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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주일장춘몽 May 19. 2022

'브런치'... 생각 같지 않네.

세종에 제법 규모 있는 공연장이 생겼고 그곳에서 마티네 콘서트를 시작했다. 모처럼 오전에 문화생활을 하고 기분 좋게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여러 개의 알림이 떠있다. 왜 이러지? 아침에 글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구독자가 확 늘어났다. 뭐지? 자세히 보니 죄다 알 것 같은 이름. 남편이 아끼는 제자들이거나 동료 교수들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내게 브런치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남편을 제외하고는 가족, 친구, 가까운 지인 아무 에게도 브런치를 시작했다고 알리지 않았다. 나를 전혀 모르는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방문은 물론 감사하다. 하지만 나를 잘 알거나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의 관심은 운신의 폭을 좁힐 뿐이라 생각한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내가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시동생, 시조카들 앞에서 일기 쓰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이제 더 이상 브런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남편은 그러지 말라고 펄쩍 뛰면서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결한다는 건지. 나의 개인적인 일을 밖에서 얘기하는 것에 화가 났고 이미 벌어진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에 더 화가 났다.  


오후에 보니 들어왔던 구독자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남편 나름 최선을 다 한 해결책이었다. 한 나절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입맛이 썼다. 왜 별거 아닌 일에 바르르했을까? 어차피 공개된 공간인데 왜 누가 보는 건 괜찮고 누가 보는 건 불편할까? 


나는 아직 브런치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브런치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느꼈던 첫 불편함은 브런치도 일반 SNS와 속성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였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남겨야 내 브런치에도 누군가가 들어와 보고 흔적을 남긴다는 것.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브런치는 공개된 공간이고 운영사도 이용자도 목적이 있는 거니까 효용가치가 있다는 증명이 필요하겠지. 


그런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라이킷, 구독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용기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브런치를 개인적인 공간으로 두고 싶다. 개인적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개해도 문제없을 만한 얘기를 쓰는 메모장 정도. 그럼에도 굳이 브런치를 개설한 이유를 대라면 금방 실증내고 포기하는 내 단점에 대한 대비랄까... 


나는 SNS를 싫어한다. 일을 하면서 취재나 홍보를 위해 여러 SNS 채널이 있으면 편하겠다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개설하지 않았다. 나의 영역에 불쑥불쑥 들어오는 불필요한 감정들이 싫어서. 가능하면 카톡도 지우고 싶지만 그것마저 안 하면 히키코모리가 될까 봐 카톡은 남겨두고 있다.  


며칠 전에 요즘 나의 가장 중요한 멘토가 되어주는 식집사 선배에게서 톡이 왔다.

'브런치 시작했구나. 축하한다. 잘했다.'

'엥? 어떻게 아셨어요? 아는 사람 없는데?'

'포털 섹션 메인에 걸렸더라. 혹시나 해서 눌러봤지' 


세상에 비밀은 없다.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  옛말이 아니고 요즘 말이다. 

브런치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가 아니다.

글도 생각했던 것처럼 써지지 않고

반응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조용히... 끄적끄적...

이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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