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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Oct 28. 2023

39,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아빠

아빠 오늘은 조용히 혼자 이야기 나누고 싶네.

아빠랑 단둘이.

아빠! 얼마 전에도 다녀왔지만

시부모님 따라서 시댁 산소를 불려 나갈 때마다 그리 달갑지 않았거든.

매번 하는 알고 싶지 않은 그들의 역사, 매번 당하는 있지도 않은 동서와의 비교

생각 없이 하는 말들과 말하지 않아도 뿜어 나오는 불만인 표정과 행동들은 시간이 지나도 참  안 변하더라고.

서방님네는 요리조리 잘도 피하며 자리에 없는데

난 매번 불러가서 좋은 소리도 못 들으니 좀 지치네.


사실 얼굴도 못 본 사람 챙기는 것도 가서 기도하는 것도

첨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이니 사랑으로 애도했었지만

지금은 그냥 귀찮고 체할 것 같은 일상이야.

나는 성격이 왜 이럴까?

사랑할 때는 불같은데 정리하면 어름장 같아.

존경도 연민도 일 말의 감정도 남겨지지가 않아.

이제는 분노도 경멸도 멸시도 귀찮아.

그냥.....,

그냥 좀 불편해. 체 할 것 같아.

그들의 어떤 말과 행동도 참 감흥 없이 우습기만 해.

생색과 짜증과 군소리는 또 얼마나 많고 바라는 게 많은지......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참 같잖고 그래.


아빠! 다른 일은 아빠가 무엇보다 잘 알 것 같으니....

나는 요즘 잘 지내려고 하고 있어.

벌써 내가 엄마가 된 지 4년이 훌쩍 넘었네....

부모 되기 참 쉽지 않다.

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

어떻게 우리한테 필요한 걸 다 해 줬어?

어떻게 자식이 하나도 아닌데 짜증을 안 냈어?

집에서 우리와 매일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랑 여행을 가고

좋은 곳 맛있는 곳 척척 데려가고

박물관 미술관 갈 때마다

항상 설명해 주고....

어떻게 그렇게 매일을 열심히 살았을까....?


아빠! 나는 그게 너무 당연했는데...

그게 진짜 너무 대단한 거였더라....


아빠 나는..,

지금 돈을 안 번지 벌써 6년째야..

그때 그냥 돈이나 벌걸 그랬어.

한 참 돈 들어올 때 벌었어야 했나 봐.

왜 그렇게 결혼이 하고 싶었는지...

부모는 어찌 되었는데..

진짜 부모가 없어....

난 부모인척 해보고는 있는데.. 그릇이 너무 작아..

나는 아빠처럼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좋은 옷에 좋은 곳에

그럴 능력이 아직도 없네..

그래도 책은 읽어주려고 하는데

그것도 일 년은 안 한 거 같아.

밥도 대충 주고.. 그건 엄마한테 잔소리 많이 듣지.

엄마는 아직도 맛있는 걸 매일 하시니까.

...

아빠 엄마 반만큼이라도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

엄마가 한 요리는 내가 어떻게 해보겠는데..

아빠가 한 것이 너무 많아서

내가 그걸 다 못해 줄 것 같아..

아빠가 옆에 있었다면 화나 그만 내고 후회 그만하라고 하셨겠지??

왠지 그럴 거 같아.

근데, 그게 신발하나 옷 하나에서부터

그런 자잘한 것들이 그렇게 슬프고 속상하고 그래.

심지어 과일 사고도 슬프다. ㅎㅎㅎ

요즘은 지레 지쳐서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도 안 하는 것 같아.


아빠는 어찌 지내?? 참 일찍도 물어보지?

나 때문에 참 속상했을 것 같아..

미안해요..


나 진짜 천하장사였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아빠 잘 놀고 있으셔.

내년에는 나도 자랑거리 좀 들고 와서

이제 좀 살만해 날 위한 시간도 좀 가져.

그러니 걱정 말고 편히 지내셔.

하고 말하고 싶다.


아빠 사랑하고

아빠 정말 고마워요.

우리 아빠 정말 대단하고 존경해요.

너무너무 우리 아빠 고생했어요.


# 그 무거운 어깨를 이제는 조금 알겠어요.

# 그 웃음의 희생도 이제는 알고 있어요.

# 사랑해요. 나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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