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10월에 또 읽는 9월의 책

<여백의 미, 공간 다이어트>의 시작은 역시 책책책

by 한여름의수박

가을맞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야 <여백의 미, 공간다이어트>. 프로젝트명이라도 거창하게 가야 하기 싫은 집안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고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늘 부족한지, 참 많이도 샀다. 꾸준히도 산다. 사는 것 만큼 비우는 것도 열심히면 좋겠지만, 언제고 한 번은 꼭 쓰고 볼 것만 같아 내자식을 내치기는 쉽지 않았다. 어쨌든 <여백의 미, 공간다이어트>의 첫 시작은 바로 책이었다.


나는 온라인 알라딘서점 굿즈 노예(어떻게 매달 그렇게 꾸준이 굿즈가 예쁠 수가 있나 :p)인 탓에 매달 책을 샀고, 집 앞 버스정류장엔 대형서점이 있고, 일터 가까이엔 독립서점이 있다. 이렇게 좋은 환경(?)인 탓에 참으로 꾸준히도 샀다. 두 번은 손이 안갈 거 같은 책들을 선별하여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넘겼고, 슬프게도 책 모퉁이에 곰팡이가 핀 책들을 정리했다. 이번달엔 절대 신간을 사지 않으리...(집에 있는 책이나 잘 보자!)


그리하여 시작된 리마인드 독서. 9월에 읽고, 10월에 한 번더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땐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이 많으므로.


KakaoTalk_20181011_104346689.jpg 이달의 책, 6권.


10월에 또 읽은 9월의 책


**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저. 홍익출판사. **

지난 초여름에 읽기 시작했으나 마음이 어지러워 마저 읽지 못하고, 가을에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니까, 초여름 그때는 직업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에 대해 한참 고민하던 시기였다. 나는 언제나 기획자이고 싶고,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기획 일에 몰두하고 싶은데 여건상 그렇게 되지 않는 상황이 조금 버거웠다. 그런 마음탓인지 그땐 책이 잘 읽히지 않았고, 퇴사 후에 다시 읽은 책은 인생의 책으로 꼽을 만큼 참으로 좋아, 여전히 시간 날때마다 들춰보고 있다. 기획자의 습관, 제목이 참 별나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만한 제목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획. 어떤 일을 도모하고, 그 생각을 나누어 보는 것. 기획이 없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은 기획한 대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좋은 기획은 세밀한 일상의 관찰과 관계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듣고 싶은 이야기 사이의 적당한 지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중요한 만큼 어렵다. 많이 보고, 듣고, 읽고, 쓰는 일상의 경험들이 어떻게 기획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저자의 경험과 일상 등을 통해 잘 정리해 두어 도움이 많이 됐다. 스치면 그만인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힘은 결국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니까. 무엇하나 소홀히 하지 말 것. 꼭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일을 할 때의 태도나 방식에 대한 팁을 많이 얻을 수 있으므로 누구든 읽으면 좋을 책이다.

KakaoTalk_20181011_104348420 (1).jpg 직장인의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

**마케터__의 일. 장인성 저. 북스톤.**

가볍게 읽히는 것에 비해 내용이 가볍지 않아 좋았다. 함께 일하는 주니어 마케터들에게 경험자산을 나눠주려고 글을 썼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직업인으로서 마케터가 갖춰야 할 태도와 소양에 대해 다룬다. <기획자의 습관>과 함께 번갈아 가며 읽으면 좋을 책이다. 좋은 기획이란 실행력을 뒷받침 하지 않으면 결국 구현될 수 없으므로, 기획과 마케팅은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관계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 마케터가 되느냐보다는, 직업인으로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은 가에 대한 답을 얻기에 좋은 책이다. 그 어디에도 정답은 없지만, 아주 좋은 해답은 될 수 있으니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직업으로서의 마케터' 행동강령을 소개하면 이렇다.

-경험을 관찰하면 마케터의 자산이 된다.

-좋은 방법은 왜에 충실하는 것이며, 숫자 뒤에 진짜 사람이 있다.

-안되는 이유 대신 되는 방법을 찾고, 작게 시작하고 짧게 보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가 안된다는 말은 이해력을 망치며, 무릎을 탁 치는 이야기에는 논리가 필요 없다.


<기획자의 습관>과 <마케터 __의 일>을 읽으며 반성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이야 말로,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자세임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책은 역시 좋은 스승이다.




KakaoTalk_20181011_104347714.jpg 마음이 헛헛할 때 읽기 좋은 책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저. 시공사.**

이도우 작가의 전작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너무 좋아 열 번은 넘게 읽은 통에 주인공 공진솔과 이솔의 대화까지 술술 말할 정도 였다. 어찌나 좋아했던지 필서도 했더랬다. 그후 소식이 뜸하던 작가의 신작이라니. 나이가 드니 로맨스소설은 모두 시들해졌지만, 작가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필체가 좋아 고민없이 구입해 읽었다. 읽고 보니 역시나였다. 이번엔 한적한 시골 어느 서점에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다. 하룻밤에 읽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400쪽이 넘는 책이었지만, 밤 11시가 넘어 읽기 시작한 책은 새벽 3시가 되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계속됐다. 나는 역시나 드라마보다는 이러한 책의 로맨스에 더 끌리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 인간. 자세한 책의 이야기는 나중에 한 번더, 다루기로 한다.


**잘 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저. 아르테.**

사실 큰 기대없이 읽었다. 그저 <미쓰홍당무>와 <비밀은 없다>를 재미읽게 본 기억으로,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싶어, 신작이라기에 구매했고, 책 표지에서 사실 빵 터졌다.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 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상상할 수 있는,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엉뚱하고 재미있는 사람일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다른사람에게 자신의 슬픔과 힘듦을 전시하고 과시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같은 맥락으로 자신의 치부든 트라우마든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는 사람의 굳건한 심지를 좋아한다. 그게 뭐 어때서? 내가 조금 부족한데, 그게뭐? 이런 삶의 태도는 언제나 부럽다. 적어도 나에게 저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미쓰홍당무>의 약간의 황당함이나 <비밀은 없다>의 정형화되지 않은 모성애도. 뭐가 됐든 자기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덤덤히 쓸 수 있는 이야기라서 부담없이 그리고 때때로 읽기 좋았다.


**하루의 취향. 김민철 저. 북라이프.**

좋아하는 에세이 작가의 책은 고민이 필요없는 법. 전작 <모든 요일의 기록>과 <모든 요일의 여행>은 여행가방에 꼭 챙겨넣는 책으로 언제 읽어도 좋은 책들이다. 그런 작가의 신작이라니, 제목이 심지어 하루의 취향이라니. 20대엔 참으로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한지.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들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났다.


30대의 나는 좋아하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것들이 좀 더 명확해지는 시기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들이 삶의 리트머스지가 되어 취향을 견고히 해나가고 있는 중. 좋아하는 것들은 시시때때로 변하지만, 싫어하는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 더욱 견고해져 싫어하는 것들이 층층히 세분화된다.


일을 그만두고, 내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할 즈음 만난 책으로 이번 대만여행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줬다. 내 남은 30대 후반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저 직업적인 고민이 아니라 나에 대한 사람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볼때, 저자의 이야기를 빌어 나라면 어땠을까? 나의 취향은 뭐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발견하게 되는 나의 취향찾기.



KakaoTalk_20181011_104348064.jpg 직업에 대한 고민

**프리랜서 시대가 온다. 전민우·이은지 저, 트러스트북스.**

카드뉴스 콘텐츠 제작자인 이은지씨의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콘텐츠 제작을 했던 경험을 나누는 영상이었는데 짧지만 강렬한 여운이 남아 검색하여 책을 샀다.


"어린 친구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콘텐츠화하고 이를 통해 수입이 창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세대인데, 능력있고 실력있는 친구들이 회사 입사가 목적이 아닌 자기다움을 갖추고 잘먹고 잘살기를 꿈꾼다면 수많은 기업들이 인재를 잃게 되리라는 이야기였다. 이제 인재들이 회사가 아닌 자신을 위해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회사라는 테두리안에서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일은 생각보다 많지도, 쉽지도 않다. 더이상 네이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는 시대는 갔다. 유투브로 영상을 검색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검색하며 정보를 축적하는 시대이다. 초등학생들이 저마다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그 속도감을 따라갈 수없는 지경이다.


퇴사를 하고 요새 생각이 많긴 하다. 다시 이직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볼 것인지 그런 고민을 하다가 영상을 보게 됐고, 읽게 된 책. 평범하진 않지만, 본인이 성취한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해 두어 경험자산을 나누기엔 좋은 책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모두 잘할 수는 없다. 본인의 특장점을 비교적 이성적으로 관찰하여 부족한 부분은 협업하고 파트너쉽을 이뤄나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실패를 경험했고, 본인이 잘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얻었는지 등등이 잘 나와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팔고 싶은 물건, 내가 판매하고픈 서비스와 가장 유사한 경쟁사들의 전략을 분석해서 같은 라인으로 콘텐츠를 뿌려라." 책에 기술된 온라인 마케팅 노하우 중 하나인데, 온라인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의 생존전략'도 현실적이라서 눈에 들어온다. "자신의 노하우를 서비스화하고 경험을 판매하라"는 저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이번주 나의 미션은 포트폴리오 작성으로 삼았다.



책을 읽고 리뷰하는 것을 조금 더 꼼꼼히 해볼까 싶다.

어쨌든, 오늘의 독서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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