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0315] 꽃들 by 문태준
모스크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많았다
스물네시간 꽃을 판다고 했다
꽃집마다 ' 꽃들' 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고 순한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꽃들'이라는 말의 둘레라면
세상의 어떤 꽃인들 피지 못하겠는가
그 말은 은하처럼 크고 찬찬한 말씨여서
야생의 언덕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의 보살핌을 보았다
내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두루 덥히듯이
밥 먹어라, 부르는 목소리가 저녁연기 사이로
퍼져나가듯이
그리하여 어린 꽃들이
밥상머리에 모두 둘러앉는 것을 보았다
#꽃들 #말의둘레 #크고찬찬한말씨 #말의보살핌 #밥먹어라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어린꽃들 #시
#너라는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