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결혼생활을 시작하기 전 나는 2년의 연애기간을 가졌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그때의 나에겐 숙제 같은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을 기대하는 것보다 머릿속에 있었던 가정을 원했던 것 같다.
현재의 나는 참 미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며 매일매일 깨지고 깎기면서 매일매일 깨닫고 있다.
그때는 내가 퍽이나 성숙한 줄 알고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어쩌면 아마 어렴풋이 알고 있었나 보다 이 사람이어서 결혼을 결심한 게 아니라,
'올해 결혼을 안 하면 난 결혼을 안 하고 살겠구나.' 그런 생각이 8할이었다.
더 이상 남자에게 에너지를 쏟을 마음이 없었고 내 일을 더 하고 싶었다.
뭔가 희생하기보다 나에게 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실패하더라도 두렵지 않았다.
내 몸뚱이 하나는 건사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선택해야만 했다.
이 마음이 자꾸 커져서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하려는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점점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자라고 있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그때 그대로 헤어졌다면 아마 나는 무언가의 안정감을 포기한 채 나의 삶도 달라졌겠지.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남았을 것 같다.
지금 나에게 있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우주가 내 곁에 있고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되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결혼생활을 선택한 지금은 이로운 방향으로 나를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인간으로 독립하고 있는 느낌이다.
인간은 혼자라는 것을 슬프거나 외롭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나에게 이롭게 겪어내려는 중이다.
함께해서 기쁜 날이 분명히 있다.
단지 우리 부부에게 그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그때는 그에게 그 기쁨이 크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은 내가 그 기쁨을 원하지 않을 뿐이다.
지금의 나는 나를 더 아끼고 챙겨주고 싶다. 이런 마음이 있더라도 현실을 살아가야 하기에
충분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시간도 필요한 시간이다. 생각하며 그 시간을 묵묵히 지나가고 있다. 이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또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기도하면서......
그래서 이 시간을 충분히 사랑하려고 노력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선택 중에 후회되는 선택들로 몰아치던 시간들도 분명히 있었고
그 속에서 배운 것 또한 분명히 있었으니 지금 이 순간도 살아내다 보면 분명히 얻는 것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 더 즐기며 고난 속에서 감사를 찾아본다.
내가 그때 그 순가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기회가 있어서 돌아간다면
그 첫 시작은 첫 선택을 같았을 것 같다.
그 이후에 과정은 더 지혜롭게 나를 사랑하며 상대를 덜 미워하며 살았을 것 같다.
많은 순간 그때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결혼 생활을 포기했더라면...
수 천 번 생각하던 그 질문에 끝은 항상 같았다.
나는 나의 우주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나는 나의 우주의 삶을 파괴할 자격이 없다.
나는 이제 개인이 아니다.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살아나가야 하는 일원인 것이다.
나를 사랑해야 하고 가정을 사랑해야 하는 부모라는 역할을 가진 사람이 되었고,
나의 성장이 한 인간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무겁고 두렵고 무서운 책임의 자리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한심했던 그 전쟁의 과정을 치르고 포기하지 않고 나의 임무를 해내 보려 한다.
작은 그릇을 넓히고 넓히는 고통을 겪어내어야 하는 이 자리에 최선을 다 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이 생활에서 감사와 지혜를 찾아 나선다.
오늘 나의 결혼생활을 스스로 응원해 주면서,
오늘 하루도 엄지발톱만큼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나를 조금 더 사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