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격려와 박수

두강이을로선생님과 인터뷰 3

by 몽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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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선생님) 선생님. 작명하러 오는 사람들 많지요? 한자 이름이 그 사람한테 영향을 많이 미칠까요? 요즘은 또 한글 파동 같은 것으로 작명하고 하기도 하던데요.


(이을로 선생님)

근데 막 이제 '갈치'가 왜 '갈치'인지 알아요? '칼의 티'가 나는 물고기라는 이름이에요.


(제이선생님) 칼의 티? 칼 모양이라는 말씀이세요?


(이을로 선생님) 그렇지요. 넙치는 넙데데한 티가 나는 게 넙치야. 어떤 사람이 갈치를 생선 1호, 넙치를 생선 2호라 부른다고 합시다. 이게 도로명 주소예요. 덕은동도 없고, 은부산도 없고. 62번 길 35. 막 이래. 효율성 면에서는 그것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덕이 숨어 있다는 이 덕은동 토박이로 사는 저 같은 사람은 웃긴다 싶어. 멸치를 그럼 생선 3호라고 하지? 그러니까 결국 이름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거든, 정체성.


송민정이라는 사람이 있어. 민(敏)이 민첩할 민이야. 이건 뭐냐면 제사 지내기 전에 여자가 분주하게 머리를 다듬는 거야. 빨리 움직이라고 때리는 몽둥이라는 웃긴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제사 지내기 위해서 머리에 비녀 같은 것 꽂는 거야. 정(貞)은 곧을 정. 솥 정이라는 설이 있고, 점치는 것이라는 설도 있어. 점치는 거야. 왕을 위해 점쳐주는 사람을 예전에는 정인이라 그랬어. 정인. 일종의 무관이야. 그러면 송민정이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점을 쳐주기 위해 아침마다 머리를 다듬는 사람,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런 정체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하나의 사례야. 이을로라는 이름도 아까 살펴봤지만, 그냥 단순히 을로!, 민정! 이렇게만 해서는 정체성이 없다 이거예요.


(제이선생님) 한자에 숨은 스토리나 이야기가 녹아 있는 것이 중요하단 말씀이시죠?


(이을로 선생님) 그렇지요. 사람 1호, 사람 2호 그렇게 지으면 웃기잖아. 그래서 한 사람이 평생 추구해야 할 정체성 또는 그 사람이 평생 입어야 되는 옷인 거지. 적어도 한자 이름이던지 아니면 한글 이름이라면 그 한글 이름에 담긴 뜻이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제이선생님) 선생님 두강원 블로그에 거의 매일 한자를 올려주시는데요. 이름에 사용이 불가능한 한자에는 뭐가 있을까요?


(이을로 선생님) 그런 건 없어요. 예를 들면 '보(보)'라는 글자가 있어요. 이 글자는 남자를 존경할 때 뒤에 붙이는 글자예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여자 이름에는 이 글자를 쓰면 안 된다고 말해요. 여자에게는 불용문자라고 어떤 책에 표시가 돼 있어. 그런데 아니 올 시다야. 작명 책에 보면 불용문자라고 많이 나와 있는데, 그거 전부 조선시대 상류 계층에서 다 쓰던 글자예요. 사실, 불용문자를 만들어 놔야 작명하는 사람도 먹고살겠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건 없어요.


이름은 일종의 컬러링이에요. 전화기 소리랑 같아요. 평생 그 이름으로 부름을 받는 거야. '이우주'라는 이름이 있어요. 이건 순수한 한글 이름이에요. 비밀인데 제 딸이에요. (웃음) 초등학생 때까지 '우주선'이라고 놀림당해서 울고 오는 거야. 그래서 제가 이렇게 이야기해 줬어요. 우주선의 우주가 아니고, 너는 '공간의 울타리', '시간의 줄 서기'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라고 알려 줬어요. 시간을 공간을 통솔할 수 있는 여성이 돼라는 의미를 담은 거야. 얘가 중학교 때부터 너무 좋아하더라고. 이름에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으면 돼요. 한글 이름도 이렇게 의미가 있어야 돼.


(제이선생님) 불러주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을로 선생님) 그래서 옛날에는 이름을 짓거나 바꾸면 수저에다가 새겼지.


(제이선생님) 요즘은 이름 바꾸러 오는 사람들 많죠? 개명 절차가 편해지면서 더 많아진 것 같던데요?


(이을로 선생님) 범죄행위 아니고 세금 안 낸 거 없으면 법원에서 거의 바꿔줘요. 행복 추구권인가 뭔가 해가지고.


(제이선생님) 선생님 이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실 거 있으실까요?


(이을로 선생님) 결국은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은 자기 이름을 사랑해야 되는 거지. 이름은 중요하게 그렇게 다뤄야지.


(제이선생님) 네 좋은 말씀인 것 같아요. 자기 정체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군요.


(이을로 선생님) 그럼요. 스토리만 부여해 줘도 기분이 좋아. 누가 그래요. 이름이 갑로가 아니고 무슨 을로냐고. 저는 개의치 않아요. 제 이름에 대해 완전 무장했어요. 내 이름이니까. 자기가 자기를 격려 안 하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안 보내면 누가 격려하고 박수를 치겠어요. 이름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굳게 가져요.


그런데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한자의 스토리나 정체성도 필요하지만, 사주를 안 볼 수 없지요. 엉덩이가 큰 사람인데 엉덩이가 더 커 보이는 옷을 평생 입고 사는 사람이 있어. 어떤 사람은 머리가 비었어. 그런데 더 비게 하는 이름을 써. 어깨가 좁으면 어깨를 좀 넓혀주고, 엉덩이가 크면 작게 해 주고. 이름은 팔자의 병을 고치는 것이고, 그 사람의 정체성을 정립하게 해주는 거고 그렇지요. 그런 의미로 개명을 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져요.


(제이선생님) 일종의 개운법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이을로 선생님) 백만 불짜리 웃음을 웃는 사람이 있어. 그런데 꼭 입을 가리고 웃어. 그 사람은 손만 내려도 개운이 돼. 그래서 개명은 그런 의미인 거예요.


(제이선생님)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저는 '은입사' 이야기 조금 듣고 싶은데요. 아까 저한테 잠시 보여주셨는데...


(이을로 선생님) 은입사는 은실 박이라고 그래요. 내가 이걸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다면, 여기는... 로또 되어가지고 어떻게 써야 되는지 물으러 여기 오는 사람은 없어요. 코너에 몰리고 두드려 맞은 사람이 여기에 와요. 그런데 이걸 아무리 봐도 찌그러진 티코 팔자야. 그 사람이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물어보면 뭐라고 해주겠어요. 인사동에서 100원짜리 부적 사서 줄 수도 없고. 또 백팔배를 하라는 그런 방책을 주는 것도 나는 좀 그렇고. 그런 게 도통 제 양심에 안 맞는 거야. 그러면 좀 품격 있는 개운법을 내가 디자인해서 해보자라고 생각한 거지.


(제이선생님) 일종의 부적 같은 느낌이지요? 선생님의 그 사람을 위하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부적 같은...

(이을로 선생님) 네. 그래서 내가 연필로 끄적끄적하니 품격이 없잖아. 그래서 찾기 시작했어요. 이종 금속을 다루는 방법 그러니까 철판에다가 은을 넣는다든지. 은판에 금을 넣는다든지. 그런 게 있나 싶어 찾기 시작하다가 서울무형문화재 36호이신 최규준 입사장님을 만나게 됐어요.


(제이선생님) 찾아가셨어요?


(이을로 선생님) 네. 그래서 배웠어요. 이 분한테. 그리고 옻 칠은 전주대학교 안덕춘 교수님한테 배웠고. 은입사한 것에 옻칠을 할 수 수 있어요. 천 년 간다고 그러거든요. 정통 옻칠을 배워야 해서. 여기 마당에 돌아 들어가면 그 앞에 팻말 쓰여 있어요. <옻 출입금지>라고.


(제이선생님) 네. 따로 작업실을 또 마련해 두셨네요.

(이을로 선생님) 네. 최규준 선생님한테 가서 직접 제가 제 이야기를 쭉 드렸어요. 이러이러한 생각으로 이걸 배우고 싶다고. 그렇게 선생님하고 인연을 맺게 됐어요. 그렇게 배웠어요. 이게 20만 번 조각정으로 철판을 치는 거예요. 조각정 하나는 1년 정도 써요. 조강정으로 한 번 이렇게 치면 또 방향을 달리해서 치고 그렇게 해요. 그러면 사포로 다시 갈아.


여기 호랑이가 정면을 보지 않고 이쪽을 보고, 여기는 또 왜 비어있냐면... 이건 구궁이에요. 기문둔갑에서 쓰는 구궁. 호랑이가 지키고 있는 곳이 생문방이야.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막고 있는 곳이 사문방이야. 사문은 막아주고 생문은 온몸으로 보호하는 거예요.


(제이선생님) 의미가 있네요. 이 그림도. 이만큼 작업하시는 데 어느 정도 걸리세요?


(이을로 선생님) 한 달. 한 달 걸리고, 예약은 4개월 후부터는 못하게 해요. 4개월 후에 내가 죽을지도 모르고. (웃음) 농담이지만 그래요. 너무 앞서 받으면 부담이 되어서 안돼요.


(제이선생님) 네 선생님. 재미나게 이야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음 영상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I07Yz0V54CE?si=COnLNp3bKGOzAG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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