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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Nov 06. 2023

39, 상처를 맞이하는 자세

트라우마

시간을 돌아보면 언제나 힘든 순간은 있었다.

누구나 있을만한 일도 있었을 것이고

나에게만 생긴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작으면 작고 크다면 큰 일들..

그 상처를 털어버리는 일을 나는 아직 해내지 못하고 있다.

상처를 툴툴 털고 매일을 나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 마음 밭은 어떻게 일구었길래 저토록 단단히 나아가는 걸까

내심 많이 궁금하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 그걸 오랜 시간 알지 못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아껴주지 못 한 많은 날을 생각하며 위로할 시간은 없지만

문득 느껴질 때면 씁쓸한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어서였던 것인지

그저 어린 패기가 있어서였는지

나는 꽤 오랜 시간을 나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잘 지켜냈던 것 같다.

그렇게 지켜왔던 나를

팔다리가 잘린 채로 오롯이 나 하나로 지켜내려고 하니

나는 정말 얇디얇은 유리알 같이 불안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홀로 나를 지켜냈던 수단이 사라지고

내가 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지키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몇 년을 방치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또 몇 년은 나 스스로를 괴롭히며 흘려보냈다.

그렇게 십 년이 다가오는데

난 아직도 지혜로운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토해내듯 쓰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다독여지는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사람에게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정답을 알고 있다.

나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데 아끼는 방법을 모르는데

타인이 나를 어찌 소중이 다루겠는가...

우리 모두는 바쁘고 나를 아끼는 사람들을 이토록 괴롭힌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에 남아

늘 미안함과 감사함이 가득한 채로 돌아와야 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나와 함께한 인연들은 내가 나를 자존심으로 시켰던 시절을 보낸 이들이기에

나의 곁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 응원하고 위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이뻤던 시절을 기억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


때로는 모질게 나를 괴롭힌다.

망가지고 망가트리고...

그러고 다시 아침이 오면

내가 책임져야 할 현실에 밀려오는 후회로 불안으로 맘 편히 망가지는 것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냥 돌이고 싶다.

이리 치이고 저리 굴러도 돌은 그저 돌이지 않나..


나는 아직도 상처가 두렵다.

그래,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들의 소리와 그날의 느낌, 그날의 햇살, 그날의 공기는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그들을 만나기 한 달 전부터 불안하고

목구멍 안쪽부터 묵직하게 조여 오는 가슴의 답답함에 숨막힘을 느낀다.

일주일 전부터는 그냥 술독에 빠졌으면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음날의 현실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다.

매 순간 울컥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삼켜야 한다.

나는 아직도 많이 슬프고 괴롭다.

하지만 나는 매일 웃고 살아가야 한다.

입으로 희망과 용기, 응원과 감사, 도전과 위로를  매 순간 전심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렇게 저 깊이 묻어두고 살다가도

상처를 마주하는 날이 다가오면 조여 오는 심장과 가슴의 답답함이

아직 내가 괜찮치않음을 알게 한다.

알고 있다.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껏 날 위한 시간을 가져보면 된다는 것을

현실이 안 된다면 하나씩 해보면 된다는 것을.

하지만 아직 나를 위해 당장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사라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그렇게 난 나의 상처를 마주하러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알고 있다.

내가 이 모든 것을 포기하면 모두 해결된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기엔

너무 지키고 싶은 작고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 방법을 모른다.

하지만 꼭 찾고 싶다.

그래서 이 상처와 마주하는 날이 다가와도

편안하게 자고 편안하게 숨을 쉬는 날이 오길 늘 기도한다.

올해도 이렇게 가고 있지만

내년에는 좀 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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