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닮은 백목련

할머니의 이야기

by 희재


#하얀 꽃잎은 뻥튀기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보아왔지만, 언제나 추억 속에 있는 목련 나무. 압도적으로 큰 키는 고개를 한껏 들어보게 하거나, 조금 멀찌감치 서서 보게 하지만 볼 때마다 하얀 꽃잎은 뻥튀기를 연상시킨다. 웃기지, 예쁜 꽃 보고 가래떡을 얇게 썰어 튀긴 뻥튀기를 연상하다니.

땅바닥에 떨어진 깨끗한 목련 꽃잎을 주워 공기를 불어 넣으면, 금세 작은 하얀 공으로 변신하는 걸 신기해하던 때도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하얀 꽃잎은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해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피하던 때도 있었다.

IMG_9219.jpg 벌교 보성여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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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211.jpg 꽃, 그리고 할머니의 그림자



#할머니를 닮은 목련

목련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위안부 할머님들과 비슷한 연세의 할머니라 그런가. 여하튼 목련은 150cm가 채 안 되는 할머니보다 키가 몇 배는 더 크겠지만, 할머니와 이미지가 매우 비슷하다.


편의상 ‘목련’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통 쉽게 볼 수 있는 목련은 ‘백목련’이다. 우리나라 토종 목련은 꽃잎이 벌어져 있어 흡사 바람개비 같다. 백목련에 익숙하다면 목련을 봤을 때 ‘어? 목련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 수 있다.

두 종류의 차이가 외관상 가장 크게 드러나는 건, 꽃잎의 개수에서 오는 풍성함이다. 백목련의 꽃잎이 풍성해 보이는 이유는 꽃받침마저 꽃잎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목련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나는 그중에 하얀 백목련이 가장 좋다. 따뜻한 느낌이 정말 꼭 할머니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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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단다

어른이 되는 것도 모른 채,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할머니의 말을 떠올린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란다.” 오르막길을 계속 걷는다고 생각해보라. 숨이 차오르며 땀이 나고, 발도 아프겠지. 반대로 내리막길만 있다면? 오르막길보다 훨씬 수월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겠지만 한참을 걷다 보면 지루할 것 같다.


인생이 언제나 힘들 때만 있지는 않다는, 힘든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분명히 있기 마련이라는, 내리막길을 걸을 때면 오르막길을 예측하고 반대로 오르막길을 힘겹게 디딜 때면 곧 내리막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할머니의 교훈이었다.


그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온전히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오르막길만 있는 길도, 내리막길만 있는 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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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선물

힘든 일이 앞에 닥치면 생각한다.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구나, 곧 내리막길이 나오겠네. 그 길은 한결 쉽고 가벼운 발걸음일 거야, 그러니 상심하지 말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도 말자.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금세 내리막길이 나올 테니까.

목련 같은 할머니의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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