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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Nov 01. 2023

39, 벌써 11월

아직도 두려운가요 나는.

벌써 11월인데 느는 건 카드값이랑 뱃살 밖에 없다.

사십이 되면 마음에 지혜가 생겨서 안정된다는데...

나는 아직도 폭풍 바다에 떠서 회오리바람을 전통으로 맞고 사는 기분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조급하고 다급하게 하루하루를 살았을까.

언젠가부터 목표를 하나씩 완성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그냥 닥치는 대로 시간이 흐르는 데로

그냥 살아있으니까 살고 있는 기분이다.

오늘 눈을 떠버려서 그냥 하루를 사는 기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그냥 살고 있다. 


글을 쓴다는 말이 부끄럽도록 

끄적거리고 있는 곳의 주제도 

사이트마다 색깔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고

몸에 있는 살은 

다이어트 6주째인데 아직도 안 빠지고

한 끼 좀 먹었다고 다시 찌는 몸뚱이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뭘 좋아하는 건지 할 수 있는 게 있기나 한 건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서 인정받길 갈구하는

아니 무시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런 삶이 나를 낭떠러지로 몰고 가는 기분이다.

매일 아침 카드값을 보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벌어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나도 알고 있다.

그만큼의 온갖 생색을 받으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쩌다가 나를 위해 뭐라고 쓴 달이면

카드값이 끝나는 순간까지 온갖 욕바라지를 해야 하는 내 신세가

숨이 너무 막혀 뛰쳐나가고 싶다가도

현실이 무서워서 그 마음을 구겨서 넣어본다. 

마음을 달래며 컴퓨터 속을 뒤적여보다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왜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까..

정말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답답함을 느낀다.


11월 첫째 주를 보내는 저녁 무렵..

너무 느리게 나아가는 나를, 나라도 알아주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데

흘러가는 시간이 무색하게 더딘 나의 속도를

오늘은 나도 참 답답해서 그래서... 쓸쓸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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