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꽃도 있고 저런 꽃도 있는거지

칼랑코에 블로스펠디아나의 매력

by 희재


# 익숙한 인연

얼마 전 산책하러 나갔다가 식물이 가득 담긴 트럭을 만났다. 트럭에는 다육이부터 공기정화 식물, 꽃나무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어느 하나 시선이 머무르지 않는 아이가 없다. 선택은 언제나 고민을 불러오고, 그동안 키워왔던 많은 식물을 살리지 못한 전과가 있는 나는 주눅이 든다.


시선을 고루 나눠준 후, 빳빳한 퇴계 이황 선생님과 맞바꾼 건 익숙한 식물이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겠다, 는 어디서부터 샘솟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유의 의지가 가장 컸다. 게다가 키우기 쉽다고 알려진 식물조차 떠나보내는데, 생소하고 어려운 식물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결국, 칼랑코에와 아이비를 사 들고 왔다.


# 튼튼한 케이블 같은 꽃

칼랑코에 블로스펠디아나는 노란색, 주황색, 자주색, 빨간색처럼 강렬한 색의 꽃이 핀다. 초록색의 넓은 잎사귀가 강건해 보인다. 누구나 딱 봐도 ‘아 쉽게 죽지 않는 식물 같아. 튼튼해 보여.’ 라는 생각이 든다.


크기가 비슷한 다른 식물들이 얇은 철사 같다면, 칼랑코에는 바다 한가운데서 다리를 잡아주고 있는 케이블 같다. 강인함이 묻어나온다. 직접 키워보면 더욱 공감하겠지만,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꽃이 다 시들고 잎줄기 몇 가닥만 남았을 때도 끝까지 햇볕 쪽으로 몸을 틀어 살아남았다. 게다가 선인장 종류라 물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니 게으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얼굴을 감추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3주가 넘어서고 4주 차에 접어들자 얼굴을 다 드러냈고, 먼저 얼굴을 보여주었던 아이들이 다시 잠에 빠질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내년을 기약하며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헤어짐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다. 헤어짐에 면역력이 있다면 덜 힘들까? 하지만 무뎌지고 싶지는 않다. 헤어짐에 충분히 아파할 줄 알고, 만남에 온전히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란 꽃이 지고 있다. ‘청하’라는 시인이 썼다고도 하고, ‘정호승 시인’이 처음 썼다고도 하는 한 문장이 입에 맴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아프지만 참 아름다운 문장이다.



# 설렘

칼랑코에의 꽃말은 설렘이다. 참 좋아하는 단어다, 설렘, 두 글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상하게 두근두근하거든. 기분이 좋아지고, 5월의 초록빛 싱그러움이 떠오른다. 왜 설렘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상상했다.

칼랑코에는 겨울을 나고 봄이 시작되기 전부터 꽃을 피운다. 꽃을 피워내는 식물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예쁜 빛을 뿜어낼 수 있을지, 또 얼마나 탐스러운 꽃망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설레고, 걱정도 되고. 그렇지 않을까?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설렘이라는 꽃말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 이런 꽃도 있고 저런 꽃도 있는 거지

칼랑코에는 향기가 ‘거의’ 없다. 향을 맡아 보고야 말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열심히 킁킁거려야만 한다. 코를 가까이 갖다 대고, 너의 향을 전해줘, 라는 마음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면 아주 조금, 어떤 냄새가 코로 들어온다. 달콤하지 않다. 백합처럼 진하지도 않다. ‘그냥 냄새’다, 그냥 냄새. 평범한 냄새. 그것도 아주 약하게 퍼지는 아무것도 아닌 그런 냄새.


그럼에도 새롭다. 꽃이라고 좋은 향을 꼭 품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꽃도 있고 저런 꽃도 있는 거지. 세상도 다 그런 거 아니야? 그래그래, 네 말이 맞아 칼랑코에야. 다양한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 삶의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주었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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