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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주일장춘몽 May 09. 2022

'시골'에 담긴 편견

요즘 ‘어쩌다 사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한 발 더 들어간 읍면 단위 작은 동네에서 지역 주민들의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좋다. 여유롭고 따뜻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의당면은 대부분 농촌 지역으로 이뤄진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시골’ 지역이다. 그런데 작년에 진행했던 영상 만들기 강좌에서 만난 분들은 평소 내가 생각했던 ‘시골 사람’의 이미지를 확 깨뜨려주었다. 늘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도시 사람들과 비교해서 느리고 취미나 관심사가 한정적일 거라는 생각은 오만이고 큰 착각이었다.      


큰 도시 사람들은 늘 시간에 쫓긴다. 출퇴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바짝바짝 붙어사는 남의 시선 때문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쏟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농촌은 다르다. 농촌에 산다고 해서 절대 한가하거나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부지런하다. 두세 가지 일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테면 과수원을 하면서 텃밭 농사, 농산물 2차 가공도 함께 한다거나 낮에는 자기 일을 하고 밤이나 주말에는 지역에 관련된 일을 한다. 대도시 같으면 생각 없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직접 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 의용 소방, 의용 방범 등 지역주민 스스로 힘을 모아야 하는 일들이 많다. 무엇보다 농사일은 평일과 휴일, 출퇴근 시간 구분이 없다.     


내가 진짜 놀랐던 것은 따로 있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 내 주변에는 드론을 날리는 어른이 별로 없었다. 드론이란 부지런한 촬영감독이나 드론 전문가들이 전문적으로 배워서 작업에 활용하는 거였고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취미나 교육용으로 조작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의당면 주민들 중에는 드론을 날리는 분들이 꽤 많았다. 새를 쫓기 위해서라고 했다. 효과가 제법 좋다면서 농약을 살포할 수 있는 대형 드론 조종을 배워야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상편집 프로그램 강의에 컴퓨터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어르신 참가자들이 여럿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 바쁜 농사철이 끝나고 농한기가 되면 단체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럴 때 찍어둔 사진이 너무 많아서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나눠보곤 했다는 것이다.      


멋쟁이 참가자도 많았다. 편안한 등산복 차림이나 작업복 차림일 거라는 생각은 역시 큰 오산. 풀 잘 먹은 하얗고 빳빳한 맥고모자에 하와이안 셔츠를 즐겨 입는 멋쟁이 어르신, 강의 끝나고 바로 라운딩을 갈듯 한 자치회장님, 잠자리 날개 같은 생활한복 차림의 의용소방대장님, 지금까지 만들어둔 동영상을 보여주며 스마트폰 편집 프로그램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를 묻는 어르신 등등 다양한 취미와 관심사로 내 그동안의 선입견을 와장창 깨 주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지금껏 ‘지방=시골’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시골’이라는 단어에 많은 편견이 있었음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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