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선생님과 인터뷰 4부
(제이선생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번에 선생님과 통화할 때 격국과 용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용신이라는 것이 아주 여러 가지라는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격국 용신은 사회적인 것, 억부용신은 가정이나 성격적 측면, 조후 용신은 건강과 관련된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민 선생님) 명리 공부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말하게 되는 단어가 '용신'이지요. 낭월 스님 같은 경우는 '용신 찾아 삼만리'라는 말도 하더라고요. 요즘은 유튜브 등을 통해 명리를 공부하신 분들에 저에게 상담을 하러 많이 오십니다. 명리학의 저변에 넓어져서 그런 것일 텐데, 거의 와서 묻는 것이 자기 사주에 용신이 무엇인지를 묻지요. 그럼 제가 용신 알아서 뭐 하려고요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대부분 용신을 사주의 핵심 키포인트라고 생각하시지요. 틀린 말은 아닌데, 제가 상담과 강의 흔히 말하는 강호와 강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경험하며 느껴온 바로는 이론과 실제가 많이 다르다는 것이에요. 상담을 하다 보면 그래요.
이론 상으로는 분명히 이때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든지 할 때가 있어요. 실제 상담을 하면서 상당히 딜레마에 빠졌던 여러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이 상황을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지 나쁘다고 해야 하는지 이런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 들어서, 코로나 시대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상당히 힘들었어요. 그래서 빚만 지고 사업을 접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러면 이 사람은 백수가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하면서 사업이 망한 거예요. 사회적으로 할 일이 없어진 것이지요. 그런데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S대학에 합격하고,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처가 또 함께 가정의 경제적 문제를 함께 하려 노력하는 그런 상황이 있지요. 가정적으로는 천만다행이지요. 그럼 이것을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지 나쁘다고 해야 하는지. 반대되는 경우도 있어요. 대기업의 임원급이 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성공은 했는데, 가정적으로 이혼을 하거나 자녀와 갈등이 잦은 불화가 생기는 상황이 있어요. 이것을 또 좋다고 해야 하는지 나쁘다고 해야 하는지.
저도 명리를 처음 공부할 때 억부와 신강 신약 중심으로 공부를 했었어요. 신약한 사주를 봤을 때 무엇으로 인해서 신약해졌나를 보아야 합니다. 식상이 왕하고, 재성이 많아서 식상생재가 왕하게 되면 일간의 설기가 심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식상을 잘 억제해 주면서 일간을 도와주는 인성을 대체로 용신으로 봅니다. 이런 경우 기신은 재성이지요. 재극인을 하니까요. 그런데 대세운으로 보았을 때 재성운으로 가고 있어요. 억부중심 신강신약의 논리로라면 이 사람은 아주 나쁜 운이지 않겠어요? 그런데 제가 상담해 본 결론은 사업이 잘된다는 것입니다. 확장하려 하고 표정 관리가 힘들 정도로 사업이 잘됩니다.
쌍문동에서 제가 상담하던 시절에 그런 사주를 가지신 분이 사업운을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제가 좀 어렵겠다고 대답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사업이 잘되어서 확장을 하고 싶은데 확장을 해도 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사업이 잘 된다 하니 제가 확실한 답을 내릴 자신이 없더라고요. 제가 그때는 솔직하다면 솔직하고, 순진하다면 순진해서, 내가 공부하는 모임에 가서 선생님들에게 한 번 여쭤보고 다시 대답을 드리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모임에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러 갔어요. 그랬더니 이것은 망한다. 신약하고 재대운이니 좋지 않다고 세 분이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지금 현재 그분이 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말이에요. 세 분 선생님들 대답을 다 듣고 나서 이 분이 현재 사업이 잘 되고 있어서 확장하려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그때 선생님 세 분의 대답이 또 충격적이었어요. 한 분은 이 사람은 아마 시(時)가 틀린 사주일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두 번째 분은 지금 잘 나가도 소용없다, 내년 내후년이 되면 망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세 번째 분은 그럼 이게 종격으로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하는 거예요. 무슨 답이 없고 다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니, 내가 어떻게 이걸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고 나서 부산에서 제산 선생님 뵈었을 때 이 사주를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제산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이 멍청한 놈아' 이러시더라고요. 사주를 하나의 이론, 하나의 용신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길이는 자로 재지만, 몸무게는 저울로 잰다고 하셨어요. 아주 쉬운 말인데 멍해지더라고요. 사주에서도 무엇을 판단하느냐에 따라 관점을 달리 봐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셨지요.
이 사람의 사회적인 활동 즉 사업이나 직장, 학교와 같은 것은 격국 용신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지요. 격을 격답게 해주는 것이 격국 용신이지요. 건강이나 가정의 문제와 관련한 것은 억부용신으로 봐야 하지요.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면 안 되지요. 그때부터 이 말씀에 파고들었어요. 그동안 풀지 못한 사주와 상담 자료를 꺼내 놓고 다시 그 논리를 적용해서 살펴보니 맞는 거예요. 무언가 생각나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다시 살펴보고, 좋아가지고 앉아서 껄껄 웃고 그랬어요. 안 풀리던 게 풀리니까요. 집사람이 너무 공부를 많이 해서 내가 맛이 갔다고 생각했다니까요. 자다가 일어나서 나가서 웃고, 또 뭘 쓰고 있고 하니.... (웃음) 그게 공부의 환희 심이지요. 안 풀렸던 것이 말 한마디로 해결되는 경험이었어요.
그 후부터 제가 나름으로 정리한 것이 용신을 나눈 것이지요. 억부용신과 격국용신이 같은 경우도 많지만 그것들이 대치되는 경우 구분해서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격국용신을 한 마디로 요약해서 이야기한다면, 그 사주의 대표 육신을 뽑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사주에서 대표를 뽑는다는 것은 이 사람이 과연 무슨 일로 사회적 활동을 하며 활용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대표를 뽑을 때, 세력을 형성하고 중심이 될 수 있는 것이 월지 지장간에서 투간된 것으로 보지요. 이런 식으로 격국을 잡는 방법은 대동소이합니다. 그런데 격국 용신이라고 하는 것은 그 대표를 빛나게 해주는 참모와도 같은 것이지요.
그래서 격국용신은 사회적 활동 즉 직장, 사업, 진로, 적성, 진학 등을 볼 때 중심으로 봅니다. 가정적인 부분은 억부 용신을 중심으로 보고, 건강이나 궁합 때를 볼 때는 조후를 중심으로 봅니다. 용신은 하나이고 팔자 내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회적, 개인적, 건강적으로 용신을 구분하여 용어를 쓴 것이 90년대 하이텔 역학동호회 수련대회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었어요.
(제이선생님) 저도 선생님께 그 말씀 듣고 굉장히 와닿는 것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삶이 사회적인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인간은 너무 많은 것들과 관계하기 때문에 하나의 잣대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백민 선생님) 요즘 보면, 명리 하시는 많은 선생님들이 얽매이지 않는 것을 지향하시는 것 같아요. 다만 그것에 대한 정립이 잘 되어야겠지요. 제가 작년에 투병 생활 하면서 병원에 가보니, 전부 암 환자이던데요. 그분들과 이야기해 보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고 이야기해요. 돈 아무 소용없다, 명예 아무 소용없다. 그렇게 말하지요. 그런데 사업에 망하고 신용불량자로 쫓기다시피 지낼 정도로 돈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콩팥이라도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그러면 돈이 최고라는 말이 나오지요. 또 권력에 크게 당해 본 사람은 권력이 최고라고 하기도 하지요. 이런 식으로 개개인마다 중요도가 다르지요. 행복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리도 너무 고정된 틀 안에서 짜 맞추듯이 하면서 얽매어 있지 말기를 바랍니다.
(제이선생님) 참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자유롭게 명리학이라는 이 공부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백민 선생님) 그렇지요. 자연의 이치와 더불어서 명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고정의 틀 안에서 보면 헤어 나오지를 못하지요.
(제이선생님) 이렇게 제시된 커리큘럼이나 이런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나간 이후에 말이지요.
(백민 선생님) 당연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스스로 기본을 다지지 않고 공부를 이어나가는 것이지요. 기본적인 이론 체계를 제대로 공부한 뒤에 통합을 할 때, 그런 유연성을 가지고 융합을 시킬 수 있습니다. 기본적 이론 체계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 오늘 너무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쓰신 <명리학 개론> 책에서 제가 밑줄 그은 부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운명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나를 아는 자는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이 문장 옮겨 써서, 제 책상 앞에 딱 붙여놨습니다. 그래서 이 공부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백민 선생님) 저도 수십 년 동안 해오면서, 지금도 계속 공부하면서 느끼는 게 많습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공부, 상담했던 경험, 강의했던 것을 정리해서 책을 한 번 집필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정말 기대가 됩니다.
(백민 선생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웃음) 이제 나이나 연륜이나 경험이나 그럴 수 있겠지요. 너무 일찍 시작해서 겉늙어 버려 가지고 함부로 행동하기가 어려웠었는데, 이제부터는 정리하는 심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이선생님)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이 공부 놓지 않으시고, 굳건하게 자리해 주시고, 이렇게 공부하는 길을 닦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백민 선생님) 이렇게 먼 길에 와주셔서 재미있는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있다면 불러주시고 저도 미디어를 통해서 같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이선생님) 생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https://youtu.be/GadQTi3akTM?si=C6-iN6lQgDfDUaw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