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음의 쓸모 있음

창광선생님과 인터뷰 4부

by 몽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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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이 공부가 대중화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성태 선생님) 대중화가 너무 급하게 일어났지요. 100년에 걸쳐서 일어나면 착오가 좀 덜 했을 텐데. 너무 급하게 일어나다 보니까 생기는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명리학을 공부로 바라보고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을 모아가듯이 득템 해서 현장에서 써먹는 듯한. 내가 70세가 되면 우리나라 명리학 발전 과정에서 따라온 부작용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이선생님) 왜 70세까지 보류하시는 거죠?


(김성태 선생님) 시간을 좀 더 두고 봐야겠지요. 우리가 우리 손으로 책을 번역하고 해설하는 일을 못하고 있어요. 이제는 어느 정도 학자들이 나오니까 번역을 하기도 합니다.


(제이선생님) 저번에 저와 상담하실 때, 명리에는 사실(事實)이 있다고 이야기하시면서 선악(善惡)도, 피하(彼我)도 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김성태 선생님) 명리에는 선악이 없지요. 명리학이 대전제로 삼는 것은 용(用)입니다. 물건을 용도에 맞게 쓸 수 있어야지요. 선악으로 구분해서는 안됩니다.


(제이선생님) 용도에 맞게 쓰임이 있다. 그렇구나. 그때 그런 이야기하시면서, 명리학자는 봄이 와도 따뜻한 걸 느끼지 말고, 겨울이 와도 추운 걸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김성태 선생님) 명리학에 있어서 '주관'은 절대 용납이 안 되는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감성이나 감정에 치우치면 객관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지요. 그렇게 되면 안 됩니다.

(제이선생님) 이 공부는 아주 객관적인 학문이지요?

(김성태 선생님) 그렇지요. 객관적이지요.


(제이선생님) 그런데 이 공부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 외부의 시각에서 명리학은 객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김성태 선생님) 사실, 이 공부하는 사람도 객관성이 없지요. 명식을 대하면서 주관화시킬 수 있지요. 가령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상관만 보면 이혼시키려 한다거나 하는 사례를 생각해 보세요. 내 스타일이 아니면 나쁜 놈이라고 하는 등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을 해버립니다. 그러면 안 되잖아요. 모든 사람은 각자의 용도가 있습니다. 그 용도를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무용지대용(無用之大用),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 못 쓰는 물건은 없습니다. 역학자는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그러면 뭐 '나는 축구 선수만 상담할 거야', '나는 이혼녀만 상담할 거야' 이러면 안 되잖아요.


(제이선생님) 너무 많은 인생들을 접하셨잖아요.

(김성태 선생님) 그렇죠. <무당풍경>이라는 책을 쓸 때,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사연만 들으면 눈물이 나는 거예요. 이쪽저쪽이 없는 그냥 공허한 공간에 서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사람. 그러한 냉정함, 쌀쌀맞음. 뭐, 어떻게 이야기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필요했지요. 무언가 확 날려버려야 하는데 그간에 손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무당이 굿하는 것과 같이 형상화하면서 비보설을 한 번 써보았습니다. 그 소설을 쓰고 나니까 조금 홀가분하더라고요.


(제이선생님) 네. 쌓이셨던 것을 확 풀어내셨네요.

(김성태 선생님) <자전거>라는 거글을 쓸 때는 안타까움이 지워지지 않는 한에 관하여 생각했지요. 구조적 한은 사회적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개인적 한은 날려버려야 하잖아요. 역학자가 부끄럽게 한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너무 부끄럽지 않나요?


(제이선생님) 역학자도 사람인데 어쩌겠습니까.

(김성태 선생님) 안 된다니깐요. 그러면 안 된다고. 내 생각이 그렇다는 이야기인 거지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창광'과 '김성태'를 나누는 작업을 오랫동안 했지요.


(제이선생님) 창광과 김성태를 나누는 작업이라고요?

(김성태 선생님) 오래 했지요. 문을 '딸깍' 열고 들어 오면 '창광'이 되었다가, 문을 '딸깍' 열고 나가면 '김성태'가 되지요. 구분을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 '김성태'를 쳐다보면 이건 뭐. 10살도 안 된 것 같아요. '창광' 쳐다보면...


(제이선생님) 500살이십니까? (웃음)


(김성태 선생님) 사람들이 조금 무서워하고 그러지요. 존경도 해주고, 어디 가면 대우도 해주고. 그런데 '김성태'는 그렇지 않아요.


(제이선생님) 동심이 살아 있으신가요?


(김성태 선생님) 그렇지요.


(제이선생님) 명리학자는 여름이 와도 더운 것을 모르고, 겨울이 와도 추운지 몰라야 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창광'이실 때만 그렇고, '김성태'일 때 선생님은?


(김성태 선생님) (웃음) 물 보면 수영하고 해야 되잖아요.


(제이선생님) 네네,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명을 수도 없이 대하시고, 그 인생들을 다 봐오시면서 참 힘들기도 많이 힘드셨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성태 선생님) '사유관'이라고 하는 것이 있어요. '사유 체계'라고도 하지요. 나는 지금도 '이 시간은 나의 사유 체계를 넓히고, 사유관을 또 하다 하나 더 득템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만납니다. 가끔가다 사람은 이 세상에 머무를 까닭을 찾지 못할 때도 있고, 내일은 눈을 안 떴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고, 지구가 멸망할 때 고스란히 그냥 같이 멸망했으면 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이런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생길 때가 있어요.


손님에게도 '좋은 경험 하신 거예요'라고 이야기하지요. 내 특기가 그런 거예요. '이번에 돈이 안 벌렸어? 아직 안 벌린 거지요. 내일 벌리면 어떻게 하려고요?' 이런 식으로. 사유관이 '아직관'으로 바뀌었지요. '안 된다'는 것은 없어요 '아직 안 된 것이다'라고 말해야지요. 물론 키는 더 크지 않겠지만. 또 몸무게는 88kg이니 아직 100kg이 안 된 거지요. (웃음)


원대한 꿈보다는 자기부터 위로를 해야 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사람을 대하면 명리학 하면서 한도 안 쌓이고 억울할 것도 없지요. 보일 때 행복한 거예요. 보이잖아. 지금.


(제이선생님) 네, 보입니다.


(김성태 선생님) 사람들이 나쁘게 변하는 것은 부러움을 못 견뎌서 그래요.

(제이선생님) 타인이 부러워서.

(김성태 선생님)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게 젊음이거든요. 사실이에요. 본능적으로 젊음이 부러워요. 그래서 젊은 행사를 하려고 하다 보니까, 주변머리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세속적으로는 돈과 권력이 부러워서 그걸 쫓아가다가 앉은뱅이가 되기도 하고, 구차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부러워서 그래요.


(제이선생님) 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는 가운데서 불행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김성태 선생님) 그렇죠. 그러니까 부러움만 없으면 돼요. 그렇다고 부러움이 없으라니까...


(제이선생님) 자포자기는 안 된다, 이 말씀이시지요?


(김성태 선생님) 그렇지요. 그러니 검이불루(儉而不陋 )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말고, 화이불치(華而不侈) 화려하나 치장하지는 말라는 삼국유사의 이야기가 가장 어울리는 인생일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제이선생님) 네, 선생님. 오늘 너무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도 이렇게 살아가시면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들 고뇌들 많으셨을 것 같아요.


(김성태 선생님) '창광'과 '김성태'를 분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 힘듦이 있었지요. 남들이 볼 때 희한하기도 하기도 하고, 너무 달라요. 분리하는 데 오래 걸렸지만 분리하고 나서의 행복은, 뭐...


(제이선생님) 행복이 크세요? 내가 '나'로 사시면서 '창광'이라는 모습을 유지하시는 것인가요?


(김성태 선생님) 그렇지요. 제가 집이 절이에요. 그렇다고 스님은 아니에요. 절에 사는 사람이 저래도 되나, 역학자는 저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이야기도 듣지요.


(제이선생님) 선생님 농사지으시면 뭐 심으시고 싶으세요?


(김성태 선생님) 농사는 오랫동안 지었지요. 2000년쯤 귀농이 아니라 귀촌을 한 거지요. 시골로 내려간 건 농사지로 내려가는 건 아에요. 그래서 추수는 20년 동안 한 번도 못 해봤어요. 농사 지으려고 풀 뽑는 중이지요. 편백나무 153그루, 측백나무 30그루, 대추나무 72그루, 사과나무 30그루, 체리나무 6그루.


(제이선생님) 나무가 많으시네요. 뭐가 제일 애착이 가시는 나무세요?


(김성태 선생님) 없어요. 성공을 못 해봤어요. 시골 생활은 풀 뽑는 게 일이지요. 일본 사람들은 36년 있다가 갔는데, 뿔을 왜 안 가나 모르겠다. 우주에서 지구에서 뿔이 없으면...


(제이선생님) 선생님 풀이 없으면은 계절이 순환하지 않습니다. (웃음)


(김성태 선생님) 명리학 뭐 물으신다고 하셨는데,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흘렀네요.


(제이선생님) 아닙니다. 너무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에 앉아 계신 분처럼 이렇게 와서 계속 있으면서 공부하시는 분들도 많으신가 봅니다.


(김성태 선생님) 그렇지요. 지금은 제가 기운이 없으니, 한 시 두 시 이렇게까지는 안 하죠. 옛날에는 제자들이 많았죠. 밤 한 시 두 시까지도 공부하고. 지금은 안 돼요. 병우나 성수 있었을 때는 세 시까지 하고 그랬지. 20년 전이니까.


(제이선생님) 대단들 하십니다. 진짜.


(김성태 선생님) 지금은 하루 저녁만 새도 입이 부르틉니다. 하여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이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


(김성태 선생님) 저는 잘 살고 있을 테니까.

(제이선생님) 저도 열심히 공부해 보겠습니다.

(김성태 선생님) 집에 가서 남편, 아들 칭찬하기, 학교 가서 선생님들, 학생들 칭찬하기. 칭찬이야말로 최고의 교육법이고 대인관계법입니다.


(제이선생님)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좋은 시간 정말 감사드립니다.


https://youtu.be/O5mw28HDVhw?si=aBhZylC6VvRPNS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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