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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Nov 11. 2023

39, 아이가 바라는 엄마

누구 엄마는 하버드 나왔데

"엄마는 작가가 될 건가?"

엄마 일 좀 할게~라고 하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아이가 물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엄마도 그러면 참 좋겠다."라고 말했다.




엄마! 누구 엄마는 의사래.

너네 엄마는 뭐냐고 해서 우리 엄마는 선생님이라고 했어 엄마 나 가르치잖아.

엄마 누구 엄마는 하버드를 나왔데 아빠도. 근데 엄마는 어디 나왔어?

엄마가 누구 엄마처럼 옷을 이쁘게 입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누구 엄마처럼 영어를 잘하면 좋겠어.

엄마도 손톱 이쁘게 색칠해.

엄마도 누구 엄마처럼 날씬하면 좋겠어.


내 아이에게는 엄마의 소울 푸드가 없다.

5년 동안 하루세끼에 간식까지 온갖 재료로 하루종일 해 바친 것은 

너무 어릴 적 일이라 기억에 나지 않는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면 된다지만 난 요리할 여력도 없고 사 먹이는 게 

아이가 입에 맞지 않는다고 안 먹거나 

음식 앞에서 시간을 끌며 오래 먹을 때 화도 안 나고 좋다.

외모를 말했을 때가 6살쯤이었던 것 같은데

조금 컸다고 직업과 학벌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부자인지 가난한지를 물어보았고

나는 우리는 평범한 가정이라고 말했다.

한글표현이 모자란 아이는 평인이냐고 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찾아주고 싶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 싶으면 벌면 되는데

아이에게 부재를 주고 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정주부가 아이의 스케줄에 피해를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주방 설거지나 배달 정도인데

우리 동네 주방보조는 현재까지 나의 시간에 맞는 곳을 찾지 못하였고

운전을 못하니 반찬배달이나 쿠팡도 할 수가 없었다.

(핑계겠지...)

글재주도 말재주도 없는 나인데

이렇게 시작한 글을 누가 읽어줄까 선뜻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하고 싶고 틈틈이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는 일 잘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이다.

블로그도 시도해 보았다.

이 심심한 일상에 잘하는 것도,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매일은 기록할 것이 마땅치 않거나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 들이거나, 궁금해도 내가 가진 재료가 없어서 

이야기가 역 부족이니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시간을 쪼개서 강의를 들어도 보았다. 

내가 가진 콘셉트가 중심을 못 잡고 있는 걸 알면서도 타깃을 잡는 글을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 

나 스스로 퍼스널 브랜딩을 못 하는 인간인 건가 싶다.

SNS를 통하거나 블로그를 업으로 하려면 색이 필요한데 나는 색을 잃은 지 오래되어서

내 색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전문가들이 말했다. 듣고 싶은 말을 해주라고. 읽고 싶은 글을 쓰라고. 보고 싶은 사진을 찍으라고.


근데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을 담아서 글을 써 내려간다.

누구에게 작은 위안이 될지 모르는 이야기를 적어 내려 간다.

나의 이런 글도 괜찮은 걸일까 의심을 하면서도

어쩌면 나의 마음 편하자고 내 마음이 담긴 글을 기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정말 끄물거리는 달팽이처럼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한 장의 마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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