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선수반 선발전을 마치며
지난주 수요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우리 학교 체육관은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마저 이겨낼만큼 뜨거웠습니다.
5월에 있을 부천시 초등스포츠클럽 대회를 앞두고, 배드민턴 선수반을 선발하는 나흘간의 여정이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작년 2학기 개학과 동시에, 체육전담 선생님의 허락하에 5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간 배드민턴 수업을 하면서 소질이 엿보이는 아이들을 20명 정도 선발했습니다.
그리고 수요 배드민턴 기초반에서 활동하고 있던 4학년 아이들중에서도 소질이 엿보이는 8명 정도를 모아, 총 28명의 예비 선수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 8시부터 8시 40분까지, 그리고 수요일에는 방과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
비록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침잠의 유혹을 이겨내고, 수요일 오후의 여유로운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대회에 참가할 선수 남자 8명, 여자 8명을 선발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대회에는 남녀 각 8명씩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식 선발전 시간은 8시부터 8시 40분.
지난주 수요일, 저는 아이들의 부상을 방지하고자 미리 히터를 틀어 놓기 위해 7시 20분에 학교 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새벽 5시, 비자발적 강제 기상이 몸에 밴 덕분입니다. ㅋㅋ
하지만 이게 웬걸!
8명의 아이들이 이미 체육관 출입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는 저의 물음에, '조금이라도 일찍 와서 연습하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며 올해도 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과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기특한 녀석들을 제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방학동안 개인 레슨을 받은 친구들도 여럿 있었고, 또 집에서 단톡방에 제가 올려 놓은 연습 영상을 보며 연습한 덕분인지 방학전에 비해 아이들의 실력이 훨씬 향상된 것 같았습니다.
그 또한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치열한 선발전 끝에 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이 모두 가려졌습니다.
여자부는 채0, 서0, 시0, 민0, 지0, 예0, 채0, 서0.
남자부는 하0, 시0, 호0, 민0, 우0, 시0, 효0, 범0.
합격의 기쁨에 환호하는 아이들과, 탈락의 아픔에 고개를 떨구며 아쉬워 하는 아이들로 나뉘었습니다.
탈락한 아이들을 위로하며 교실로 보냈습니다.
입으로는 선발된 아이들에게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저 어린 마음이 어찌 쓰라리지 않겠습니까!
어린 나이에 벌써 인생의 쓴맛을 맛보게 한 것 같아 제 마음도 함께 아려왔습니다.
교실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이 아이들의 마음이 속히 평안해지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이제 선발된 아이들과 함께 내일부터 매일 아침 땀흘릴 예정입니다.
수요일 오후에는 두 시간 동안 집중 훈련을 할 예정입니다.
작년에는 시대회에서 여자부 1위, 남자부 3위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내심 남녀 모두 우승을 기대했기에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천시 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경기도 대회에선, 예선 1위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8강전 역전패의 충격에 저와 아이들이 소위 '멘붕'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지난 2년간 한번도 이루지 못한 남녀 종합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도대회에서도 최소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제 바램 중 하나입니다.
자기들이 노력한만큼 좋은 결과를 얻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아이들의 자기효능감을 한껏 높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결과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매일 아침, 달콤한 아침잠의 유혹을 이겨내고 기꺼이 연습에 참여하는 꾸준함이 아이들의 삶에 자리잡는 것입니다.
그 꾸준함이라는 성실성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귀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컷 뛰놀아도 모자랄 나이임에도 하교후부터 시작해 저녁 10시 가까이 여러개의 학원을 다녀야 하는, 저보다도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 아이들이 잠시나마 학업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껏 뛰노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땀흘리며 연습했던 이 경험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장식되기를 바래 봅니다.
초등학교 시절은 추억의 단단한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선발된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얘들아, 결과보다 중요한 건 너희가 흘린 땀의 과정이란다."
"앞으로 너희들과 함께할 이 시간과 경험들이 장차 너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꺼내어 볼 윤슬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우리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연습해보자!"
결과라는 열매보다 '과정'이라는 뿌리를 깊게 내릴 우리 배드민턴부 선수반 아이들.
5월의 파란 하늘 아래에서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