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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글 Nov 04. 2022

끝과 시작 그 사이

몽글 005

나는 너의 마음과 내 마음이 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너의 대답은 달랐다.

매번 비슷한 이유로 실패를 해왔다고 말하는 너는 시작을 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왜 네가 나와 또 실패를 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왜 마음을 못 주는 것인지 그저 답답했다.


너와 내 마음이 같기만을 바랬다.


몇 주 전, 모임에서 만난 한 친구가 준비운동 없이 달리기를 하다가, 무릎인대를 다쳤다고 했다. 마라톤 출전 준비 중이었는데, 다시는 못 달릴까 봐 겁이 나 보였다. 좋아하는걸 다시는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슬픔이 얼마나 클까.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나 또한 무릎이 좋지 않아 시작을 계속 망설이고 있었던 게 문득 떠올랐다.


이 주 뒤,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릎이 거의 다 회복되어가고 있다고 다. 다행이다 너무. 같이 길을 걸으며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기가 너무 겁이 난다고 했다. 다시 또 다치게 될까 봐.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너의 망설이고 주저했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네가 말하는 너의 실패했던 과거들이 너에게는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다 회복되었을 거라 생각하여, 시작점에 섰지만, 힘들었던 기억들에 너는 다시 시작도 못하고 뒤돌아 갔던 것이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이별이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끝이 너무 어려워 시작을 하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너와 시작하고 싶은 내 앞에 시작 두려워 떠난 네가 있다.


너를 감 안아주고 싶다. 너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너는 더 이상 도돌이표 속에 살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이지만 너는 널 꼭 닮은 사랑스러운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너를 다독여주고 싶다.


네가 생각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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