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는 것.

온세상이 노란 물이 들었어, 노랑노랑해

by 희재


# 봄을 알려주는 꽃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꽃, 하면 무슨 꽃을 먼저 떠올릴까? 나는 특별히 매화를 아낀다. 몇 년 전 매화마을을 거닐며 보았던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서 머무르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다시 슬금슬금 마음을 건드는 것이다. 이봐, 다시 봄이야. 나와 함께 했던 시간이 왔어.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말이야, 매화 너만 보기에는 올해는 조금 아쉬울 것 같구나. 조금 특별하게 맞이해보려고 해. 다른 친구도 함께 보고 싶어졌거든.


IMG_8940.JPG


# 남도(南道)의 꽃을 만나러 가는 길

산수유, 매화, 동백꽃을 만나러 가자! 사실 산수유에는 마음을 주지 않았다. 노-오란 빛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쉬이 볼 수 없지만 어릴 때는 동네 곳곳에 개나리가 많았다. 어느 집 또 어느 집 담장을 걸을 때면, 줄기에 노랗게 송골송골 맺혀있는 개나리꽃을 보면서 봄이 왔음을 깨닫곤 했다. 어릴 때부터 흔하게 봐왔기 때문일까? 그래서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언젠가부터 개나리는 동네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 담장이 있던 집이 허물어지고, 빌라가 들어서면서부터였지 싶다. 내 키보다 조금 더 높았던 갈색 벽돌 담장은 없어지고, 차가운 시멘트의 커다란 건물이 자리 잡아 가면서부터 말이다. 개나리가 사라지고 나니 노란빛이 이제야 그리워졌나 보다. 사람의 마음이란. 곁에 있을 때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의 무관심 속에서도 항상 봄은 왔고, 혹여 외로울까 꽃들이 따뜻하게 봄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신경을 써주기로 했다. 항상 한결같았던 꽃이라는 녀석들에게. 그 처음은 개나리의 노란 빛을 머금은 산수유였다.


IMG_8909.JPG


# 산수유가 피는 마을

‘산수유’하면 구례 산수유 마을이 떠오른다. 국내 곳곳에 산수유 마을은 많이 있다. 영미! 영미! 의 고향 의성에도, 안동에도, 경기도에도. 노-오란 작은 꽃망울들을 전국에서 흩뿌리고 있다. 남도로 여정을 잡았으니, 구례로 향한다! 평일에 찾은 산수유 마을은 다행히 붐비지 않았다. 조용하진 않았지만, 적당한 인파 속에서 산수유를 볼 수 있었다.


아, 네가 산수유구나. 관심 갖지 않아서 미안하네. 참 예쁜 노란빛인데 말이야. 그동안 너무 화려한 꽃만 찾았던 것은 아닌지 괜히 머쓱해진다. 작은 꽃망울이 가지가지에 가득 펴있었다. 제 역할을 다 해내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IMG_8889.JPG 예쁜 길이름에 발걸음이 멈춘다. 산수유꽃길로.
IMG_8906.JPG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엄청난 추위가 왔다. 덕분에 하얀 눈과 파란 하늘과 노란 산수유가 모두 나의 것.
IMG_8932.JPG 시골마을은 언제나 정겹지, 너로 인해서.


# 산수유 부케

산수유는 영원불변의 꽃말을 갖고 있다. 영원불변. 멋진 말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랑을 약속하는 것일까? 결혼할 때 신부의 부케로 해도 독특할 것 같았다. 특히 요즘엔 소규모 웨딩, 하우스 웨딩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기도 하니까. 봄에 결혼을 하는 신부라면 노란 산수유로 만든 부케를 해도 꽤 의미 있을 것 같다. 봄에만 특히 3월~4월에만 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부케다.

KakaoTalk_20180421_212909609.jpg 손 에 핀 꽃



# 너를 좋아하고 난 후부터

산수유는 붉은색 열매를 맺는다. 흡사 구기자와도 비슷하고 또 오미자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나 같은 초보가 구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관심을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게 되겠지. 내가 매화를 좋아하면서부터 매화와 벚꽃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된 것처럼. 좋아한다는 건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외면과 내면 모두를 말이다.


IMG_9010.JPG
IMG_9013.JPG
IMG_9048.JPG 온세상이 노랗게 변했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