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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Feb 29. 2024

저도 갈비탕 특으로 먹을 줄 알거든요.

마음이 베베꼬인 갈비탕.

우리 시부모님은 갈비탕을 참 좋아하신다.

나에게 악담을 쏟은 후부터 말끝마다 내가 얼마나 살겠니...라고 하시는 시모도 아침부터 갈비탕 한 그릇을 바닥이 보이도록 들이키신다.

시부는 말할 것도 없이 건강한 소화력을 자랑하신다.

할 말 못 할 말 내키는 데로 다 뱉는 성품이시라 그런 것인지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없어 보인다. 화병으로 소화가 안 되는 성품을 가지신 분은 아니시다.

여하튼 두 분은 주일 아침이면 사랑하는 아들을 보기 위해 나의 자녀를 핑계 삼아 나까지 불러다가 본인들이 좋아하는 갈비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나랑 딸처럼 지내고 싶다는 시모는 아들과 남편 앞에서는 나쁘긴 싫고 나에게 잘해주긴 싫은 티를 10년이 넘도록 지치지 않고 굴하지 않고 만날 때마다 잔잔하고 빈틈없이 꾸준하게 내신다.

시모는 그녀의 남자들 앞에서 나를 천하에 몹쓸 년으로 만들고 본인은 착한 아내와 엄마를 하다 늘 나에게 로 전화를 하거나 불러서 악담을 쏟아내곤 했다. 2년 전 그런 짓에서 벗어나기로 실천하자 시부는 뼈 있는 말로 시모는 집에 와서 두고두고 찜찜하게 짜증이 나는 행동으로 나에게 나는 네가 싫다고 표현을 하신다.

시모는 그녀의 남자들 앞에서 나를 천하에 몹쓸 년으로 만들고 본인은 착한 아내와 엄마를 하다 늘 나에게 떠로 전화를 하거나 불러서 악담을 쏟아내곤 했다.

2년 전 그런 짓에서 벗어나기로 실천하자 시부는 뼈 있는 말로 시모는 집에 와서 두고두고 찜찜하게 짜증이 나는 행동으로 나에게 나는 네가 싫다고 표현을 하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남자들은 눈치를 못 채고

내 속만 부글부글하니 결국 그녀의 승리인가..


이렇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 그들과의 식사는

늘 나와 나의 자녀가 궁금하다는 핑계로 시작된다.

몇 년 전 내가 더 이상 그들의 행패를 받아들이지 않은 후부터 횟수가 부쩍 줄긴 했다.

하지만 기어코 싫은 내색을 해야만 하는 그들은 왜 매번 날 불러서 식사를 하는지 난 아직도 모르겠다.


명절에 뒤집어진 속을 겨우 가라앉혔는데 왜 부르셨나 들어보니,

본인 여행과 생일이 곧 있다는 귀띔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신 아들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내가 이 집의 종노릇을 그만두었으니 나는 들을 일이 없는데 왜 저러실까? 아! 돈 달라는 소리구나.

나의 마음을 알면 남편은 또 '악한 년!! 이 악한 년아!!!'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입술을 부들부들 떨고 살기 어린 눈으로 육두문자를 뱉을 것이다.  한데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리니.

10년 동안 그녀가 요구했던 행동에서 나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치를 떨고 있나 보다.


한 달 제주살이에 생신은 왜 꼭 와서 챙기신 다는 건지... 이 기회에 제주나 당일치기로 다녀오자고 남편한테 이야기해야 할까?


혼자 나는 돌이다 나는 돌이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요하지 않는다 주문을 외우면서 멘탈을 부여잡고 있었다.


갈비탕집에 오면 시모는 자꾸만 5인분이 아닌 4인분을 말한다. 사람입이 다섯인데... 참 아까운가 보다 싶어서 "전 아기 남긴 거 먹을게요."라고 하고 주문을 진행한다. 시아버지는 이럴 때는 네 것도 시키라고 하지만, 아기 먹이고 나면 본인들 편한 속도로 우적우적 다 마시고 아기까지 재촉하는 그들 앞에서 내입에 들어갈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나는 안 먹는다 말하거나 아기가 남긴 것을 허겁지겁 입에 털고 나오는데 기분이 참 더럽다.. 안 먹는 게 낫지.


이번에는 몸도 아프고 명절의 여파를 아직도 떨치지 못해서 식사라도 편히 하고 싶었다.

본인들이 가자고 하는 시끌벅적한 그곳이 싫어서 가깝고 깨끗하고 넓은 곳으로 가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그곳에서 메뉴판을 보는데 시모가 또  말한다..

"여기 갈비탕특 3개랑 갈비탕 1개 주세요."

하... 저럴 거면 안 만나면 되지 않나....

옆에 있던 시부가 그 소리를 못 듣고

"갈비탕특 3개, 육개장갈비탕 1개(본인 것), 냉면 1개 주세요. "

시모의 시선이 아래로 가고 입을 삐죽거리며 구시렁거린다. 이젠 궁금하지도 않다.

뭐라고 하는지..


음식이 나오자 시모는 갈비하나를 집어서 나에게 준다. "얘! 이거 더 먹어라."

먹던 젓가락으로.. 하나도 고맙지 않다.

내가 너를 이렇게 신경 쓴다는 보여주기식 액션.


아이와 나눠먹는 갈비탕에 그거 하나 더 먹어서 뭐 하는가.

매번 본인이 남긴 밥을 "너 이거 더 먹어라"하며 들이민다. 매번 거절해도 매번 새 밥이 아니라 먹다 남은 밥을 건넨다.


늘 그랬다. 반찬도 본인들이 다 못 먹을 것이 되어야 주거나 처치곤란한 음식을 나눠주곤 했다.  신혼 때부터 집에 올 때마다 아무도 먹지 않는 설탕이 잔뜩 들어간 재료도 없이 쌀만 있는 약밥이나 교회에서 주는 떡을 던져주고는 친정 엄마가 보내신 좋은 식재료나 반찬은 "너희 다 먹을 수 있겠니?" 하며 들고 가셨던 시모.

이사를 할 때면 내 자식은 귀해서 설거지도 청소도 못 하게 하시면서 남의 집 귀한 딸이 관절 상하게 대신 다 쓸고 닦고 하니 너무 다행이다하는 표정. 본인 자식이 하는 상상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남의 자식이 하면 잘했다 칭찬하는 시부모. 너는 청소하고 우리는 밥이나 먹고 오자는 시부모. 갈거면 조용히 갈것이지 우리는 여기 있어봤자 도움이 안되니 간다는 말을 꼭 붙이는 시부모. 그 꼴과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표정이 보기 싫어 차라리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게 속이 편하다 정신승리하는 나.

그러니 시부모가 뭐가 좋아서 밥이 먹고 싶겠는가.

더 먹어라는 말도 일 시키게 많이 먹어라로 들리니 나도 꼬인 것이 분명할 테다.


시모는 아기가 천천히 먹어서 국이 식으면? 아니 본인들이 다 먹었고 아기가 밥을 천천히 먹고 있으면

"얘! 국이 다 식어서 맛이 있겠니? 고기나 좀 먹고 치워라."라고 하신다.

정말 염려가 되면 육수 좀 달라고 해서 부어주면 될 텐데.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 아기 고기를 잘라 줘라 김치 줘라 쉴 틈 없이 훈수를 두신다.

내가 내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로 갈비를 바르고 자르고 있는데도 내가 숟가락을 들려고 치면

"얘!" 하고 환청이 들리게 간섭을 하신다.

수도 없이 얘!! 를 외치시는데 언제 다 드셨는지 바닥이 보이게 식사를 끝내고 앉아 계신다.

아기를 먹이며 겨우 내가 숟가락을 들고 먹고 있으면 또 말하신다.

"얘! 국이 다 식어서 맛이 있겠니?"

허허허 너털웃음이 난다.

국이 뜨거울 때 먹을 시간을 아무도 주지 않았잖아요.

내 시간을 확보하면 내 새끼가 식어빠진 국을 먹어야 하니까요.

아기랑 둘이 있으면 육수를 달라고 했겠지만 더 있기가 싫어서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아기 한입 먹이고 빠른 속도록 남은 갈비의 잔해를 마신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나에게 "이거 먹어 치워 버리자"라고 하는 시모. 먹어치우자인데 먹어야하는 사람은 나여야 했다. 그럼 먹어 치워라가 되야 맞는 듯 한데 난 음식물 쓰레기통인건가.

새 밥은 아들 주고 나에게 시간이 지나 변색된 밥을 먹어치워 버리자며 주는 시모.

이 날도 남은 냉면을 계속 남았다고 언급하며 본인 먹어치울 것도 아니면서 먹어라 먹어라 눈빛을 나에게 보내는 시모. 그 눈빛을 외면하고 젓가락을 놓았다.

일어서는 그 순간까지 냉면 이야기를 하는 시모.


늘 내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하는 그들은 내가 둔감한 척 대응하지 않으면 대응할 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의견을 표현하니 그들과의 만남은 늘 방전으로 끝이 난다.


그녀는 왜 갈비탕특 3개 갈비탕 1개라고 했을까?

갈비탕특을 나에게 줬을 리가 만무한데.

이번 만남도 나는 찜찜하고 찜찜한 이 만남을 불쾌한 마음으로 보내고 말았다.

"어머니 저도 갈비탕특 먹을래요." 아니,

"어머니 어머니도 갈비탕 특으로 드세요. 왜 하나만 갈비탕 시키세요. 다 같은 거 시켜요!"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너 나은 말이 있을까?

순발력이 떨어지는 나는 혼자 기분 나쁜 채 이러고 있고

그들은 내가 예민해서 꼬여서 꽁하고 있다고 하니.

순발력이 있고 싶은데 연습해도 이 능력은 왜 이리 더디게 느는 걸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능력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탁탁 받아치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

다시 태어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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