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야기를 마치며, 또 다음을 기약하며.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고 총 열 편의 글을 썼고, 이제 열한 번째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 북에 실린 글 아홉 편과 퇴근길에 우연히 들은 매미 울음소리에 빠르게 써 내려간 여름에 대한 글 한 편. 그리고 본 브런치북에 실릴 에필로그 한 편.
많은 글을 쓰진 않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처음에 의도했던 <Backspace> 앞에 무너지지 않는 힘을 조금은 기르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글을 더 이상 나만의 서랍에 묵혀두지 않았고 (물론 조각난 글들의 부분부분 들이 서랍 속에 남아있긴 하지만)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다. 반응이 어떻든 간에 우선 첫걸음은 내디딘 것이다.
글은 신기하게도 쓰지 않아 버릇하면 계속 쓰기가 싫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 내려가면 오히려 쓰지 않는 날들이 편안하지 않다. 설사 의미 없는 문장들의 나열이라 할지라도, 바깥에서 보낸 정신없는 시간을 가라앉혀 차분하게 만들어주기에는 충분했다.
문장들이 제법 잘 배열되어 글로 태어날 때는 뿌듯했지만, 어떤 때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던 날들도 있었다. '시작은 쉬운데 마무리는 왜 이리 어렵냐?'며 작은 투덜거림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목표를 정해놓고 글을 써나간다는 건, 동기부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달았는데, 나는 마감 기한이 명확히 있어야 완성을 하는 사람이었다. 즉, 마냥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게 득이 아니라는 것. 많은 시간은 늑장을 부리기 딱 좋았고, 결국 글을 쓰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게 정해져 있었다. 역시, 나는 적당한 압박감과 타이트한 시간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여름에 시작한 글이 가을의 초입에 결실을 보았다. 중도 포기할까 봐 비교적 쉽게 써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한 <취향>에 관한 브런치북이 완성되었다. 나의 취향, 타인의 취향, 우리의 취향에 대한 글모음 집. 무심코 지나쳤을, 관심을 두지 않았을 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할애한 시간이 글로 남았다.
글을 쓰는 습관과 읽는 습관도 조금씩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제 첫 삽을 떼었으니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러니 느릴지언정 또다시 손을 놓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될 때의 쾌감과 뿌듯함. 그 순간을 기억하며 한 글자씩 채워가는 내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