인은 일간과 음양이 같으므로 무정하게 일간을 생한다. 정인은 일간을 유정하게 생하므로 자기애가 강하며 적응력이 뛰어나다. 인내심, 수용, 참을성이라는 키워드를 적용하여 이야기할 수 있고 정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에너지이다. 편인은 일간보다 겁재를 유정하게 생한다. 따라서 이타심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할 수 있다. 독특한 사고방식, 몰입, 장인정신의 키워드를 편인이라는 에너지에서 읽어낼 수 있다.




  보통 십신을 명리학의 꽃이라 이야기하는데, 이는 명리의 이해가 인간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십신에 대한 공부는 오행의 상생상극과 천간 지지 글자들의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시간과 마음을 내면 충분히 익힐 수 있는 내용이므로 찬찬히 공부해 나가기를 권해 본다.



  천간과 다른 천간 간에 어떤 십신 관계가 있는지 반복하여 연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천간과 지지 글자 간의 십신 관계에 대한 연습과 훈련도 필요하다. 글자와 글자의 관계에서 십신을 유추하는 훈련 못지않게 해당 천간의 십신이 어떤 글자인지 바로 말할 수 있는 공부도 함께 병행하여야 한다. 십신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면 명리 공부에 있어 한 걸음 도약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어로 공부는 '쿵푸'이다. 우리는 흔히 쿵푸를 무술로 알고 있다. 무술이든 공부든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을 사는 일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특히 공부는 더욱 그러하다.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사주팔자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에너지들이 관계하며 만들어 내는 한 사람 고유의 진동수가 느껴진다. 여기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냥 그런 떨림과 울림이 있을 뿐이고 그러한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모든 존재는 완벽하다.

 

 고유 진동수를 가진 물체에 그 진동수로 진동을 가하면 진동은 엄청나게 증폭되는데, 이를 공명(共鳴)이라 한다. 함께 공(共), 울 명(鳴)이 그 한자 뜻이다.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 공명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물뿐 아니라, 나도 너도 고유의 진동수로 진동한다. 진동수가 딱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공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진동수가 일치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 혹은 '인연'이라 부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 고유의 주파수는 다른 많은 것들과의 경험을 통하여 공명하며 끊임없는 변화를 경험한다. 기쁨으로 벅찰 때가 있는가 하면 슬픔으로 가슴을 쥐어짤 때가 있다. 하나의 사건으로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마음은 내 고유의 주파수가 또 다른 주파수와 반응하며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그 마음을 떨쳐낼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럴 때가 되어 그런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 될 것이다. 내 고유한 울림을 이해하고 타인과 세상 모든 것의 고유한 진동을 존중하면 그뿐인 것이다.


  한 사람의 저자가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양(陽)의 세계로 드러낸 떨림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인연으로 한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한 사람의 독자는 활자를 통해 음(陰)의 내면으로 그 떨림을 전환하고 이내 울림이 되어 진동한다. 보이거나 들리는 것 너머의 세상에서 수많은 울림과 떨림이 공명하며 인연과 운명을 만들어 내는 우주의 한 시공간에서 우리는 명리(命理)를 공부하고 있다. 이 역시 참 좋은 인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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