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해금은 소리가....
지.. 익...... 지... 이... 익 삑!!
끼이.... 익 끼기... 기기... 긱 휘...ㄱ!!!
참 어렵다. 정확한 음정은 고사하고 들어줄만한 소리를 내기도 무척 어렵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이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공주 평생교육원이 개강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공짜로 강의를 하기는 싫지만 공짜 강의를 듣는 건 솔깃했다. 관심 가질 만한 강의가 무엇이 있는지 검색하다가 ‘충남 연정국악원’이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국악 강의를 발견했다. ‘가야금’도 있고 ‘거문고’도 있고 ‘대금’도 있고 이런저런 커리큘럼이 많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해금’이었다. 사실 그때까지 해금이 어떤 악기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했다. 국악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해금에 꽂혔고 왠지 공주에 왔으니 국악기 하나쯤 배워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양잿물도 마신다는 ‘공짜’가 아니던가.
해금이라는 악기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만만했다. 작고 가볍고. 웬만큼 배우면 어렵지 않은 소품 정도는 뚝딱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해금 줄에 활대를 대는 순간 ‘아~ 망했구나!’ 깨달았다. 해금은 줄이 딱 2개다. 안줄 바깥줄. 왼손가락으로 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활대를 잡는데 줄을 누르는 위치 표시도 전혀 없고 활대 잡는데도 특별한 요령이 필요하다. 요령 없이 무조건 힘으로 해결하려들면 경련이 날만큼 힘만 쓰인다.
무엇보다 깊은 망조는 도무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금은 현악기이니 활로 현을 긁으면 아름다운 소리든 귀를 긁는 소리든지 간에 어쨌든 소리는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바람 빠지는 소리도 아닌 것이 쇠붙이 마찰음도 아닌 것이 도무지 속 시원한 소리가 나질 않았다. 그러니 ‘음’이 제대로 잡힐 리가 있나.
수업 첫날 처음 30분은 ‘소리’라는 것을 내기 위한 필사적인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힘 하나도 안 들이고 나붓나붓 나비가 날아가듯, 어린아이 곤지곤지하듯 가볍게 움직이면서도 애간장을 살살 녹이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데 나는 온 신경을 박박 긁는 ‘삑사리’만 내고 있으니...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함께 시작한 다른 세 분도 나와 비슷한 처지라는 거.
개인적으로 해금은 왠지 공주스럽다고 여겨지는 악기다. 작고 심심해 보이지만 쉽지 않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 것 같은데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매력 있다.
뭔가를 새로 배우겠다는 생각과 실천을 참 오랜만에 한 것 같다. 잘 하면 좋겠지만 못해도 괜찮다고 느긋하게 마음먹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 해금 수업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