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아래에서

by 몽유

비 오는 날에는

누가 먼저 흙에 누웠는지

알 수 없다

어머니가 묻어둔 말 한마디

젖은 담벼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돌 하나 놓여 있다

투명하게 고인 빗물

그걸 다 마셔도

목이 마르다


저녁이면

창틈으로 스며드는 바람

누구의 숨결일까

생각하다가

가끔 눈을 감는다


살아 있는 일은

발끝이 젖는 일이다

비에 젖은 채

우산을 접는 일이다


가끔은 그냥 서 있고 싶다

말없이

오래된 돌담 아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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