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奇人)의 사전적 의미는 '성격이나 말, 행동 따위가 보통 사람과 다른 별난 사람'이다. 보통 사람과 다른 별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에 대한 기준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보통 사람'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기준은 외모도 아닌 것 같고 경제력도 아닌 것 같다. 학벌도 아닌 것 같고 성격도 아닌 듯하다. '보통'이라는 단어에 가두어 버리기에 '사람'이라는 존재는 너무나 변화무쌍하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이가 '보통'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또,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내가 '보통'의 범주에 들어갈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결론! '보통 사람'을 도통 찾을 수 없다. 기인이란, 보통 사람과 다른 별난 사람이라는 사전적 정의에는 오류가 있어 보인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기인(奇人)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성실한 아버지와 사랑을 실천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나는 이런 따뜻한 울타리가 '보통의 가정'인 줄 알고 살았다. 꿈을 찾아 떠나는 아버지들과 살림에 관심 없는 어머니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자식들 일에 무관심한 아버지들과 꿈을 찾아 떠나는 어머니들이 있다는 사실 또한 알지 못했다. 세 아이를 낳아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든 나는 '어머니'가 되었다. 살림은 엉망인 우리 집이 있고 늘 꿈을 찾아 떠돌며 직업 전선에서 허덕이는 어머니, 나의 모습이다. 쌓인 설거지와 아이들 가정통신문 확인을 뒤로하고 잠시 틈을 내어 글을 쓰는, 나는 기인(奇人)이다.
부모님 말씀에 순응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보통의 자식'인 줄 알고 살았다. 옷이 불편하다고 뒤집어져서 우는 아이, 화를 참지 못해 바닥에 들어 눕는 아이, 일주일이면 운동화 바닥이 달아나는 아이, 공부는 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는 아이. 집안의 모든 화장지를 다 뜯어서 눈꽃 축제를 벌였던 세 아이. 아~~~~ 그들은 내게 찾아온 기이하고도 기이한, 참으로 기이한 기인(奇人)들이다.
언제나 나는 사람들 속에 살아왔다. 하지만 늘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중심은 '나'였다. 그래서였을까. 이제껏 나 자신은 '보통'의 범주에 있고, 세상의 사람들이 특이하고 기이하다 생각해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범주를 설정하는 것이 무모하고 뻔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요즘, 내가 만난 수많은 기인들이 내게 있어 참으로 귀한 존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귀인(貴人)으로 찾아온 기인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사람 사는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 울고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운 기인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