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여름의수박 Jan 08. 2018

아무것도 하지 않아 행복한 여행일기

부러 애쓰지 않는 여행법  :) 

이렇게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길 줄이야. 오랜만에 여행일기를 기록하러 들어와 적잖이 당황했다. 지난여름에 멈춰있는 기록을 보고 있자니, 지난해 나는 그 좋아하는 글을 쓰는 일을 게을리했구나 싶다...

어쨌든, 여행하는 틈틈 기록했던 마음들을 정리하여 기록해둔다. 

그날의 기분과 마음을 그 어디에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행복했던 순간이 날아갈세라 나는 또 이렇게 기록한다. 


나에게 2017년은 무척 고된 한 해였다. 일개미의 팔자려니 하며, 일을 했지만 해도 해도 줄지 않은 일과 스트레스에 나는 적잖이 지쳐있었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탈출하고 싶었다. 

그 새벽, 보고서를 쓰다 지친 나는 항공사 사이트를 몇 번 뒤적인 후 결제를 했고, 또 일에 치여 사느라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여행 가기 불과 며칠 전에 부랴부랴 숙박을 예약하느라 꽤나 고생했다(그렇게 숙박비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을 줄이야...허허) 


나는 대체로 꼼꼼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늘 꼼꼼쟁이인 탓에 내가 나를 갉아먹으며 일을 하는 편인데, 여행에 있어선 그 성격이 통하지 않는다. 아마 평소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탓인지, 여행에선 '애쓰지 않는' 편을 선호한다. 마음이 유연해지는 시간들. 


올 한 해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여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애써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추위라면 질색하기에 동남아를 선택했고, 그중에서도 빠이(pai) 다음으로 사랑하는 치앙마이를 가기로 했다. 치앙마이는 3번째이기도 하고, 관광지보다는 동네 골목 사이사이 풍경을 더 사랑하기에 가능한 여행법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부러 애쓰지 않는 여행을 했고, 나름의 계획도 세웠다.



하나, 그날그날 하고 싶은 걸 한다.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랬다! 그날의 기분에 충실해보자.

둘, 되도록 매 끼니 새로운 걸 먹는다. 실로 행복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먹을 게 넘쳐나는 곳이니.

셋, 1일 1 마사지 실천! 타이마사지는 사랑이니까 :)


좋다. 무작정 걷는 것도. 

걷다 힘들면 맛난 커피를 마시러 가고,

졸리면 숙소에 들어와 실컷 늘어지게 낮잠 자다,

한껏 기분 내고 싶은 날엔 레스토랑에서 가격에 상관없이 마구마구 먹어대고 ㅎㅎ

혼자여도 절대 외롭지 않았던, 일주일의 행복 



낯선 곳에서 누리는 소소한 재미와 설렘, 작은 긴장감이 만들어 내는 공기가 좋다.

잔뜩 움츠려들 필요 없이 나를 좀 놓아도 되는 시간들이 일 년에 몇 번이나 있었지..?

생각 없이 하루하루 보내는 순간의 기분이, 내가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의 쓰임이.

내가 때때로 취하고 싶은, 낯선 곳에서의 일상을 만끽했다.


이 기분에 취해, 나는 또 일년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올 한 해 고생했다고 위로해본다.

2018년에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하루가 종종 찾아올 수 있도록,

마음을 더 들여다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변명처럼 궁색해진 2016년의 다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