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풍경

by 몽글몽글

08시가 되기 전에 출근을 한다. 다소 빠른 출근이다. 교무실에 들어서면 주변을 깨끗이 닦고 포트에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한다. 그런데 교무실 문을 삐죽이 열고 □□이가 들어선다. 작년보다 훨씬 키가 컸다. 졸업하고 스승의 날이라며 올해도 찾아왔다.


작년에도 카드와 작은 선물을 내밀며

"선생님, 이젠 김영란법 아니지요?" 하면서 걱정스럽던 표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찾아왔다.

혹시라도 선생님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아 학교 가기 전 들렀다고 했다.


□□이는 중 1, 2학년 때 내가 가르치던 아이였다. 해맑고 인정이 많은 아이였고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는 친구였다. 모둠 수업을 할 때 모둠원들을 배려해 주는 그 마음이 예뻐서 칭찬을 자주 해 주었다. 그것이 아이의 마음에 인상적이었는지 아이는 졸업 때도,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잊지 않고 찾아온다. 국어 수업을 하면 내가 떠 오른다고 하니 실로 기적처럼 고마울 일이다.


□□이를 보내고 있으니 레드카펫 행사를 한다고 교문 출입구 쪽에서 북새통이다. 우리 학교는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학생회 주최로 스승의 날 레드카펫 행사를 한다. 레드카펫에 선생님들이 주인공이 되어 지나가시면 학생들이 축하해 주는 행사이다.


교문 입구에서 밴드부의 공연이 시작되고 선생님들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카펫 위를 지르밟고 지나가면 된다. 올해는 데코레이션이 훨씬 다양하고 화려해졌다. 고학년 몇몇 교실에서는 스승의 날 세리머니가 한창인 모양이다. 우리 학교는 남학생 단성 학교이며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난 후에 스승의 날에 감사의 편지와 사랑의 선물을 주는 그런 아기자기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의 풍경은 놀랄만한 일이다.


0반 회장 아이는 담임 선생님에게 표창장을 감사의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수학 시간에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축하하는 내용의 표창장을 수학 담당 담임선생님께 사랑의 선물로 드렸다. 그 문구 속에 담긴 진심과 존경의 마음이 감동스럽다며 표창장을 받은 담임 선생님이 울먹였다.


스승의 날 즈음하여 졸업생들이 학교를 방문하기도 한다. 00 이는 1학년 때 친구랑 싸우다가 친구 코뼈를 부러뜨려서 학폭위원회 징계를 받았다. 그 때문에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다. 학업에도 영 관심이 없었다. 수업 시간에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크롬북만 끼고 살았다.


★★이는 말이 없는 아이였다. 공부에 의욕이 있긴 했지만 그 태도와 의욕, 노력에 비하면 성적은 늘 기대 이하여서 주눅이 든 아이였다. 그 아이들이 스승의 날이라며 담임교사를 찾아왔다. 박카스와 비타 500을 사 들고서.


00 이는 학급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었다고 했고 지각을 한 번도 안 했다고 했다. ★★이는 중간고사에서 90점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감이 뿜뿜 하였다. 자사고 진학을 한 ◆◆이도 왔다.


수 십 명의 아이들이 마치 고향 집에 온 자식들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무용담도 있고, 중간고사 성적 이야기도, 힘든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분명 저만큼 성장해 있었다.


우리 학교는 사립학교라 그런지 유독 선생님들의 아이들 사랑이 지극하다. 아이들의 성장과 규칙 너머에 있는 마음을 헤아려 주기 위해서 애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선생님을 잘 따르는 편이다. 아이들이 다 돌아간 후 후배 교사가 말했다.

“◆◆이가 힘든가 보아요. 중학교에서 너무 잘해주면 안 되겠어요. 적응을 못 해요”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뜨는 인터넷 뉴스에 ‘교대 합격선 내신 5등급까지’라는 고딕체 제목이 싸하다. 게다가 젊은 교사의 이직률도 가파르게 증가 추세라고 한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 원인은 근무 환경의 열악함이다. 빗발치는 민원, 그에 대응하지 못하는 제도의 허점. 경제 발전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보수의 차이 등.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절대적으로 능가할 수 없다. 우수 교사를 확보해야 미래를 약속받는다면 수수방관이 아니라 무언가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지금도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서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은혜를 갚는 길이다. 그 어떤 사람도 교사를 거치지 않는 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참된 스승을 양성하는 일. 스승의 날에 생각해 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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