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중동초 학생자치회를 앞두고
2026학년도 학급 및 전교학생자치회 선거를 위한 공고가 올라왔다.
새로운 한 해를 이끌어갈 리더를 선출하는 일, 내일부터 학교에는 작년 대통령 선거 못지 않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학부모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야중의 하나가 자치회 선거인 것도 사실이다.
부디 올해는 아무런 민원 없이 선거가 잘 치러져 중동초를 이끌어갈 멋진 리더가 선출되기를 기대해본다.
문득 2018년, 학생자치회 업무를 담당하며 2019 전교학생자치회 구성을 위한 선거 과정을 진행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2018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살짝 다듬어 올려 본다.
오늘 전교학생자치회 선거가 끝났다.
2019학년도 전교학생자치회를 이끌어갈, 회장과 5,6학년 부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였다.
당해 연도 3월 초에 선출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솔안초에서는 개학과 동시에 학생자치회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전년도에 미리 선출한다는 것이었다.
전교 자치회 업무를 맡은 내가 선거 과정을 진행했다.
보통은 선거 공보 후 3일간의 사전선거 운동을 하고, 선거 당일 후보 소견 발표를 듣고 투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의 진면목을 충분히 알리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많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후보자 토론회'를 기획했다.
시청각실에 3~5학년의 유권자들을 모아 놓고, 전교 회장의 사회로, 학생자치회 임원으로 입후보하게 된 동기, 임원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 우리 학교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등에 대하여 발표 및 토론하게 하였다.
또한 상대방 공약의 실천 가능성, 문제점 등에 관해 상호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일종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 형식을 차용한 방식이었다.
처음 접하는 형식에 당황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눈빛이 달라졌다.
상대 공약의 허점을 파고들고, 자신의 비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역량 차이는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이미 당선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투표 결과는 놀라웠다.
내가 예상했던 세 명의 후보가 모두 당선된 것이다.
방송사 출구조사보다 더 정확한 나의 안목이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나를 전율하게 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성숙한 유권자 의식이었다.
보통의 경우, 초등학교 선거는 후보의 역량보단, 후보와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흔하다.
흔히 '인싸'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런데 솔안초 당선자들은 완벽히 그런 유형의 학생들은 아니었다.
나름 학급임원 등의 경력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솔안초 최고의 '인싸'라 불리는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당선된 것이었다.
솔안초 학생들은 화려한 인기보다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줄 수 있는 '진짜 일꾼'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에, 내가 처음으로 시도한 '후보자 토론회'가 작은 도움이나마 주었다고 자평하며 약간의 자부심을 가져본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지만은 않다.
나름대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한다.
어쩌면 지역감정과 이념에 따라 엉터리 후보들을 선택하곤 하는 일부 어른들보다 더 지혜로운 게 아이들이다.
어른들도 이런 건 아이들한테 배워야 한다.
아이들을 믿어야 한다.
믿어주는 만큼 아이들은 성장한다.
준비 과정의 번거로움에, 동료 교사들의 작은 불평도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할 기회를 선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른다.
이제 2026년, 중동초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인공은 누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3년간 지켜본 중동초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담당 선생님께 나의 경험을 공유해 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나이 먹고 쓸데 없는 오지랖 부리는 것 같아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말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