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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주일장춘몽 May 20. 2022

<8> 아보카도 관찰 일지 II


#5월 4일


살림을 내줄 때가 됐다. 뿌리가 점점 자라는 아보 1호를 꺼내 유리컵으로 옮겨주었다. 발 뻗고 편히 크라고. 과육에 날카로운 나무 꼬지를 끼울 때는 내가 찔리는 것 마냥 괜히 따가웠는데 식물에는 아무 영향도 없다니 다행이다. 반신욕 하듯이 씨앗 중간까지 잠기도록 물을 부어주었다.      


반신욕 하는 아보 1호













다른 두 아이는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아보 2,3호는 아직도 이불속

















#5월 13일


대대적인 이사 작전이 벌어졌다. 뿌리가 5센티 가까이 자란 아보 1호를 화분으로, 갈라진 틈새로 뿌리가 나오기 시작한 아보 2호를 유리컵으로 보내야 한다.      


작은 화분에 물 빠짐 좋은 돌을 깔고 흙을 3/4 쯤 부은 다음 물을 흠뻑 줬다. 손가락으로 뿌리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고 뿌리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아보 1호를 앉히고 흙을 살살 부어 덮어줬다. 다시 물을 흠뻑 주고 나면 끝. 이제부터는 흙에 있는 영양분을 쭉쭉 빨아먹으며 무럭무럭 크거라~     


아보 2호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몸통에 꼬지를 끼워서 유리컵에 걸쳐주었다. 1호는 꼬지를 4개 찌르느라 몸통에 상처를 4 군데 냈는데 2호는 3 군데만 찔렀다. 그래도 안정감 있게 잘 버티는 것 같다.     


3호는... 살아는 있는 것 같다. 실금이 찔끔 보인다.          



#5월 16일


아보 1호의 정수리 위로 줄기가 삐죽 올라오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솜털이 보송보송. 어린 고사리의 부드러운 손가락 끝 같다.      


아보카도는 물을 많이 줘야 한다기에 물을 거의 매일 줬다. 주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이렇게 줘도 되나? 뿌리가 썩어버리는 건 아닐까? 흙을 넣기 전에 화분 밑바닥에 돌은 충분히 깔아줬던가? 그랬는데 기특하게도 싹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 아들 자랄 때만큼이나 기쁘다고 하면 내가 너무 한 엄만가?     


아보 2호도 열심히 크고 있다.     


아보 3호, 분발하라!          


줄기가 보이는 아보 1호















#5월 20일


날이 따뜻해져서인지 아보 2호의 발육이 아보 1호 때보다 빠른 것 같다. 안정감 있는 새 집을 마련해줄 때가 됐다. 한 번 해봤다고 수월하다. 


이사를 시키고 나란히 두고 보니 아보 2호가 1호보다 실해 보인다. 분명 같은 날 시작했고 발아는 1호가 먼저 됐는데 덩치는 2호가 더 크다. 이러다 역전되는 거 아닐까? 

아보 1호야~ 물도 너 먼저 주고 영양 있는 거름도 너 먼저 줄 테니 동생한테 밀리지 말고 얼른얼른 커라.     


아보 2호와 1호



아보 3호는 안으로 안으로 내실을 다지는 중.     













아보 4,5,6호 대기 중.                    

















모든 식물이 다 그렇지만 아보카도 역시 싹을 틔워 잘 자라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죽어버린다고 한다.

6개의 씨앗 중에 최종적으로 어떤 녀석이 살아남을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의 발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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