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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현 Apr 29. 2024

시간이 바꿀 수 없는 것은 없다.

얼마 전 가족여행으로 순천에 다녀왔다. 출장으로 간 적은 많았지만 여행으로 가는 것은 오래간만이었다. 서울이나 부산, 아는 지역은 자주 갔지만 이렇게 서해권으로 가는 여행은 오래간만이라 여행을 가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사실 여행도 여행이지만 업무가 너무 밀려 여행을 가는 당일 아침까지 회사에 나가 일을 처리했는데 아침에 나가면 다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일이 생각보다 많아 다 처리하지 못하고 출발을 해야 했다. 모든 직장인이라면 알겠지만 이런 일을 남기고 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 내내 생각이 나서 여행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결국 당초의 여행일정(수, 목, 금)을 아내와 상의해 수정(수, 목)했다. 이번 여행을 아내가 매우 기대한 여행이었고 아내 역시 격무에 시달려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해서 떠나자고 한 터라 나의 업무로 일정을 변경하게 되어 너무 미안했다.


아침에 사무실에서 나와 부랴부랴 짐을 싸고 기차를 타러 갔다. 가는 내내 남겨진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갔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대응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내의 경우 새로운 일을 하기 전 주변에 많은 조언을 구하고 조심스럽게 일을 시작하는 편인데 과거의 사례를 찾아보고 일을 진행하며 꼼꼼하게 확인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우선 시작을 하고 보는 편인데 하는 도중에 잘못되면 그때그때 실수를 보완하는 형태로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처음 하는 일의 경우 수정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아내와 나는 둘 다 같은 업종에 근무를 하고 있으며 상사에 따라 아내와 나의 일 하는 스타일에 대한 평가가 다른데 어쩌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두 사람의 일 처리 방식이 차이가 나게 되었을까?


우리는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와 대부분이 생업에 종사한다. 그리고 생업을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들(일을 하는 법, 사람을 만나는 법,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 등)을 배우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과 노하우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길라잡이가 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생활을 하기 전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과 사회생활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법은 조금씩 바뀌게 되는데 나는 이런 과정을 ‘재 사회화’라고 한다. ‘재 사회화’를 알기 전 나는 삶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좋아 보이는 것과 좋은 것, 나의 것을 구분하지 못해 좋아 보이는 것과 좋은 것을 쫓기에 여념이 없었고 나의 것을 가지는 것이 아닌 것을 쫓아가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좋아 보이는 것과 좋은 것을 쫓을 때도 언제나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주변의 어른들께 가장 흔하게 들었던 말이 ‘처음에 잘 배워둬야 한다’라는 말로 기억을 하는데 ‘재 사회화’라는 개념을 깨닫지 못했을 때는 그저 일을 열심히 잘 배우라는 말로만 이해를 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재 사회화’는 왜 중요할까?


나는 ‘재 사회화’의 의미를 최대한 확장시켜 단순하게 말한다면 우리가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과정을 초, 중, 말기로 나누는데 ‘초기’ 단계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폭을 결정하는 시기다. ‘초기’ 단계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데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만큼 한 가지 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답지를 받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실수가 잦아 주변의 동료 구성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이런 실수와 배움의 경험을 반복하며 세상이란 곳이 따뜻한 곳인지 차가운 곳인지, 또 주위 사람들의 배려와 인정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것인지 얕게 볼 것인지 등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폭과 깊이를 정하게 된다. ‘중기’ 단계는 ‘초기’ 단계에 결정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폭을 확장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현상유지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시기인데 이때 역시 많은 경험을 하게 되지만 ‘초기’ 단계의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와 답지가 정해진 상황이라 이미 해본 경험에 대해선 실수가 적으며 일의 완성도를 생각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초기’ 단계에 설정된 시야와 깊이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이 작성한 답안지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사고의 확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초기’ 단계의 답안이 옳다고 생각하면 답안지의 방향으로만 사고의 확장이 발생하게 되며 결국 ‘초기’의 답안지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 초기’ 단계의 답안은 ‘초안’의 단계로 더 나은 ‘답안지’ 작성을 위해선 다양한 시각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로 작성 방향을 설정해야 되는데 이때 ‘초기’에 설정된 사고의 확장을 할 것인지 아니면 ‘초기’ 단계를 벗어난 사고의 확장을 할 것인지 판단을 하는 시기가  ‘중기’ 단계’이며 그 판단에 따라 사고의 확장이 기존의 답안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더 다양한 방향의 갈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말기’ 단계인데 ‘말기’의 경우 자신의 답안지를 정리하고 요약하는 시기이다. 이때는 사고의 깊이가 중요한 ‘초기’, ‘중기’ 단계를 거처 써 내려간 답안지가 시긴데 얼마나 넓고 깊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지 ‘말기’에서 드러나는데 자신의 답안지가 생각보다 좁고 얕다면 다시 ‘중기’로 돌아가서 사고의 확장과 깊이를 더할 수 있지만 이미 새로운 생각과 사고를 받아들이기엔 자신의 생각과 답안에 매몰되어 있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는 차라리 깊이를 더하길 추천하는데 세상의 모든 답안지는 가치를 지니므로 자신의 답안지를 더 깊이 있게 만드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그렇기 때문에 ‘재 사회화’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은 우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재 사회화’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필수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사회로 나가기 전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적인 모습 사이에서 자신만의 중간지점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의 단계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과 현실에서 헤매게 된다. 그 결과 자신만의 기준이 없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의 성향을 따라가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생각이나 사고는 이 흐름을 따라가는 동안 아무런 역할이 없다. ‘재 사회화’를 통해 자신만의 답안지, 즉 자신만의 생각과 사고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 보니 어떤 일이 발생하고 흘러가게 되었을 때 자신의 생각이나 사고가 없어 계곡에 휩쓸린 사람처럼 흘러가게 된다. 그리고 개개인의 ‘재 사회화’ 과정을 지켜보면 평소 몰랐던 개인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의 이상과 현실을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사람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역시 ‘재 사회화’를 통해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재 사회화’를 쉽게 봐선 안된다.


나는 회사에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는 ‘재 사회화’ 거쳐 변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중 두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A 씨는 초임시절 알던 사람으로 나와 생각도 비슷하고 이야기도 잘 통하는 편이라 쉽게 친해졌다. 내가 일자리를 옮기고 난 뒤에도 간간이 만나며 안부를 물었는데 시간이 지나 함께 가까이 일 할 기회가 있어 다시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과거에 알던 A 씨는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A 씨는 내가 사무실을 나온 이후 다른 사무실로 옮기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 쪽에 콧대 높고 꼰대라고 소문이 난 사람들이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A 씨는 그 사람들보다 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일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고 열중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의 실력보다는 주변을 이용해서 일을 처리하였고 일을 하는 시간보다 사람관리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리고 요즘은 그만두고 나가 동종업계에서 사업을 할 생각이라고 주변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니는데 나를 만나면 나중에 잘 봐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또 A 씨와 나눈 대화 중 이 사람이 변했구나 생각을 한 경우가 있었는데 처음에 알았던 A 씨는 주변사람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고 그런 모습이 많은 후배들이 따랐다. 하지만 다시 만난 A 씨는 자신의 이득과 관계없는 사람들은 등한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난 이제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은 신경 안 쓰여’ 라 던 지 ‘맨날 뒤에서 숨어서 따라올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해봐야지’라는 말을 서스름 없이 하는 A 씨의 모습은 나에게 실망만을 안겼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고 이후로 이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저 사람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A 씨가 변했다.’라는 말은 쉽게 들을 수 있었다. A 씨가 변하게 된 계기는 ‘재 사회화’에 따른 변화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직장 동료 B 씨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B 씨는 입사 당시에 같이 일을 하던 동료다.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실수도 많았고 놓치는 부분도 있었는데 문제는 일을 대하는 B 씨의 태도였다. B 씨는 출근을 하면 퇴근 후에 뭘 해야 하나 고민하는 비중이 일을 생각하는 비중보다 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같이 일을 하는 입장에서 속이 답답할 노릇이었다. 어린 나이에 입사한 B 씨는 군 복무를 위해 휴직을 하였고 군 복무 후 복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같이 주위 사람들이 일을 하는데 베테랑 들이였고 열정 가득한 직원들이었다. 나는 B 씨가 복귀를 하고 난 뒤 친한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소식만 간간히 들었는데 B 씨가 회사에서 힘들게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힘내라는 연락을 했고 이후 며칠 뒤 전화가 왔다. 자신은 일을 잘하고 싶음 마음이 큰데 심리적으로 압박감이나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도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괴롭고 힘들다고 하였다. 3시간 가까운 통화를 했는데 내가 통화를 하는 동안 처음 알던 B 씨는 없었다. 되레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부족한 면을 말하고 고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지금 팀원들과 냉랭한 관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는 새로운 B 씨가 있었다. 내가 깜짝 놀라 많이 변한 거 같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도 있고 자신도 일에 욕심이 난다고 했다. 만약 B 씨가 일하는 동료들과 정반대의 동료를 만났다면 지금의 B 씨가 있을까? 아니면 변해버린 A 씨는?


앞서 환경으로 변한 두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이 두 사람은 ‘재 사회화’가 얼마나 중요한 과장인지 또 ‘재 사회화’로 어떻게 삶이 달라지는지 알 수 있었다. 개개인마다 선택 우리는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리고 주변의 환경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역시 정하는데 이때 정해진 방향을 더 확장시킬지 아니면 심도를 높일지는 개개인의 바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재 사회화’ 과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과 주관에 맞는 ‘재 사회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만의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스스로의 멋진 답안지를 작성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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