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참을성의 달콤함

by 몽글몽글


수업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학생들 출결을 파악하는 일이다. 나는 교과 특성상 한 주에 4회 수업을 하기 때문에 어쩌면 담임교사보다도 학생들의 상황을 더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올해 학생들은 유난히 결석, 지각, 조퇴가 잦음을 느낄 수 있다.


하루는 수업에 들어갔는데 4개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결석이 2명, 조퇴가 2명이었다. 나름대로 이유는 충분하다, 질병, 체험학습이 이유였다. 아침에 교무실에 있다 보면 담임교사에게 오는 유선 전화가 빗발친다. 조례 전에 오는 전화는 필시 근태 상황을 예고하는 신호이다.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근태 상황이 느슨해짐을 느끼는 중이다.


오후쯤 되면 수업에 지친 아이들 중 힘들다며 조퇴를 위해 담임교사에게 찾아온다. 조퇴할 정도의 질병이 아니면 담임교사는 안전 지도상 한 번의 제지를 한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이 뜬 아이들은 결국 조퇴를 하고 만다. 마지막 수업까지 참지 못하는 것이다. 월말, 학기말 담임교사들의 근태 상황 기록 보조 장부를 보면 웬만한 책 한 권이라고 할 만큼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을 개근으로 마친 사람이라 학교 출결이 지극히 당연 의무사항이었다. 아파도 부모님은 학교를 보냈었다. 열이 펄펄 끓어도 결석은 허락되지 않은 경험을 갖고 있던 나는 아이들의 이런 상황이 다소 낯설기는 하다.


물론 우리 세대의 참을성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아프면 쉬고 국내든 국외든 좋은 체험을 위해서는 체험학습도 신청해야 한다. 학교 밖도 훨씬 더 좋은 교육활동의 장소이니. 다만 나는 참지 못하고 나약해져 가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어른으로서 말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날은 참을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는 기다림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시간, 차 한잔이 식어가며 향을 퍼뜨리는 순간, 마음이 상처를 딛고 다시 단단해지는 그 느린 과정, 참을성은 어쩌면 이 모든 시간의 숨결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있다. 어린아이 앞에 달콤한 마시멜로 한 개를 놓고 말한다.

" 지금 먹어도 돼. 하지만 15분만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줄게."

아이들은 고민했다. 어떤 아이는 즉시 마시멜로를 집어서 먹었고, 어떤 아이는 눈을 감거나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를 달래며 참아 냈다.


세월이 흘러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연구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마시멜로를 기다렸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았고 사회적으로 안정적이며 평균 연봉도 높았던 것이다. 짧은 15분의 인내가 긴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단순한 실험 결과를 넘어 삶의 비밀을 말해 준다고 하였다. 참을성은 단지 견디는 힘이 아니다. 앞의 유혹을 견뎌내는 자제력이라기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의 가치를 믿는 능력이다. 기다림과 참을성 속에서 사람은 단련된다.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며 자신을 인내하고 그 과정에서 세상을 조금 더 넓게 운영하는 능력이 생긴다.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마시멜로 앞에 앉아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유튜브 쇼츠 영상, 즉각 반응을 기대하는 대화, 빨리빨리 하라는 압박, 나약하게 한없이 추락하는 참을성.


참는다는 건 결국 자신을 믿는 일이다. 힘든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때마다 회피하고 도망치면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하면 3시간을 견디고 3일을 견디고 3년을 견뎌야 한다. 견디다 보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자신을 삶의 지향점으로 데려다준다.


그러니 아이들아

언젠가 지금의 기다림과 참을성이 더 큰 달콤함으로 돌아올 거라는 조용한 믿음. 그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단단하게 살다 보면 인내의 시간은 삶을 빛나게 할 것이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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