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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주일장춘몽 Apr 29. 2022

아들의 첫 휴가

D+389.

잠시 후면 아들이 입대 389일 만에 두 번째이자 마지막 휴가를 나온다!!!!     



아들의 첫 휴가는 작년 11월 11일이었다. 코로나로 신병 위로 휴가는커녕, 면회도 외출·외박도 못해봤다. 아이의 부대는 경기도 연천. 아이가 입대 한 사이에 이사 온 집은 충남 공주. 아들 군대 보내놓고 이사해서 아들이 휴가도 못 온다는 얘기가 딱 우리 얘기였다. 목요일 오전 8시에 포대장 보고하고 부대 출발이라는데 하필 나는 수요일 저녁에 남의 아들 딸들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 강의를 마치고 밤에 올라가기도 당일 새벽에 출발해 8시까지 도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 큰 아들 집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라고 해도 전혀 문제는 없다. 아이가 이사한 집에 처음 오는 길이 아니거나 군복무 중에 짧은 휴가를 나오는 상황만 아니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거다. 하지만 입대할 때는 가까운 곳에 있다가 멀리 이사를 와버린 엄마의 마음은 아이의 오가는 길이 좀 편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고민 끝에 당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이 엉뚱하게 돌아갔다. 외손주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던 친정 엄마가 상황을 아시고는 비교적 시간에 자유로운 일을 하는 당신의 큰아들, 나의 친정 오빠한테 SOS를 치신 것이다. 마침 시간을 낼 여건이 됐던 오빠는 흔쾌히(...아니었으면 어쩌지?) 조카를 픽업해주기로 했다. 동생 이사 간 집도 가볼 겸 공주도 가볼 겸 조카를 데리고 오기로 했다. 어찌나 고맙고 어찌나 미안하던지. 이래서 가족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오는 길이 해결되고 나니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 남았다. 산 속 부대에 갇혀서 그동안 먹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요즘 군대는 옛날 같지 않다고 하지만 그거야말로 꼰대적인 발상 아닌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가있는 젊은이들은 누구나 그 시기가 지금껏 살면서 자신이 겪는 가장 힘든 시간이고 가장 통제되고 가장 억울한 시간이다. 1980년대 군 생활 한 아빠들이나 2020년대에 군에 있는 아들들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드디어 아이가 왔다. 각 잡힌 군인의 경례. 시야를 가리는 눈물 너머로 보이는 아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내 머릿속에 있던 어리기만 한 모습이 아니었다. 대체 지난 7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안타까움과 대견함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인가?    





           

집에 온 아들은 2시간 만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열흘 후면 다시 군인의 자세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나라의 아들이 아닌 내 아들의 모습이 좋다. 사랑스럽고 속 깊은, 그렇지만 아직 좀 더 커야하는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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