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다. 아침에 알람 소리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어두운 하늘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날은 괜히 센티해지거나 감정이 풍부해진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출근 준비를 한다. 비가 오기 때문에 평소보다 서둘러 준비하지 않으면 차가 밀려 지각할 수 있다. 서둘러 준비한 탓일까?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았지만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했다. 출근해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인사이동과 관련된 이야기로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업무 준비를 하고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에 가 있는데 다른 직원이 와서 묻는다. ‘ㅇㅇ씨, 이번에 다른 곳으로 가세요?’ ‘네,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많은 승진자가 있었다. 때마침 내가 원하는 부서에 자리가 있어 내심 그 자리를 가길 바랐다. 그러던 중 다른 선배가 사석에서 나의 바람을 말했고, 이후 그 선배는 저번에 말한 그 부서에 아는 분이 있으니 한번 말을 해보겠다고 했다. 얼마 뒤 다른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해줄 말이 있으니 시간을 좀 내달라는 것이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지금 그 부서에 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그 선택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담당 부서의 팀장을 찾아가서 사정을 말하고 받아 달라고 말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배의 마지막 한마디는 ‘찾아가야 하는 게 맞는 행동인가’ 고민을 하던 나에게 큰 확신을 주었다. 다음 날 나는 그 부서의 팀장을 찾아가서 이 부서로 옮기고 싶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당연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노력을 하는 것이 맞고, 그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과정을 경쟁이라고 한다. 건강한 경쟁은 경쟁을 하는 당사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경쟁의 과정이다. 때로는 각자의 과도한 욕심과 책임감 등을 이유로 경쟁이 과열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상대에게 큰 피해를 입히거나 보복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복수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경쟁은 매번 건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상대에 따라 피해를 보기도 하고 보복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과와 상대에 대한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사실 건강한 경쟁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경쟁을 받아들여야 할까?
건강한 경쟁은 상대를 인정하는 순간 가능하다. 하지만 경쟁의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경쟁자인 나를 초라하게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상대를 인정하고 경쟁을 시작해야 나 역시 준비 과정에서 부족한 면이 더 잘 보인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 인사이동에서 나보다 인사에 더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고 한다면 나는 경쟁에서 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대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여기저기 인사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다닐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쟁은 그렇지 않았다. 서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을 뿐이다.
우리는 승리에 대한 갈망이 크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하기도 한다. 이때 준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쟁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이나 나의 준비 상황 등. 이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의 승리는 반복될수록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우선 패배에 익숙해질 수 없다.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아도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패배라는 단어를 잊게 만들고 점점 경쟁의 결과만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 결과만 집중하는 경쟁은 과열이 심하다. 과열된 경쟁은 승리에 대한 욕심을 더 크게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욕심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순수한 경쟁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결국 경쟁이라는 이름만 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쟁을 하기 전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다음 자신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스스로 모자란 부분을 알게 되고 그 부분을 채울 것인지 아니면 다른 특출 난 부분을 더 키울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승리를 얻는 방법과 잘 지는 법 또한 배우게 된다. 하지만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 혼자 잘해서, 내가 잘나서, 혹은 나보다 못한 상대와 붙어서 자만에 빠지기 쉽다. 이런 자만은 자신의 생각한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더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스스로를 자책할 수도 있고, 상대의 노력은 생각하지 않은 채 그 노력 자체를 폄훼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승리를 위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괴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 과도한 경쟁에 자신을 노출시켜 어떤 방식이든 써서 승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비난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암을 이겨내고 최고의 사이클 선수가 된 남자가 있다. 고환암을 이겨내고 사이클 대회의 우승을 휩쓴 남자,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정상에 올라선 남자. 랜스 암스트롱이다. 2012년 그는 선수 시절 동안 금지 약물 복용을 인정함으로써 모든 명예를 잃었다. 모든 스포츠에서 약물을 하는 이유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다. 만약 그가 약물 없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리를 얻기 위해 노력한 다른 경쟁자를 인정하고 존중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지만 승리를 위한 욕심은 약물에 손을 대게 되었고, 어느 순간 자신의 승리가 당연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월감에 빠지면서 약물 사용에 대한 죄책감은 사라졌을 것이다. 우리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비슷한 유형의 직원을 볼 수 있다. 실적을 위해 실적 가로채기를 하거나 일보다는 아부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지만 능력이 없어 다른 방면으로 길을 찾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실력을 갖추지 않은 자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당연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실력 없는 자의 방법을 따라 경쟁을 하게 된다. 실력 없는 자가 실력이 뛰어난 자를 이기는 수단은 결국 정당한 방법이 아닌 꼼수다. 그리고 그 꼼수는 상대를 인정하지 못해서 쉽게 쓸 수 있다. 나의 욕심이 경쟁에 임하는 태도나 예의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남는 것은 권모술수다. 경쟁은 권모술수만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경쟁을 하는 상대의 능력과 나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올바른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올바른 경쟁을 위해 상대를 인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남는 것은 과정보다 결과만 바라보는 반쪽자리 발전을 이루는 사람만 될 뿐이다. 경쟁을 한다면 상대를 인정하자. 상대도 나만큼 열심히 하고 노력해서 나와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정하고 승리를 했을 때는 기쁨을 누리되 상대의 아픈 마음을 잘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