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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주일장춘몽 May 10. 2022

선비 사주는 절대 자랑이 아니다.



“야는 사주에 글 읽는 선비가 들었단다. 점쟁이가 선비 사주라 카드라.”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어머니한테 들은 얘기다.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하셨다. 시집 잘 왔다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역학이나 사주에 별 관심이 없었던 지라 흘려듣고 넘겼다.     


몇 년이 지나서 남편이 이직을 하게 됐을 때, 어쩐 일인지 용한 데 가서 자기 대신 상담을 좀 하고 오라고 했다. 평소 그런 데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인지라 왠지 심부름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용하다는 역술가를 만나 상담하는 방송작가들이 주변에 많았기에 친한 선배 작가 한 사람을 앞세워 강남역 오피스텔에 ‘00삼촌’을 만나러 갔다.      



“뭐가 궁금해서 왔나요? 이런 데 안 다닐 것 같은 분이?”     



뭐지? 나한테서 뭐가 보이나? 그렇지 않아도 이런 곳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뭘 물어봐야 하는지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대뜸 이런 말을 듣자 얼굴도 화끈거리는 것 같고 심장도 더 크게 두근대는 것 같았다.     



“제가 궁금한 게 아니라 남편이 궁금해해서요. 직장을 옮기게 됐는데 가서 좀 여쭤보고 오라네요..”     



남편의 생년월일시를 내밀었는데 그때 제일 처음 들었던 말이 내 머리를 때렸다.     



“남편분이 선비 사주시네요.”     



아! 잊고 있었던 그 단어,  선.비.사.주.     



“이런 사주를 가진 분들은 대부분 점잖고 성실해서 시류에 휘말려서 복잡하고 시끄러운 일을 벌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평온하고 잔잔한 호수 같죠.”     



무슨 뜻이지? 좋다는 건가?     



“그런데 큰 벼슬에 오르는 선비는 또 아니에요. 혼자서 조용히 글 읽고 시 읊으며 살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옆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집에 쌀이 떨어졌는지 별 관심이 없어요. 글 읽는 거 말고는 재주가 없으니... 훈장이나 하면 할까. 명예는 조금 있을지 몰라도 재물이 붙지를 않아요. 한마디로 자기만 좋은 사주예요.”     



용하다. 참 용하다. 벌써 십수 년 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00삼촌’은 참 용한 분이다.

남편은 성실한 사회인이다. 그래서 집에 쌀이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자기 일에는 세상 열심히지만 그 밖에 다른 일에는 한없이 게으르다. 경제관념도 그저 그렇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속만 시끄럽다며 크게 관심 두지 않는다. 그때 직업은 달랐지만 지금은 학교에 있으니 그것도 맞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역술인 ‘00삼촌’이 했던 말이 한 마디 더 있다. 경제적인 면으로는 절대 남편 믿지 말고 직접 나서라고. 사주에 복부인 사주가 있다고. 희미하지만.



어쩌라고?  



결혼하기 전에 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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