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
"그 사람은.. 사람은 좋은데 말투가 좀 차가워"
"같이 일하면 진짜 좋은 분인데, 다들 차가운 사람이라고 해서 안타까워요"
"넌 왜 말에 영혼이 없냐"
"이거 위로 맞지?"
차가운 말투 때문에 오해를 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밥 먹었어?"
야근을 하고 있는데, 외근을 나갔던 상사가 들어오면서 묻습니다.
"네, 먹었습니다. 저녁 드셨어요?"
"먹었어. 일해"
이 둘은 친한 관계일까요? 업무적인 관계일까요?
야근하고 있는 직원에게 예의상 묻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고생하고 있는 직원이 밥은 먹고 일하는지 맘이 쓰여서 묻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글에는 감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관계도 잘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말에는 감정이 묻어납니다.
위의 대화를 말로 한다면 둘의 관계가 좀 더 잘 보일 겁니다.
사실 상사는 야근하는 직원이 안쓰러운 마음에 물어본 거였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이 많네. 밥은 먹고 일하냐?' 이게 진짜 속마음이죠.
그런데, 대화의 마무리에서 "먹었어, 일해" 이 한마디가 애매합니다.
'나도 밥 먹었어. 나 신경쓰지 말고 얼른 일 끝내고 집에 가.'라는 의미였지만 단답형으로 표현하면서 차갑게 느껴집니다. '난 먹었어. 너 할 일 해.' 처럼 들리지 않나요?
그럼, 문장을 길게 말하면 차가운 말투가 따뜻한 말투로 바뀔까요?
아니요. 문장의 길이 문제가 아닙니다.
관점을 바꿔볼게요.
"먹었어,일해"
이 문장에서 모음의 길이만 조금 늘려서 말해 보세요.
"먹었어~, 일해~"
말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거 느껴지나요? 모음을 늘리면 말에 온기가 생깁니다.
사람들이 '차갑다'라고 느끼는 것은 '소리의 단절' 때문입니다.
반면,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은 '소리의 연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연결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모음'이구요.
"넌 참 차갑게 말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음의 길이를 짧게 끊어버립니다.
"밥 먹었어?"를 말할 때, [밥!먹!었!어!]처럼 뚝뚝 끊어서 말하는 거죠
소리의 여운이 없어서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로 들립니다.
반대로 따뜻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모음을 충분히 늘려서 곡선을 만듭니다.
자음에서 시작된 소리를 모음이 받아서 부드럽게 이어줍니다.
"밥 먹었어?"를 [바~압~, 머~거~~써~어~]처럼 모음의 울림이 이어지죠.
왜 모음일까요?
2가지 이유가 있어요.
이유 1.
자음은 혀나 입술로 숨을 막아서 내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감정을 싣기 어려워요.
반면, 모음은 숨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입니다. 입 앞에 손을 두고 입김을 불어보면 따뜻한 바람이 느껴지잖아요. 결국 따뜻함은 이 날숨(따뜻한 바람)에서 나오는데, 모음이 짧으면 그 온기가 전달될 시간이 없어지는 거죠.
이유 2.
따뜻한 목소리는 울림통(공명) 소리입니다. 입안을 둥글게 만들어야 (모음발음) 울림이 생깁니다.
반면, 입을 납작하게 하고 모음을 대충 발음하면 앵앵거리거나 날카로운 소리가 납니다.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 성의 없는 말투가 되는 겁니다.
그럼, 차가운 말투를 따뜻한 말투로 바꿔볼까요.
첫째, 핵심 키워드의 모음 강조
모음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 모든 모음을 늘려서 말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중요한 단어의 모음만 강조해 보세요.
예를 들어, 저는 사과를 좋아합니다. 라는 말을 할 때 '사~과'라고 발음하는 겁니다.
이렇게 모음을 늘려주는 것만으로도 정보가 강조되면서 말이 따뜻하게 변합니다.
둘째, 감정 수식어 모음 강조
정말, 진짜, 엄청난, 커다란, 예쁜... 이런 형용사나 부사의 모음을 늘려보세요.
"오늘 날씨가 정.말 좋.네.요."(차가운 말투)
"오늘 날씨가 정~말 좋네요"(따뜻한 말투)
같은 말이지만 다르게 들립니다. 오늘 날씨 진짜 좋다~는 감정이 전달됩니다.
셋째, 조사는 늘리면 안 됨!!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요.
모음을 늘릴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조사를 늘리는 것'입니다.
"오늘은 중요한 고객을 만날 계획입니다,"
[오늘은~ 중요한 고객을~ 만날~ 계획입니다~]
이렇게 조사를 늘리면 지루한 말투가 되구요.
'쪼'라는 나쁜 습관이 생깁니다.
"오늘은 중요한 고~객을 만날 계획입니다."
이렇게 핵심 단어를 늘려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차가운 말투가 반드시 나쁜 건 아닙니다.
때론 카리스마 있게 느껴지고, 주도적인 이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드러내지 못했던 마음 속 따뜻함을 보여줘야 할 때도 있잖아요.
특히, 리더일 경우 더욱 필요합니다.
칭찬한 건데, 상대가 칭찬인지 잘 느끼지 못한다면?
직원의 사기가 올라갈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일이 많아 힘들어하는 직원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는데,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직원은 조직에서 외롭다고 느낄 겁니다.
상대방의 긴장을 덜어주고 싶어 말을 걸었는데, 더 긴장한다면?
상사는 늘 어려운 존재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모음 길게~
당신의 따뜻한 한마디가 팀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