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까?

by 희재


#사랑할 수 있는 게 능력이라고?

얼마 전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전문가 인터뷰 내용 중,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그녀가 이야기한 많은 내용을 지울 만큼 강렬했고, 오직 저 문장만을 기억 속에 남기게 했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도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거구나.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던 게 신기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고 믿기 힘들기도 했다.



#동백꽃이 어떻게 생겼더라?

여수 오동도를 오랜만에 찾았다. 여수에 머무르는 동안 오동도를 참 많이도 갔지만, 꽃피는 춘 사월에는 가보지 못한 터라 동백꽃이 가득 핀 오동도가 몹시 궁금했더란다. 동백꽃이 어떻게 생겼더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더란다. 간접체험보다 직접체험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번 기회에 꼭 너를 보고야 말겠노라, 생각했더란다. 그렇게 찾은 오동도, 동백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그 섬에는 정말 동백꽃이 많이 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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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동백꽃은 붉디붉은 꽃잎이 강렬하게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짙은 초록색의 꽃잎은 빛을 받아 더욱 반짝였다. 만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두꺼운 잎사귀로부터 오는 강인함을. 하긴,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틔울 준비를 하려면 어지간한 의지로는 불가능하지 싶었다. 가끔 생명이 가진 힘을 생각하노라면, 신비로움에서 헤어 나올 수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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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은 뚝 떨어진다

동백꽃은 다른 꽃과 조금 다르다. 나무에서 떨어질 때, 꽃 모양 그대로 뚝 하고 떨어진다. 떨어질 때 꽃잎이 흩날리지 않는다. 벚꽃처럼 꽃잎이 흩날린다면, 휑-하고 부는 바람에 휘리릭-하고 날아간다면, 아마 동백꽃은 우리에게 다른 상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 같다’든지, ‘꽃가루처럼 사뿐히 땅 위에 뿌려져 있다’든지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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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면 떨어진 꽃송이로 마음을 표현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오동도에 많은 건 동백꽃뿐이 아니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놓은 사람들의 마음이 있었다. 붉은 하트가 곳곳에 보였다. 연인이었을까, 아니면 친구였을까, 아무래도 괜찮다. 서로를 향한 진심을 가득 담아 동백 하트를 만들었을 테니. 여기저기 떨어진 꽃송이를 모으는 귀찮음마저 이겨낼 만큼 사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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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참 달콤한 말이다. 동백의 꽃말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을 소중한 말이다. 하트 제작자들은 동백의 꽃말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꽃말을 직접 작품으로 만들어낸 예술가임이 틀림없다.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사람

예술가는 떠났고, 떨어진 동백꽃은 남아 또 다른 누군가를 맞이하고 있다. 사랑을 마음껏 표현할 줄 아는 또 다른 예술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멋진 사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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