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없는 나라

by 몽유

이 나라는 참 오래도 버틴다

기둥도 없이, 기도도 없는데

이 나라의 정의는

고무신처럼 뒤집기 쉽고

선거가 끝나면

잘 맞지 않는 짝으로 돌아간다


마이크 앞에 선 원숭이 하나

어디서 배웠는지 거짓된 입을 놀린다

손에는 바나나를 쥐었고

그의 뒤엔 조명이 휘황찬란하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박수를 치고

누군가는 어깨를 펴고

그의 말끝을 받아쓰기 바쁘다

가만 보면 하나처럼 닮았다


저녁 뉴스에는

원숭이의 어록이 자막으로 깔리고

거리마다 연단이 자라난다

골목 귀퉁이마다 원숭이들이

뻔뻔한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진실은 언제부턴가

조련사의 주머니에 들었는데

사람들은 스스로를 거울에서 지웠다

그들은 침묵은 금이라고 믿으며

귀를 막고, 눈을 감더니

입은 활짝 열어두었다


황금으로 된 접시 위에서는

권력이 익어가고 있다

탐욕은 젓가락질이 능하고

거짓은 소금처럼 잘 배어든다


건배사는

공약(公約)이 아닌 공욕(公慾)

의자 아래에서는 칼날을 숨기고

서로의 등을 토닥인다


연회장 밖,

빵 부스러기를 줍는 손들이

닫힌 문 너머로

떠나가는 박수 소리만 듣는다


"이 모든 것은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하나같이 입을 짜 맞춘 거짓의 기도가

매일 연회장 천장에서 맴을 돌고,

신은 오래전 이 땅을 떠났다.


천장은 점점 낮아지고

무너질 때마다

모두 고개를 숙인다

아무도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가끔 시민들은

차창에 비친 얼굴로

뉴스 속 뒷모습으로

연회장을 구경한다

"왜 우리는 늘 배고픈 쪽인가요?"

누군가 대답한다

"그것이 정의입니다"


나는 오늘도 그들의

간식 시간만큼도 못한 월급봉투를 들고

지하철 문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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